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호갱님
신학기 기간한정 세일!! (3/1~3/31)
오프라인 구매시 5,000원 할인 쿠폰(~3/31)
홈쇼핑 오늘만 이 구성!!
연휴기간 무료배송 쿠폰!!
등등...
우리를 호갱으로 만드는 문구들이다.
이런 문구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멋 이건 사야해!'라며 뭐 필요한게 없었는지 기어코 찾아내어 구매를 하게 된다.
이렇게 구매하고나면 왠지 알뜰살뜰하게 필요한 것을 잘 구매한 것 같은 뿌듯한 마음이 든다.
과연 우리는 정말 필요한걸 구매했을까?
지금부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손해보고 파는거에요.
오랜 옛날부터 이 말은 전통(?)적인 상인들의 거짓말이었다.
소액을 깎아주면서도 생색을 내며 이런 말을 하지만 그럴리 없다는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누가 진짜 손해를 보고 물건을 팔겠나.
요즘은 전통시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정가가 정해져있는 곳에서 구매를 하기에 이런 귀여운 거짓말은 들을일이 별로 없지만 기업에서는 끊임없이 소비자들에게 "싸게 사는거다."라는 메세지를 흘린다. 우리는 그 메세지를 듣고 흔쾌히 지갑을 열고는 한달 후 카드값이 왜이렇게 많이 나왔냐며 투덜댄다. 명세서를 아무리 훑어봐도 필요한걸 샀을 뿐인데 말이다. 그것도 싸게.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봐야할게 있다.
왜 싸게 팔까? 내가 뭐 이쁘다고?
지금 안사면 손해!
가끔 쏟아지는 쿠폰에 놀랄때가 있다.
뭐 그리 VIP고객도 아닌데 꼬박 꼬박 쿠폰을 넣어주고 쿠폰 만료 시점에는 카톡으로 알림까지 보내주신다.
그걸 받고 나면 나도 모르게 그 사이트에서 살게 없나 이것저것 둘러보는 나를 발견한다.
예전에 올리브*에서 일정 금액 이상 사면 5,000원 할인 쿠폰을 준적이 있다.
그때 왠지 안사면 손해 같아서 꾸역꾸역 금액을 맞춰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냈다.
'그래. 이거 원래 가지고 싶었던 거잖아. 언제 샀어도 샀을거야.'
라며 돈을 쓰고도 싸게 샀다고 흡족해했다. 결국 금액을 맞추기 위해 샀던 그 물건은 지금 사용도 안한다. 5,000원 싸게 사려고 12,000원을 버렸다. 몇백원이라도 손해보기 싫어서 인터넷으로 늘 최저가 검색해서 구매하는 사람이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하.
손해보지 않으려는 심리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해에 비대칭적으로 더 예민하다. 즉, 꽁돈으로 100만원이 생겼을 때의 기쁨보다 100만원을 분실했을때의 고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가위바위보로 내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이 이기면 상대가 100만원을 주고 당신이 지면 100만원을 상대에게 주어야 한다. 게임을 할 것인가?
확률적으로는 50:50의 가능성이라 해봄직할 수 있지만 실제 이 게임에 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면 잃게 될 100만원이 이겨서 얻게될 100만원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분명 같은 금액인데 말이다.
기업들이 쿠폰을 발급하고 세일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쿠폰 유효 기간이나 세일 기간이 끝나고나서 구매하면 '손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결코 내가 이뻐서 싸게 주는게 아니다.
손실을 회피하는 사람의 기본 심리에 따라 사람들은 지금 안사면 손해라고 느껴 얼른 지갑을 연다.
싸게 산 것도 결국은 '소비'
이렇게 손해를 피하려고 하는 심리는 '사야지'라는 생각 자체를 안했던 것들, 충분히 현재 가지고 있는걸로 해결 가능했던 것들을 마치 꼭 필요했었던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자.
그동안 구매하지 않았다는건 정말로 필요하지 않았던거 아닐까?
호갱이 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든다면 '이걸 세일을 안했다고 해도 샀을까?'를 생각해보자. 만약 대답이 NO라면 당신은 필요한 것을 굳이 만들어 안사도 될 걸 사는 낭비를 해놓고도 싸게 좋은 물건을 득템한 현명한 소비자가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종 프로모션에 혹해 구매한 후 싸게 샀다는 만족감을 느낄 때 '싸게'가 아니라 '샀다.'에 초점을 맞추는게 좋다.
싸게 산 것도 결국은 '소비'다. '싸게'에 집중하다보면 사야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왜냐하면 기업에서는 끊임없이 '지금 안사면 손해!'라는 메세지를 밤낮없이 속삭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