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한다고 이기적인 걸까?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결혼과 출산,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할까?

by 이세주

결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결혼'이라는 단어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당연한 삶의 과정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젊은이들이 이 '당연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죠. 결혼을 해도 아이는 갖지 않겠다는 커플들도 늘어나고 있고, 아예 결혼 자체를 선택하지 않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마주한 정부는 출산장려정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두 가지 궁금증이 생겼어요. 과연 이 정책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을까요?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결혼과 출산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정부의 시각은 과연 옳은 걸까요?


숫자로 보면 상황은 꽤나 심각해 보입니다. 2010년에 47만 명이던 신생아가 2018년에는 32만 명으로 줄었고,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도 1명 미만으로 떨어졌거든요. 이런 상황을 두고 사람들의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야!"라고 말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지, 왜 정부가 나서서 출산을 강요하는 거야?"라고 반문하는 쪽도 있죠.


통계청에서는 이런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결혼을 안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을 꼽았어요.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해요. 첫째는 애초에 결혼할 나이대의 여성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둘째는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안 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 셋째는 결혼한 부부조차도 예전보다 아이를 덜 낳는다는 거예요.


정부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신혼부부에게 집을 지원해주고,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고, 보육시설도 늘리고 있죠. 하지만 2006년부터 무려 120조 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이게 과연 정책의 실패일까요?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결혼한 부부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아이를 낳는 비율이 늘었다고 해요. 문제는 결혼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거죠.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단순히 '요즘 애들이 이기적이라서'일까요? 아니면 결혼이라는 제도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아서일까요? 아니면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일까요?


저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과거에는 결혼이 사회의 기본 단위를 만드는 필수적인 과정이었지만, 이제는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이 더 중요한 가치가 되었어요.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실제로 1인 가구도 2000년 15.5%에서 2018년 29.3%로 크게 늘었죠.


특히 여성들의 변화가 두드러집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게 되면서, 결혼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는 비율이 크게 줄었어요. 실제로 조사를 보면 남성의 절반 이상이 결혼에 긍정적인 반면, 여성은 30%도 안 된다고 해요. 아마도 결혼 후에도 가사와 육아의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현실 때문이 아닐까요?


2015년 통계를 보면 결혼하지 않은 이유로 '가치관'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어요(39.9%). 하지만 경제적 이유(21.6%)와 사회적 이유(7.7%)도 적지 않았죠. 또 다른 조사에서는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안 낳겠다는 사람 중 절반 가까이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답했고, 30% 이상이 경력 단절이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결국 저출산 현상은 단순히 젊은이들의 이기심이나 가치관의 변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이것은 불안정한 고용, 높은 집값, 육아 부담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청년들의 '저항'이 아닐까요? 우리가 진정 고민해야 할 것은 출산율 숫자가 아니라, 결혼을 원하면 경제적 이유로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를 낳고 싶다면 경력 단절이 걱정되지 않으며, 결혼하지 않아도 혼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참고자료

이철희, 2018, 「저출산·고령화 대응 정책의 방향: 인구정책적 관점」, 『보건복지포럼(2018.7.)』, pp.50~64.

이철희, 2018, 「한국의 출산장려정책은 실패했는가? 2000년~2016년 출산율 변화요인 분해」, 『경제학연구』, 66(3), pp.5~42.


김은희, 2003, 「혼인과 가족」,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 서울 : 일조각.

이소영 외 6인, 2018,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세종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가통계포털 : kosis.kr

시사위크 : www.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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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 kostat.go.kr


사진출처: Ryoji Iwata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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