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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Aug 17. 2020

경청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이유

잘한다고 착각하기 쉬운 '진짜 경청'에 대한 이야기





말하는 것과 듣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할까?




이런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별 고민 없이 

"당연히 듣는 거죠!" 라고 대답한다. 마치 '그런 기본적인걸 뭘 물어보냐'는 듯.

그렇다. 요즘은 워낙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듣는 게 중요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서점에 가면 듣는 것의 중요성을 다룬 책들도 넘쳐난다. 하지만 조금만 바꾸어 생각하면 듣는 것의 중요성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모두가 다 아는데 왜 그렇게 많은 책, 강연, 컨텐츠들이 여전히 잘 듣는 것의 중요성과 그 스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까. 아마도 중요성을 아는 것에 비해 제대로 잘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중요한 사람을 만나거나 중요한 자리에 나갈 때  
당신은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는가 아니면 어떻게 잘 들어줄까를 생각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무슨 말을 할지를 더 고민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분명 우리는 잘 듣는 게 그토록 중요하다는 것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는데 왜 우리는 '어떻게' 잘 들어줄까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을까? 참 이상하지 않은가. 누굴 만날 때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연히 고민해야 하고 중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할 것인가는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우리는 의식하지 않아도 당연히 노력을 하게 된다. 



반면, 듣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에 비해 별 고민을 안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바로  '나는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청 즉,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에 비해 비교적 이를 쉽게 생각한다. '경청, 그까이꺼'라고 생각한다. 경청 그까이꺼 뭐 아이컨택 잘하고, 고개 좀 잘 끄덕여주고, 적당히 리액션 잘해주고 그럼 되는 거 아닌가 훗. 하고 말이다. 중요하긴 하지만 쉽기 때문에 본인도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뭘 믿고 경청을 잘한다고 생각할까?




경청 점수를 객관적으로 받아본 것도 아닌데(받을 수도 없을뿐더러)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경청을 잘한다고 생각하거나, 적어도 못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청은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말은 내용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느끼는 반면, 듣는 것은 비교적 수동적으로 임해도 된다고 생각하기에 쉽다고 느낀다. 상대방이 말할 때 머릿속으로는 딴생각을 하더라도 '잘 듣는 척'하는 것은 '잘 말하는' 것보다는 난이도가 낮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난이도 下의 미션은 나도 쉽게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다.








경청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아니, 노오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청은 난이도 下가 아니다.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때는 내가 신나서 이야기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내 얘기 듣고 있나?', '내 얘기에 관심이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 않는가. 그렇다고 그 사람이 뭐 내 앞에서 휴대폰만 만지작 거린다거나 하품을 계속 늘어지게 한 것도(이건 빼박 안 듣는 거다) 아닌데 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와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도 내 딴에는 잘 들어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들어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심리상담사들은 1시간 이야기를 들어주고 10만원을 받는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뭐야, 상담사 직업 괜찮네. 들어주고 10만원이라니'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만한 금액이 책정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경청이란, 물리적 의미의 '소리'를 듣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진짜 경청'을 할 수 있을 때에만 우리는 얕은 수로 듣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더 깊게 만드는 적절한 질문과 진정한 의미의 공감을 통해 관계를 한 발자국 더 발전시켜갈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무슨 말을 할까'의 고민과 더불어 조금 더 의식적으로 '어떻게 잘 들어줄까. 내가 경청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까.'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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