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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Jan 09. 2023

좋아서 비싼걸까 비싸서 좋은걸까?

가격 플라시보 효과에 대하여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과연 정설일까?



제품을 구매할 때 가격은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하고 판매자는 그 반대다. 


하지만 무작정 가격을 낮춘다고 좋은 건 아니다. 일시적으로 매출은 증가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바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좋은 제품도 파격적 가격 인하를 지속시키면 어느 순간 비지떡으로 보여 구매욕이 떨어진다. 동일한 제품인데도 말이다.









사실상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고급’을 갈망한다. 합리적인 금액의 제품을 선호하면서도 금전적 여유만 된다면 상위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당장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가성비 아이템을 찾게 된다는 소리다. 




이쯤 되면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비싼 제품은 정말 그 값어치를 하는 걸까?





가격에 따른 기대 심리




가격이 비싸면 그만큼 기대 심리가 작동한다. 그래서 가격이 높아질수록 만족감도 커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비슷한 제품의 경우 저렴한 것보다는 가격대가 있는 제품이 실제로 더 좋다고 느끼는 착각이 든다. 비싸니까 당연히 더 좋을 거라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기대가 생기면 색안경이 끼워진다. 진짜 괜찮은 사람이라는 소개를 받고 만난 사람은 ‘괜찮은’ 모습이 눈에 더 잘 띈다. 최초의 정보와 일치되는 모습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도 그렇다. 별로라는 얘기를 듣고 만난 사람은 겪어 보기도 전에 왠지 친해지고 싶지 않다. 



마찬가지로 비싼 제품에는 비싼 값을 할 거라는 기대치가 생겨 제품의 장점에 더 집중하게 된다. 

단점을 발견하면 내 선택이 옳지 못했다는 걸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생기게 되는 것도 이유다. 한편 저렴한 제품은 조금만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생겨도 “이거 봐. 역시 싼 게 비지떡”이라며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기 쉽다.




가격과 플라시보 효과


이러한 가격에 따른 기대 심리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한 실험이 있다. 같은 약을 두고 약 값에 차등을 두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약효에 차이가 나는지 알아본 실험이다. 






실험에서 참여자들에게 전기 충격을 가하고 고통의 강도를 적도록 했다. 이후 고통을 줄여준다는 신약을 먹고 한차례 더 실험을 했다. 다만 신약의 가격을 한 그룹에는 2달러 50센트(약 3100원)라고 소개하고 다른 그룹에는 10센트(약 120원)라고 소개했다.




2달러 50센트라고 소개한 첫 번째 그룹은 거의 전원 다 약을 먹고 고통이 경감했다고 보고했다. 

10센트라고 소개한 두 번째 그룹은 달랐다. 참여자 중 절반 정도 만이 고통이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완벽하게 같은 약이었지만 얼마짜리 약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체감하는 효과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사실 이 실험에 사용된 신약은 비타민C 캡슐이었다. 실제로는 약효가 있을 리 만무했던 가짜 약이지만 가격이 비쌀수록 기대 심리로 인해 플라시보 효과(위약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






가격과 품질은 비례하지 않는다



이렇게 가격에 따른 기대가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기업에서는 과감하게 고가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일부러 가격을 높게 책정함으로써 더 만족하게 되는 가격 플라시보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반대로 이 때문에 함부로 가격을 낮추지 못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제품의 질을 낮게 평가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물론 터무니없이 가격만 올린다고 만족도가 비례해서 올라가는 건 아니다. 극단적인 예로 길거리에서 냉동 핫도그를 2만 원에 판다고 한들 구매자들이 만족할리 없다. 제품이 기대에 월등히 못 미치는 경우에는 오히려 본전 생각에 실망감이 더 크다. 

그래서 고가 전략을 취하는 기업들은 적정한 가격 구간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큰맘 먹고 구매한 고급 제품은 정말 좋아서 비싼 걸까? 아니면 비싸기 때문에 좋다고 느끼는 걸까? 




스스로 블라인드 테스트라도 진행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가격에 의한 기대 심리는 무의식적 반응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가격과 품질을 직결해서 생각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나만 좋다고 느낀다면 뭔들 어떠랴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만족할 수 있다면 굳이 낭비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의외로 가격에 따른 '막연한 기대'가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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