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안의 자식을 잘 내보내기 위한 준비
"가~가~"
손을 휘휘 저으며
엄마, 아빠를 저리 가라고 밀치기 시작한다.
시댁에 내려가는 기차에서
어느새 자기도 컸다고 무릎 위에 앉아있기보다
한 자리 차지하고 앉기를 원한다.
6세 미만 유아는 무료 탑승이지만,
독립된 좌석을 원하시는 관계로 3인석을 예매했다.
벌써 어엿한 1인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앉아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아하니
혼자 좌석을 차지했다는 뿌듯함에
기쁨이 충만해 보였다.
그렇게 홀로 앉아서 뒷자리에 앉은 사람,
복도에 지나가는 사람을 이리저리 구경도 하고
그런 아기가 귀여워서 눈 맞춰주는
어른들에게 환한 웃음으로 응답해 주며
잠시 기차 한 켠의 유명인사가 되어본다.
참새처럼 알아듣기 힘든 말들을
귀엽게 짹짹거리며 혼자 놀다가
어느새 조용해서 쳐다보니
꾸벅꾸벅 고개가 떨어진다.
늘 애정하는 까까를 손에 쥔 채 잠이 들었다.
기차 좌석은 의자를 시원하게 뒤로 젖힐 수가 없어서
앉아 자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아 굳이 내 품 안에 안았다.
목이 불편한 방향으로 꺾인 채
자는 아이를 지켜보기보다
엄마의 팔이 조금 불편한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종알대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은
어디 가고 자는 얼굴 속에는
건드리면 톡 터질 것 같은 뾰로통한 입을 가진
천사가 보인다.
(천사 말고는 더 명쾌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안겨서 자는 사랑스러운 아이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다 보면 괜한 벅찬 감정이 올라온다.
깨어있을 때는 제법 자기주장을 하느라
엄마 말을 잘 듣지 않고 들었다 놨다 하며
기분도 5분 단위로 오락가락하는 20개월이다.
헌데 아기 천사의 얼굴은
좀 전까지도 육아에 지쳐
'빨리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싶었던
엄마의 팍팍한 마음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르르 녹인다.
내가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해 아기를 낳았나 싶을 정도로
그 간의 힘듦을 단숨에 잊게 만드는 마법의 약.
남편을 닮아 풍성하고 긴 속눈썹,
나를 닮은 코와 입매
그리고 모든 구석이 심지어는
허벅지에 있는 작은 점마저도
'이런 날 감히 사랑하지 않고 배겨?'
라고 말하는 것 같다.
품 안의 자식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내 품 안에 안겨 있을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안아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벌써 가슴 한편이 저릿해져 온다.
요즘 아이는 할 줄 아는 단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이제는 말과 옹알이의 비율이 반반 정도 되는 듯하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단어와 표현력에
잘 크고 있구나 싶고
곧 대화 같은 것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기대감에
설레면서도 지금만 존재하는 옹알이가
곧 사라진다는 것에 아쉬움이 큰 요즘이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아기 본인은 무언가 논리적으로 말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가 묻어있다.
그냥 책을 읽듯 아무 소리를 뱉는 게 아니라
눈도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눈썹을 치켜세웠다가 내렸다가
입을 삐죽 내밀기도 한다.
배우처럼 다채로운 표정으로 이야기하니
옹알이 번역기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대부분 분주하고 지쳐있는
엄마, 아빠의 하루를 위로하듯
우리의 시선을 잠시 아이에게 머물게 하고
아이로 하여금 배시시 웃게 만든다.
그렇게 잠깐 하루의 고를 잊고 낙을 즐겨본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어른들이
우리 아기를 볼 때면 하나같이 하는 말씀이 있다.
"이 맘 때가 제일 예쁠 때"라는 것.
내 아이는 내 눈에 늘 예쁘겠지만
엄마가 화를 내어도 품에 비집고 들어와
안기려고 하는 요즘이 제일 예쁜 때라는 것이
정말 맞는 말 같다.
시간이 지나면
그녀와 끝이 없는 말싸움도 하게 될 거고
싸우고 나면 문을 쾅하고 닫고 들어가 버리는 사춘기에
엄마를 세모눈을 뜨고 쳐다보는 날들도 오겠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울화통이 치미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지금 내 품 안으로 수시로 뛰어들 때
내가 아이의 삶에서 가장 든든한 방패로 여겨질 때
충분히 아껴주고 사랑을 표현해 줘야겠다.
어느 순간 내 품을 떠나
홀로 이겨내어야 하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 테지.
또 내가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딸이 혼자서 인생의 굴곡을 경험해야 할 때
마음속 깊이,
엄마,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걸
누구보다도 본인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각인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좌절의 순간에도
모두에게 버려진 듯 느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작은 틈 사이로 비추는 빛 한 줄기가
큰 어둠을 이겨낼 수 있도록
아이의 마음속에 꾸준히 사랑의 말을 심어줘야겠다.
"너는 소중해"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해"
"너는 이 세상의 꽃이고 햇살이야"
- 히스플랜 '너는 꽃이야'의 가사처럼
https://youtu.be/QNuN6618 rS4? si=WaZW5 RK-UBOCcM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