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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camaria Oct 22. 2024

냉장고의 인물화

단편도전 2

주이는 냉장고에 붙은 인물화를 보았다. 맘에 들어서 매일 보려고 붙인 예쁜 여인의 초상화였다. 뭔가 이상한데? 갸웃이며 생각하지만, 금새 지나갔고 주이는 그걸 까먹었다.

늘 혼자 자취를 하고 있다. 부엌은 먹으면서 작업하는 공간이다. 싱크대 옆에 냉장고. 냉장고 옆에 먹고 책읽을 만큰 큰 사이즈의 책상. 책상 옆엔 물품들을 보관할 선반과 보관용품들.
식사시간이 되면 식탁위에 할 거를 펼쳐놓고 음식 세팅을 한 후, 간단히 식사를 하며 동시에 작업을 시작한다.

야옹~ 고양이가 울면서 다가온다. 발톱으로 발목부근을 살살 긁으며 이쪽을 봐달라고 어필한다. 안돼, 너 먹을 건 없어. 입에 김에 싼 밥과 김치를 씹으며 대답해 준다. 야옹야옹~  울다가 발랑 배를 뒤집어 까고 꼬리를 살랑인다. 하긴 늘 사료만 먹으면 심심하겠지. 주이는 고양이가 측은하게 느껴졌다. 이따 식사 후에 치우면 츄르 한개 줘야겠군.

문을 똑똑 두드리며 누군가가 밖에서 사람 있나요? 를 외친다. 경계. 누구야 뭐야. 주이가 문쪽으로 대답않고 나가니 왠 택배배달원 같은 복장을 한 사람이 서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이틀전 시킨 택배인가? 주이씬가요? 네 - 감사합니다. 하고 받으려는데 배달원이 안을 흘깃 보더니 갑자기 얼굴이 공포로 변하며 서둘러 뒤돌아 가버린다. 아, 감사해요!! 뒤를 향해 서둘러 외쳤지만 본체만체로 어느새 저 멀리 가버린다. 뭐야 초 무례한 사람이네. 뭐지 저 사람. 찝찝한 기분으로 주이는 받은 상자를 뜯어낸다. 주문한 물품은 다행히 잘 왔다.

밖을 나가기 위해 문을 나설 때마다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속이 갑자기 역류하는 듯 메스꺼운.. 아니면 약간의 어지럼증? 같은 안좋은 기분. 하지만 고작 2,3초의 순간이었고 그 이후는 괜찮아지기에 주이는 금새 잊었다. 나중에 들어올 때도 똑같은 묘한 기분. 하지만 변한 것 없는 일상이다. 변한 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자신의 기분 뿐이다. 그렇다 - 고 생각한다. 하지만...왜 .. 자꾸 마음 어디 한구석에선 무언가가 변한 거 같지? 의구심이 솟는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왜? 주이는 조금 불안함을 느끼지만 그뿐이다.

거리에는 여러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 옆에는 편의점,  여러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  사주가게 등 다양한 형태의 가게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봐 자네. 갑자기 누군가 주이를 부른다. 짧은 머리 아가씨. 초록 치마 입은. 저요? 고개 돌리니 왠 노숙자같은 아주머니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 그래 자네. 조심하게. 머를요? 앞으로 이사가거나 할때, 주의하지 않으면 큰일나.

똑바르다 생각되어도 한번씩은 거꾸로도 세상을 보려 하게. 네? 주위를 잘 둘러봐. 자네 뿐만 아니라 주위를. 그렇지 않으면 세상의 흐름을 놓치게 돼. 네? 잘 들으라우. 그게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이야. 알겠나? ...네...

무슨 얘기야. 왠 거지가 개똥철학을 읆조리나 싶었지만 가야할 장소가 있어서 대충 알겠다는 척 네를 주고 주이는 서둘러 거리를 지나갔다. 한번씩 거꾸로 보라니, 세상을 한면만 보지말고 편협하게 살지 말라는 건가. 좀 불쾌하군. 주이는 자신이 만만해 보여서 그 아줌마가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사이비에 말걸리는 일이 한두번이었나. 이번에도 그런 거겠지.

주이는 밤늦게 집에 들어갔다. 요즘 집을 안치워선지 어수선한 느낌이다. 불킨 후 얼굴을 씻고 자려고 누운 주이는 그대로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리고 그대로 몸이 굳은 채 움직일 수 없었다. 갑자기 냉장고 인물화가 생각났다.

기억난다. 자신이 그걸 붙인후 후에 위치를 한번 바꿨지. 지금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 있다?

... 어째서?

야옹 소리가 들린다. 고양이가 자신을 쳐다본다.

창밖은 지금 어떻지...  ? 주이는 지금,  모든 것이 무섭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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