나 같은 딸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소유욕이... 많이 강한 편이에요."
얼마 전 어린이집 학부모 상담에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아이가 겁도 없고
활발해서 체육활동도
형님들보다도 앞서서 하고
발달도 빠르고 영리한 편이라
많은 것을 할 줄 안다고 한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조금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은
소유욕이 강해서 친구들이 같은 장난감이어도
그냥 가지고 노는 것을 가만히 보지 못한다.
질투도 많아서
같은 반 친구가 선생님께 안겨있거나
기저귀를 갈아야 되는 순간에도
선생님을 독차지하려고 생 떼를 쓴다는 아이.
지금 개월 수에 발달단계상
알맞은 행동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강한 소유욕에
과격한 행동이 나와서
친구를 확 밀치거나
물건을 홱 빼앗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 친구가 다칠 수 있으니
이제는 단호한 훈육이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자기주장 강하고 욕심 많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딸이라 그런 걸까
외모는 남편 판박이인데
성격은 날 쏙 빼다 닮았다.
이런 성격으로 한 30년은 먼저 살아본 엄마이니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이제 조금 더 커서 말을 더 잘할 수 있게 되면
더 고집을 피우고 자기주장을 할 것 같은데
나는 그 모든 상황에서
차분히 그리고 단호하게 아이를 훈육할 수 있을까?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흔히들
"너 같은 딸 낳아봐라"며
친정엄마들의 울분 섞인 말을 듣는다.
근데 이제 보니 너 같은 딸은 곧 엄마다
나는 곧 친정엄마의 어린 시절일 지도 모른다.
엄마는 어린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을까.
그 마음들이 평소 엄마의 말에서 보인다.
"차근차근하면 돼"
마음이 급해 쉽게 덤벙거리는 나에게,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제일 빠른 거야."
지름길만 찾으려 성질내는 나에게,
"조금만 더 하면 돼"
인내심이 짧아 견디기 어려워하는 나에게,
"지금도 잘하고 있어"
스스로 닦달만 하는 나에게,
"우리 딸 제일 예뻐"
나 자신을 사랑해주지 못하는 나에게
그리고
그녀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으리라.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나는 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
내 것을 빼앗기기 싫고
내 것이라 주장하고 싶어 하는 딸에게
그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엄마가
21개월 아기가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네가 가진 걸 친구에게 나눠줄 수도 있어야 해"
내 시간과 마음을 주기 아까워했던 나에게
누군가에게 나의 시간이, 마음 한켠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내주길 바라며,
"같이 나눌 때 더 풍성해지는 거야"
내 것을 나눌 때 물질적 계산이 먼저 떠오르는 나에게
동시에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키며,
"너에게 있는 것도 어쩌면 다 누군가가 준 것이야."
내가 받은 것을 흘려보내기 어려워하는 나에게
값없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다시 그것을 주위에 흘려보내며 살길 바라며
딸에게 이야기해 본다.
며칠 전 무심코 고른
포토카드에 적힌 문구가
생각난다.
'나는 그 시절의 나를 안아줄 수 있을까.'
앞으로 나를,
나와 닮았지만 또 다른 인생을 살게 될
딸을 언제나 푸근히 안아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