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말을 합니다
21개월 여아
아무개는 요즘 놀랄 정도로
언어가 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할 줄 아는 단어가 손에 꼽았는데
이제는 문장을 만들어서 이야기하니
나와 남편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작은 말들이
우리 부부의 삶에 큰 환희를 안겨준다.
"아빠, 여기 안자"
"엄마, 여기 안자"
고사리 손으로 본인이 앉은자리
맞은편 바닥을 두어 번 두들기며 하는 말.
엄마가, 아빠가 마주 보고 앉아서
같이 놀아주기를
나를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그 말에 다른 것을 하다가도
바로 멈추고 아이 앞에 앉아 지그시 바라본다.
나는 뭐가 그렇게 늘 분주할까.
내 삶의 이유가 여기 있는데 말이다.
"아빠 뿌!"
"엄마 뿌!"
"새하 뿌!"
아이가 방귀를 뀔 때마다
"오잉~? 방귀 뿡! 했네~"라고 말했더니
어디선가 방귀 소리가 들려오면 하는 말.
어떤 단어를 하나 배우면 꼭 엄마, 아빠를
잊지 않고 넣어주어서 모두 방귀쟁이가 된다.
사실이기도 하고.
"자장자장~"
애착인형 코코를 아기처럼 안고
가슴팍을 살포시 두드리며 하는 말.
그렇지만 본인은 잠들 때 가슴 두드려주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아서 늘 내 손을 거절한다.
"나나우유!"
"주데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외치는 말.
며칠 전 바나나와 땅콩버터를 우유에 넣고
갈아주었더니 굉장히 맛있었나 보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 한쪽 눈만 겨우 뜬 채로
믹서기를 꺼내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
꽤나 번거롭지만 사랑스러운 목소리에
평생 나나우유를 만들어 주고픈 요즘이다.
"하나~두울~셋~다덧!"
숫자를 세기 시작했지만 어딘가 어설픈 말.
사실 숫자를 안다기보다
운율을 기억하는 것이겠지만
내 새끼 천재라며 우리는 또 한 번 웃는다.
"꼬! 꼬! 숨어라~"
"머리카라 보라~"
작은 두 손으로 눈을 꼭 가리고 하는 말.
놀이터에서 언니오빠들을 보고 따라 하는지
심심하면 따라 하는 숨바꼭질 놀이.
얼굴만 휙 옆으로 돌리고
눈만 가려지면 안 보이는 줄 아는 것이 무척 귀엽다.
"차자따!"
"여깄네?"
손으로 하는 야바위를 몇 번 보여줬더니
두 주먹을 이리저리 앞뒤로 휘두르며
뒤로 숨기기도 했다가 나에게 내밀어 보여주고
손바닥을 둘 다 펼치며 하는 말.
영 소질이 없는 것을 보니 도박은 팔자에 없나 보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요즘 제일 많이 하는 말.
"아니아~~~!"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니란다.
그렇다.
할 줄 아는 말이 늘어남과 동시에
자기주장이 더욱 확고해졌다.
이제는 엄마의 뜻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인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한 뼘 더 엄마로부터의 자립에 가까워진다.
탯줄이 한번 더 끊어진 느낌이랄까.
아이가 잘 자라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격스러우면서도
나와는 한 뼘 더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쿨한 엄마가 되어야지.
너무 뜨거운 햇볕을,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를
잠시 피할 수 있는 정도의 그늘로만 있어주어야지.
나의 그늘이 너무 크게 드리워서 아이가 묻히지 않기를.
다음에 배우는 새로운 말은 무엇일까?
그 말이 어떤 말이든
나와 남편에게 웃음을 주리라는 것은
때로는 감동이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신한다.
지금까지 아이의 말이 그러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