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만 때려치우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직장 생활이 힘들 때마다 언젠가 당당하게 퇴사를 하리라는 꿈을 꾸는 직장인들이 많다. 이들은 지긋지긋한 이곳을 떠나 펼쳐질 장밋빛 미래를 막연하게 꿈꾸며 매일을 버텨낸다.
상황만 바뀌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과연 그럴까?
직장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행복에 조건을 붙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 돈만 많이 벌면
- 애들 대학만 가면
- 이직만 하면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이 조건이 만족되면 정말 행복해질까?
파랑새의 유혹
현재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고 미래의 막연한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증상을 일컬어 파랑새 증후군이라고 한다.
파랑새 증후군은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벨기에의 동화극 <파랑새>에서 유래된 용어다(*파랑새: 벨기에의 극작가인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 증후군의 주요 특징은 현실을 부정하고 이상적인 미래에 대한 강한 동경을 갖는 것이다.
허황된 기대는 결국 괴리감을 느끼게 하고 더욱 현실을 부정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만든다.
내가 현재 불행한 건 무언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다. 행복에 붙인 조건이 실현되었다고 치자. 돈이 많아지면, 아이들이 명문대에 가면, 이직에 성공하면 등등…
그 이후에도 분명 또 다른 이상이 나타난다. 이상이 현실이 되면 그건 더 이상 '이상'이 아니다. 그래서 기쁨도 잠시일 뿐 현재에 적응하게 된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지 않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도 로또 1등을 꿈에 그렸을 텐데 말이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걸까?
파랑새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은 현실이 어떻든 늘 만족하지 못하고 존재하지 않는 행복을 좇는다. 그들에게 행복은 완벽한 세상으로 그려지는 듯하다.
「행복=완벽한 상태」로 정의 내리면 영원히 행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마음에 꼭 맞는 완벽한 세상은 꿈속에서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모든 종(種)이 그렇듯 인간도 궁극적 목적인 ‘생존’을 이루기 위해 행복이라는 감정이 부수적으로 생겨났다고 말한다. 즉 인간은 행복해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삶을 영위하다 보면 그 안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행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우울감이 높다는 아이러니한 연구 결과도 있다. 행복은 좇을수록 도망가기라도 하는 것 같다.
현재는 과정이 아니다
동화극 <파랑새>의 주인공 남매는 꿈속에서 행복의 파랑새를 찾아 달라는 요술쟁이 할머니의 부탁을 받고 온갖 신비한 곳들을 헤맸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는 그토록 찾아 헤맸던 파랑새가 자신들의 새장 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
파랑새를 쫓으며 사는 삶은 현재를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현재를 마치 어딘가 있을지 모를 행복을 찾는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를 그 자체로 충만하게 느끼며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미래에도 행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삶은 현재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나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예견하듯, 나의 오늘이 나의 미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