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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Nov 10. 2020

코로나19로부터 정신 건강을 지키는 법


2019년 말. 

중국에서 원인 모를 폐렴이 돌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19가 이렇게 심각한 수준으로 번지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현대의 방역시스템과 의료 수준을 막연하게 신뢰하며 '나는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결국 WHO가 3월 11일 코로나19의 펜데믹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초만 해도 사람들은 '올여름쯤이면 괜찮아지겠지?'라며 중요한 일정들을 몇 달 후로 미루곤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코로나19가 발발한 이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 유행은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언젠가는 일상이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며 기약 없는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수많은 변화들을 가져왔다. 

눈에 띄는 수입 감소 또는 고용불안과 같은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자유로운 외출이 어렵고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려워짐에 따른 우울감과 같은 심리적 문제들도 생겨났다. 앞으로도 당장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코로나19,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지켜내야 할까?





무엇이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나.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를 뜻하는 '코로나 블루 코로나+우울(Blue)'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그만큼 코로나19가 많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우리의 마음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감정은 무기력감과 그로 인한 우울감을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통제력의 상실 때문이다. 코로나19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수동적 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 나의 노력으로 이 바이러스를 이 지구상에서 몰아낸다는 게 불가능하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열심히 따르는 것, 그뿐이다. 내가 방역지침을 열심히 따른다고 해도 어디에선가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퍼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참담한 현실이다.





통제감의 욕구

사람은 누구나 통제감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을 뜻하는 '루틴'(routine)도 통제감의 욕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인과관계가 없는 두 사건이 우연히 발생했을 뿐인데 선행된 사건(원인)이 다음 사건(결과)을 가져왔다고 인식하여(인과관계가 있다고 파악)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앞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 행위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박한이 야구선수는 루틴의 단계가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각 단계별 루틴이 언젠가 좋은 경기 결과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 실제 인과관계가 없는 '루틴 행위'와 '좋은 경기 결과'를 마치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인식하여 매 경기마다 루틴 행위를 반복하며 스스로 경기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는 연관성이 없는 두 사건이기에 이는 통제감의 착각으로 볼 수 있다. 





통제감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본 연구도 있었다. 한 연구에서는 요양 시설에 있는 노인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은 모든 일을 운영진들이 도맡아 하여 관리하고 다른 한 집단은 노인들이 통제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였다. 그 결과 통제력을 가진 노인들의 건강과 만족감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anger & Rodin, 1976) 이처럼 사람은 스스로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통제감은 정신과 신체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통제할 수 있는 '그 무엇'

이렇게 통제감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기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한없는 무기력감과 우울감에 빠져드는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방치해두겠는가. 그러기엔 우리의 마음은 너무도 소중하기에 손 놓고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다리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마음을 지키기에 나서야 한다. 


앞서 통제감의 상실이 가져오는 정신적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문제를 야기하는 핵심이 '통제감'이라면,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를 회복시켜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는 없다면 통제 가능한 '무엇'을 찾아보자.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 자신은 통제할 수 있다.

귀찮아서 미뤄왔던 일이 있다면 이 시기에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단계별 목표를 설정해 하나씩 이루어가다 보면 적어도 무언가가 통제되고 있다는 통제감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며 운동이나 다이어트, 공부, 새로운 취미 등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통제감의 회복을 의식하고 시작한 사람들은 드물겠지만 본능적으로 통제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시도들로 해석해볼 수 있다.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한번 리스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만들 수 있는 나와의 약속은 뭐가 있을까?





무기력감이 지속되면 무기력이 학습된다. 

학습된 무기력은 앞으로 다른 일을 할 때에도 '나는 안돼.', '내가 뭘 하겠어.'와 같은 부정적 생각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무기력이 학습되면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즉, 상황이 통제된 이후에도 원래의 '괜찮은 나'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자꾸만 우울해지고 의욕이 사라지고 있다면 코로나 핑계는 잠시 접어두고 내 안의 통제감의 욕구에 집중해보자. 코로나19로부터 치열하게 지켜낸 당신의 정신건강은 이 힘든 시기가 끝났을 때 당신을 더 높이 더 멀리 날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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