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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현 Jun 19. 2023

언어분석철학의 탄생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프레게


  필자의 이번 목표는 프레게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기원한 전통 논리학에서 지적하고 보완한 부분이 무엇인지, 그런 활동이 차후 러셀에게 어떠한 영향을-특히 기술구이론에 대한 토대- 주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20세기에 발생한 ‘언어적 전환’이라는 사건은 바로 이러한 과정의 산물이다. '언어적 전환'은 인류의 지성사에 중요한 사건이다. 왜냐하면, 이로 말미암아 언어란 것이 비로소 철학적 화두가 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제에 대한 지식인들의 관심은 언어분석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탄생시켰다. 근래엔 철학의 주 된 축 중 하나로 작동하며 학문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상기의 이유로 프레게의 치적만큼 빛나는 것은 세상에 흔치 않다. 고로 그의 사유에 관해 공부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다. 우선 ‘전통 논리학’한 이야기로 본론을 열도록 하겠다.


 ‘전통 논리학’이란 ‘고전 논리학’으로도 불리는데, 전술했다시피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유로부터 기원했다. 그리고 2000년 동안 큰 변화 없이 서구인의 사고를 지배해 왔다. '전통 논리학'이란 연역을 통해 전제가 되는 명제에서 결론이 되는 명제를 도출하는 방식의 체계다. 흔히들 아는 삼단논법을 떠올려도 큰 무리는 없다. 이 익숙한 추리 방식의 특징은 논증의 기본단위가 하나의 단어라는 점이다. 연역법은 본질적으로 ‘주어=술어’라는 형식을 지닌 명제들이 각각 전제와 결론이 되며 진행된다. 주어와 술어의 관계를 통해 명제들이 형성되고, 그렇게 형성된 명제들로 논증이 진행된다. 실례로는 이런 것이 있다.


 (1) 모든 어머니는 여성이다

     어떤 직장인은 어머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러므로 어떤 직장인은 여성이다.  


 물론 위의 두 문장이 전제고, 아래는 결론이다. '모든 어머니=여성', '어떤 직장인=어머니'라는 것에서 '어떤 직장인=여성'이라는 정보가 도출된 모습이다. 이는 'A=B', 'B=C',  'C=A' 같은 식으로 추상화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주어와 술어가 다른 존재론적 범주에 속한다는 생각도 했다. 즉 주어는 실체의 범주에 속하고, 술어는 실체에 내재한 속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 논리학은 훌륭한 체계로 현재에도 충분히 유효하다. 다만 과거엔 완벽하다고 생각된 체계가 20세기에 들어 몇 가지 단점이 지목되었다는 사실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언어분석철학자들의 불만 중 하나는 전통 논리학에선 주어가 반드시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점이다.-언어를 충분히 예민하게 다루지 않았다고 표현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는 인간의 사고 중엔 단어를 기본단위로 수행되지 않을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프레게가 이런 점들을 해결하고자 했을 거라고 우린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게가 쓴 『뜻과 지시체에 관하여』는 언어분석철학의 시발점이며 핵심 저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뜻과 지시체라는 개념이 내용의 중심을 이룬다. “과거에는 모든 것이 그저 항이나 술어였다.”[1]  반면 프레게는 단어는 여러 층위의 의미를 가진다고 분석하였다. 그러한 층위 중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것은 바로  뜻 ㆍ지시체의 구분일 것이다. 지시체는 발화자가 단어를 통해 지시하고자 하는 대상을 일컫는다. 뜻은  “대상의 한 측면을 표상하는 무언가이다.”[2]  박병철 저자의 설명을 참고하자면 지시체는 외연, 뜻은 내포이다. 내포란 어떠한 정의이고, 그 정의의 범위에 속하는 대상을 외연이라고 일컫는다. 즉 프레게의 뜻이란 개념을 일컫는 말이고, 외연이랑 그 뜻이 지시하는 대상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의 사유에서 지시체가 같은 단어라도 다른 뜻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뜻이란 대상의 한 측면을 표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게는 이러한 아이디어를 문장에까지 확대 적용한다. 문장 역시 지시체를 가지며, 그것이 바로 진릿값이라는 것이다. “뜻은 문장이 표현하는 생각이며, 지시체는 진릿값이고, 진릿값은 대상이다.”[3]  이런 생각과 더불어 프레게는 함수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개진하였다. 그 체계의 핵심은 명제에서 주어의 위치를 논항으로 두는 것이다. 즉 “(x)는 (술어)이다.” 와 같은 형식이다. 이러한 명제의 진릿값은 (x)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된다. 함수가 변숫값에 따라 해가 달라지듯, 명제도 논항에 따라 참이 되기도 거짓이 되기도 한다. 그가 논증의 기본단위를 단어가 아닌 명제로 지목한 것도 상기의 이유로 추측된다. 논증 역시 일종의 명제로 본다면, 논증의 지시체 역시 진릿값이다. 그리고 이 값은 결국 하위명제의 진릿값에 의존한다. 논증은 명제들로 구성된 명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음의 명제를 통해 이 체계에 대해 더 자세히 논해보자.-우리는 이런 방식의 사고도 자주 한다.-


(2)     만일 [비가 온다]면, [회사 야유회는 취소된다.]

           [비가 온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러므로 [회사 야유회는 취소]된다. 야호


  회사 여유회가 취소되었다는 건 분명 좋은 소식이지만, 이 글에선 더 중요한 것이 있으니 서둘러 설명을 이어가보겠다. (2)는 얼핏 보면 삼단논법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뜯어보면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괄호로 묶은 것이 곧 하나의 명제이다. 전제에서 결론을 도출해 내는 방식은 같지만, 두 개의 명제가 하나의 전제로 묶여있다. 이러한 경우는 전통 논리학에선 존재할 수 없는 형태다. 인간의 사고는 이렇듯 명제를 단위로 진행될 때가 있다. 이것이 바로 프레게의 통찰 중 하나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자연언어를 인공언어로 번역하려고 한 것이다. 일상적인 언어-자연언어-는 우리에게 혼란을 일으킬 때가 잦다. 그러니 언어를 아예 기호로 만들어 논리적 구조를 더 정확하게 드러내자는 의도였다. 그가 명제를 논증의 기본단위로 삼자고 제안했던 만큼, 당연히 명제를 기본 단위로 기호화를 진행했다. 프레게는 이상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논리학을 제안했는데, 이를 보통 명제논리 내지 함수명제논리라고 부른다. 함수처럼 취급되는 명제가 기본단위이자 핵심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러한 체계의 장점은 주어가 꼭 실재한다고 여길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진릿값을 가지는 기본단위인 명제는 주어가 입력되어야 비로소 참이냐 거짓이냐 결정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강점은 (2)처럼 기존에는 설명할 수 없었던 명제 단위의 사고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연언어를 번역하여 내재된 논리구조를 더 명석판명 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도 프레게 체계의 장점이다.


 러셀은 프레게의 비판적 계승자다. 선학의 문제의식을 이어 나가면서도 거센 공격 역시 가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판의 요지는 프레게가 언어의 심층적 원리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는 것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한정기술구와 고유 이름을 같은 단칭어로 간주했지만, 러셀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역시 뜻⋅지시체의 구분에도 반대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시하는 대상 중에는 실재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고-러셀은 철저한 경험주의자였음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들은 프레게의 논리로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가령, “유니콘은 뿔이 있다.”라는 명제가 있다고 해보자. 명제논리로 본다면 이 명제는 참도 거짓도 아니다. 분명 흔히 생각하는 유니콘은 뿔을 가지고 있지만, 주어가 지시 대상을 지니지 못하니 명제도 지시체인 진릿값을 가지지 못한다. 러셀은 이런 현상이 자연언어에서는 한정기술구가 지시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이라고 지적했다. 명제논리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다음 논증들을 봐주길 바란다.


(3)  모든 어머니는 여성이다

      어떤 직장인은 어머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러므로 어떤 직장인은 여성이다.


(4)  모든 아버지는 남성이다.

      어떤 어린이는 남성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러므로 어떤 어린이는 아버지다.

(5)   P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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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


 (3)은 타당하고 (4)는 타당하지 않은 논증이다. 이는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다. 허나 번역을 거치면 (5)라는 동일한 형태로 변한다. 명제논리가 언어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허나 그 체계대로 진행하니 타당한 논증과 그렇지 않은 논증을 구별할 수 없다. 이는 스스로의 목적에 반하는 명제논리에 내재된 모순이다.


 이런 문제점들로 말미암아 러셀은 몇 가지 사고를 진행한다. 한정 기술구-고유 이름-는 양화사라는 것이 그중 하나다. 양화사란 양(量)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주어라고 생각하는 것도 본질적으로 술어와 같다고 지적했다. 주어 역시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기능하니 술어의 생략 혹 축약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바로 기술이론으로, 러셀사유의 핵심이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명제논리를 확장시키는 작업에 착수하는데 그러한 결과물이 바로 술어논리다. 명제논리의 단점들을 해결하려는 이러한 작업을 두고, 혹자는 20세기 언어철학은 러셀에게 찬성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의의 장이었다 고까지 말했다. 그에 대한 서술은 여기서 마치겠다. 글에서 다루고자 제한했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본론을 마치겠다. 지금까지 우리는 실제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전통 논리학과 프레게, 러셀의 사유를 단편적으로나마 살펴보았다. 다만 글의 핵심은 프레게의 체계였다. 그가 전통 논리학에서 지적하고 보완한 부분이 무엇이며, 그러한 과정이 러셀에게 어떠한 사상적 토대를 제공하였는가가 바로 필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이기 때문이다. 프레게는 분명 ‘언어적 전환’의 시발점이다. 왜냐하면 기존 논리학이 지닌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거진 최초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고전 논리학은 훌륭한 체계지만, 인간의 언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면이 있다. 한 독일 출신 철학자가 이에 내린 처방은 언어가 가진 의미를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하고, 수학이론-특히 함수-을 차용하는 것이었다. 그의 후학인 러셀은 비록 스스로가 세상에 빛을 보게 한 명제논리의 구조를 허물어트리긴 했다. 하지만 그도 프레게의 체계를 보완하고 확장하며 언어분석철학의 전통을 이어 나간 인물이라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러셀의 업적은 분명 경탄할 만하지만 결국 선학에게 큰 빚을 진 것이다.




주석


[1]『언어 철학』 (콜린맥긴 저, 박채연 이승택 역, 도서출판b, 2019) 95p  『』

[2]『언어 철학』 (콜린맥긴 저, 박채연+이승택 역, 도서출판b, 2019) 33p

[3] 『언어 철학 』(콜린맥긴 저, 박채연+이승택 역, 도서출판b, 2019) 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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