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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Mar 11. 2021

가격이 올라도 명품 소비가 줄지 않는 이유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2020년. 


코로나19는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혀 많은 기업들이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대표적 사치재인 '명품'의 소비는 늘어났다. 백화점 3사(롯데, 현대, 신세계)의 매출을 비교해보면 전체 매출은 감소한데 비해 명품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1분기 기준)

고전 경제학에서는 소비와 가격이 반비례하지만 명품만큼은 이 원리를 따르지 않는 것 같다. 



명품 브랜드들은 매년 보란 듯이 가격까지 인상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제로 루이비통의 경우 작년 11월에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3월에 또 한 번 3~4% 가격을 인상했다. 샤넬은 작년 인기 가방의 가격을 100만원 가량 인상했고, 디올은 작년 한 해 4번의 가격 인상이 있었다. 매년 끝을 모르고 오르는 명품의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명품은 오늘이 제일 저렴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구매하려고 한다. (출처: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40917261173493 )







이렇게 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같이 높아지는 현상을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한다. 베블런 효과는 미국의 사회·경제학자 베블런의 주장에 따라 붙여진 이름으로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으로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주로 상위계층의 과시적 소비를 일컬을 때 사용하나 요즘은 계층과 상관없이 이러한 소비 형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구매 시 고려하는 기준의 차이


다른 물건을 구매할 때는 이리 저리 따져보고 가장 가성비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소비자 조차도 명품을 구매할 때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명품에 있어서는 '가격' 또한 하나의 특성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휴지를 구매한다고 생각해보자. 휴지를 구매할 때에는 몇 겹인지, 천연펄프를 사용했는지, 향은 있는지 등과 같은 제품의 특성에 비해 가격이 합리적인지를 비교한다. 내가 원하는 퀄리티에 적절한 가격이 책정되어있는 제품을 최종적으로 구매하게 된다. 동일한 퀄리티인데 가격만 높게 책정되어 있다면 당연히 구매하지 않는다.



하지만 명품의 경우 가격을 제품의 특성 중 하나로 인식하기에 가격이 높을수록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높아지며 비용 대비 만족감이 얼마나 높은 지를 따져 구매를 결정하게 된다. 가격이 높다고 해서 가성비 떨어지는 제품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즉, 아래와 같은 계산이 성립된다.

휴지와 같은 소비재: 제품의 특성 vs 가격
명품과 같은 사치재: 제품의 특성(가격을 포함) vs 만족감



그렇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들은 가격을 올리면 올릴수록 제품의 특성이 높게 평가된다. 따라서 가격을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가격이 올라갈수록 제품의 희소성을 높게 평가해 구매욕이 더 높아진다. 





젊은층의 Flex와 YOLO 문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Flex 문화도 명품 매출에 한 몫하고 있다. 

베인 앤드 컴퍼니(컨설팅 전문회사)는 2025년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명품 소비의 55%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젊은층의 명품 소비의 증가는 Flex 문화와 함께 한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던 YOLO 문화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비싼 물건을 한번 질르고 자랑하는 것을 '사치'라기보다는 '쿨 한 것'으로 인식하며, 근근이 월급 모아서 재벌 될 것도 아닌데 '한번 사는 인생 나를 위해 쓰며 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점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소비

이러한 소비는 과거 어른들의 소비와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젊은이들이 잘못된 소비를 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에 각자의 가치관에 맞는 소비를 하면 된다. 하지만 타인의 눈을 과하게 의식함으로 인한 소비는 자신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몇백만원짜리 가방을 사고 매일 점심을 라면으로 때운다는 웃픈 이야기도 들려오며, 반지하에 살면서도 외제차를 구매하는 이들도 있다. 



구매 당시의 만족감은 당분간 느낄 수 있을지 모르나 그렇게 구매한 물건들로 인해 일상의 만족감이 떨어진다면 과연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한 보상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나에게 준 보상이 정말로 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들에게 멋진 나를 보여주고 싶은 심리를 '보상'이라는 말로 포장한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다. 만약 후자라면 그건 결코 물건으로 채워질 수 없을 것이다. 타인을 기준으로 한 만족감은 채워도 채워도 완벽히 채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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