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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Sep 04. 2020

'공감'해주려고 한 말인데 역효과를 일으키는 말

공감할 때 흔히 하는 실수



어느 때부터인가 공감이 관계에 있어서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좋은 사람의 필수 능력이 되었다. 공감지수 또는 감성지수라고도 불리는 EQ(Emotional Quotient)가 IQ보다 중요하다며 너도 나도 공감의 중요성과 공감 스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공감 능력을 탑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하지만 관심이 높아진 만큼  '공감'인 줄 알고 노력한 게 안타깝게도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야 나두 공감하고 싶어.

몇 년 전부터 영어 교육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야나두 라는 회사가 있다. 배우 조정석이 '야 너두 할 수 있어.' 하는 광고는 마치 진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야나두'라는 회사를 기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영어에 있어서는 "야 나두 영어 잘하고 싶어"라는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는지 몰라도 대화에 있어서는 절대 피해야 할 말일지 모른다. 


무슨 말일까? 공감을 얘기하는데 '야 나두'가 빠지면 쓰나. '나두'라는 말은 공감 대화의 필수템 아닌가?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나두." 라는 말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언제 하느냐이다. 공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빨라도 너무 빨리 야나두 카드를 꺼낸다.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나도 같은 경험이 있다고 하면 공감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상대방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야나두 스킬을 시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친구가 유럽 여행 다녀온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치자. 유럽의 다양한 국가들을 여행하며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겠는가. 하나씩 썰을 풀어보려고 하는데 당신이 한두 마디 끝날 때마다 "우와~ 그치 그치 나두 거기 갔었는데 그때~~ 블라블라~"라고 이야기한다면? 친구는 김이 빠질 것이다. 







아, 그렇다면 안 좋은 얘기를 할 때는 나도 같은 경험이 있다고 하면 더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안 좋은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주식이 너무 떨어져서 일주일 만에 3000만 원을 잃었다는 친구에게 "야 난 지난번에 8000만 원 잃었잖아. 그때 난리도 아니었어 블라 블라~~"라고 한다면 친구는 '아 맞아. 8000만원을 날린 친구도 있는데 나는 3000만원 잃었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지.'라고 생각할까? 그 친구에게는 당신이 얼마를 날렸는가와 상관없이 자기 3000만원 날린 게 더 크게 와 닿고 중요하다. 옛말에 남의 중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당신이 잃은 8000만원은 과거고 친구가 잃은 3000만원은 현재다. 섣부른 위로는 오히려 상대방의 입을 막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조금만 천천히




오해하면 안 된다. 당신의 이야기를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적절한 "야나두"는 공감을 표현할 수 있는 쉽고 효과적인 말일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상대방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을까를 생각해보자. 말이 끝났다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한건 아니다. 혹은 말하는 사람 본인도 모르는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당신은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하고 기다려주는 것이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깊이 공감한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나의 경험을 공유하는 건 그다음이다. 상대방이 충분히 이야기를 다 했다고 느낄 때. 그때 내 이야기를 꺼낸다면 상대방은 그 이야기를 받아들일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다. 그제야 자신이 공감받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타이밍이 너무 빠를 경우 상대방의 신난 기분에 초를 치거나 안 좋은 기분을 더 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칫 '뭐야. 내 경험이 별거 아니라는 건가.'라고 느낄 수 있다. 



말하는 사람이 온전히 모든 감정,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자.

그 이후에 나오는 당신의 '야나두' 스킬은 공감해주고 싶은 당신의 마음이 고스란히 잘 전달되어 훨씬 더 빛을 발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겠다.

진짜 공감이 하고 싶은가?



야 너두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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