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새인 Apr 05. 2023

왜 사람들은 한 일보다 안 한 일을 더 후회할까?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있으신가요?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으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한 일보다는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한다. 

‘대학원을 가지 않은 것’

‘유학을 가지 않은 것’

‘이직을 하지 않은 것’ 

등등… 

의사결정이 필요한 매 순간 무언가를 안 하는 쪽으로 결정 내린 건 아닐 텐데, 후회하는 지점은 ‘한 일’보다 ‘하지 않은 일’이 확연히 더 많다.


한 연구에서는 거리에서 만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어떤 일을 후회하는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기간을 지난 일주일로 한정하였을 때는 한 일이 53%, 하지 않은 일이 47%로 저지른 행동에 대한 후회가 약간 더 높은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기간을 삶 전체로 확장하면 한 일이 16%, 하지 않은 일이 84%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어떤 행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텐데 왜 그때는 후회했지만 나중에는 덜 후회하게 되는 일이 생길까?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반응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이미 저질러버린 행동에 대해서 덜 후회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적 면역기제 때문이다. 심리적 면역기제란 어차피 돌이킬 수 없다면 저지른 일을 정당화시켜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을 계속 후회하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 기제가 작동해 마음이 편한 쪽으로 생각을 바꾸어 버리게 된다. 


예를 들어 주식 투자를 잘못해 큰돈을 잃었다. 당장은 마음이 쓰리고 후회막심하지만 10년 후에는 ‘그때 주식으로 큰돈을 날려봐서 이렇게 투자에 신중해졌지.’, ‘그때 주식을 말아먹지 않았으면 지금쯤 더 큰돈을 잃었을 거야.’와 같이 오히려 지나간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건 특별히 긍정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생각해야 내 마음이 덜 아프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적 면역기제는 사소한 일보다는 중요한 일에 더 크게 작동한다. 중요한 일일수록 마음의 불편함이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에 친구에게 10만 원을 빌려줬는데 못 받은 경우 ‘뼈아픈 교훈’이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이 흐른 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잊거나 혹은 그 친구 욕을 하며 괜히 빌려줬다고 후회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의 마음에 주는 타격이 작기 때문에 굳이 보호할 필요가 없어서다. 






단지 '안 했기 때문에' 생기는 후회

우리는 안 하고 살아온 많은 것들을 후회하곤 한다. 그런데 한 일에는 후회를 덜 하는 이유가 실제로 더 나은 선택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반응이라면, 하지 않은 일에 대해 그토록 후회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하지 않아 후회되는 ‘그 일’ 또한 했다고 한들 더 나은 결정일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저질렀기 때문에 합리화했던 일들 중에 사실은 안 했다면 더 좋았을 일도 분명 있을 수 있다.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현재의 삶에 결핍을 느끼는 건 너무 소모적이다. 그보다는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한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많은 일 중에 당시에는 ‘했기 때문에’ 후회했던 일도 분명 많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별 후 겪게되는 심리적 반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