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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새인 Sep 24. 2020

자주 보면 정말 좋아질까?

노출빈도와 호감도에 대해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우연을 가장해 자주 마주쳐라?




연애에 있어서는 정설처럼 알려져 있는 이 말, 정말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지금부터 이유를 알아보자.




맞다.

일반적으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로 '단순한 반복노출이 호감을 증가시킨다'는 단순노출효과(Zajonc, 1968)에 의해서 자주 본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한 대학에서 재미있는 연구가 진행되었다.(Moreland & Beach, 1992) 매력도가 비슷한 4명의 여학생을 노출빈도를 0, 5, 10, 15번으로 다르게 하여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수강하도록 했다. 학기가 끝날 때 함께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에게 이들의 얼굴을 보여주고 매력도와 호감도를 평가하게 하자 노출 빈도가 많을수록 더 긍정적인 평가가 나타났다(우측 이미지 참조).


재미있는 사실은 수강생들에게 이들의 얼굴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90% 정도의 학생들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잠실역 POLO 광고

이 같은 단순노출효과를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가 광고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한 번만 하면 될 것을 똑같은 광고를 여러 곳에 노출시키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사진 참조). 한번 보는 것보다는 여러 번 보는 것이 해당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혹은 한 장소에 여러 광고를 노출하지 않더라도 어딜 가나 자주 눈에 띄는 광고들도 있다.  아무도 이런 광고판 앞에 서서 유심히 관찰하지 않지만 자주 보기만 해도 호감도가 높아지니 최대한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시켜 무의식적으로 긍정적 감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구매할 때 자신의 합리적 판단에 의해 구매를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러한 노출 효과를 활용한 기업의 전략에 의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백날 그 사람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무조건 나는 매력 만점이 될까?







아니다.



이 단순노출효과가 적용되는 범위는 대상에 대해 이미 호의적이거나 중성적 태도를 가지고 있을 때이다. 즉, 어느 정도의 호감을 이미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는 자주 볼수록 호감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고, 아예 아무런 정서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주로 모르는 사람 또는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되는 대상) 라면 자주 봄으로써 무의식적으로 긍정적 정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부정적 정서가 생긴 상태에서의 반복 노출은 그다지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



싫어하는 사람이 당신 앞에 자꾸 나타난다고 생각해보자. 보면 볼수록 더 좋아진 경험이 얼마나 있는가? 어떠한 계기로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오해였음을 알게 되지 않는 이상 단순히 자주 나타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좋아지는 일은 거의 없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최근 N번방 사건으로 온 사회가 격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조주빈은 한동안 연일 TOP 뉴스로 모든 언론사에서 보도되었다. 채널을 돌려도 돌려도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조주빈은 단순노출효과를 말 그대로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호감도가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뉴스에서 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계속해서 격분한다. 심지어 호감도가 높아지기는커녕 부정적 정서가 강화되기까지 한다.









무조건 호감도를 높여주는 방법은 없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주는 무조건적인 방법은 없다. 그러므로 수많은 연애 전문가들(자칭 타칭)의 말에 따라 무조건 그 사람 앞에 나타나지만 말고 혹시나 나에게 부정적 정서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그렇다면 부정적인 정서의 해결이 선행되어야 단순노출효과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말도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거나(중성적 태도) 혹은 약간의 호감이 있어 보이는 상대(긍정적 태도) 라면 단순노출효과를 활용해 그 사람 앞에 자주 나타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위의 강의실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굳이 그 사람과 대화를 하거나 눈길을 끌지 않아도 그 사람의 무의식이 알아서 당신의 호감도를 높여줄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교류가 있다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럴만한 용기가 아직 없다고 하더라도 분명 당신을 자주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호감도가 높아질 것이다. 심지어 그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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