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갑자기 낯선 손님이 찾아왔다. 축하합니다. 동물복권에 당첨되셨어요! 네? 전 복권산 적이 없는데요.. 아 이 복권 시스템은 동물을 기르면 자동적으로 응모가 되어서 랜덤으로 뽑히는 구조라 그래요! 아 그런가요?
어쨌거나 복권당첨되었다니 기분 좋다.
혜택이 먼데요?
ㅎㅎ 그건 손님이 고르실 수 있습니다. 첫째, 동물이 하루 한번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답니다. 단 지능은 그대로예요! 둘째, 동물의 지능이 인간만큼 좋아져요. 단 외형은 동물 그대로! 어느 쪽을 고르시겠어요?
그건 머가 좋은 거죠?
음... 주인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외로울 때친구처럼 대화 나눌 수도 있겠죠? 그건 본인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렸어요.
그럼... 두 번째로 할래요.
깨어나니 꿈이었다. 선은 혹시나 싶어서 고양이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고미야? 야옹~ 왜 부르냐옹~
헉 진짜 말을 하잖아.
그 뒤로 선은 고미(고양이 이름)에게 나갈 때 언제 돌아올지 항상 설명하고 돌아오면 그날 하루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둘은친구처럼 지냈다. 고미는 이전처럼 하염없이 야옹거리며 마냥 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요구하는 것도 명확해졌다.
집에서 하루종일 TV를 보거나 간단히 요리를 데워먹거나 하는 등점차 행동이 인간같아졌다.
매우 편하군? 선은 생각했다.
더 이상 반려묘가 자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니. 이전보다 더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해졌다. 이제까진 식사나 배변문제, 외로움 등의 정서적 이유로 이틀 이상의 외출은 불가능했는데, 앞으론 좀 더 자유로운 외부 활동이 가능하겠어, 속으로 결론 내린 선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집에 돌아오는 횟수가 이전보다 뜸해졌다.
그렇게아무일 없이 흘러가던 일상 속어느 날, 집에 오랜만에돌아온 선은 고미가 어딘가로 사라졌음을 눈치챈다. 거실 가운데테이블 위에는왠 쪽지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잠깐 동네를 돌아다니다 올게.
창문 한쪽은 열어둬.
엄청난 악필. 고미가 쓴 건가 보다.
도대체 언제 쓴 거야.
아니 그보다 내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 건가?
선은 후회하며 좀더 일찍 올걸, 생각하고 고미가 어디 간 건지 걱정했다. 찾아 나설까 하다 고미를 믿고 그냥 쪽지에 적힌 대로 창문을 조금 열어두기로 한다. 그리곤 잠을 청했다.
'하루, 아니면 이틀 안에 돌아오겠지'
하지만 고미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루가 지나도, 이틀째에도. 또 그다음 날도.
고미가 오지 않은지 어느새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제야 선은 고미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고미야아~~~!!!
후회해도, 골목을 돌아다녀도, 어디에도 고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때 그 소원을 비는 게 아니었는데' 선은 그제야 동물복권에 당첨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런 소원을 고르지 않았다면,
고양이가 똑똑해져서 스스로 나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이 좀 더 일찍 일찍 집에 왔더라면.
후회는 끝이 없다.
애초에 그 이상한 사람은 출처도없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복권당첨이란거 애초에 받아들여선 안되었던 거 아닐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다 필요없다.
다만,
'고미야.. 돌아와...'
선은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며 울었다.
다음날아침.
창문을 지나쳐 자신을 비추는 아침 햇살에 부운눈을억지로 뜨니믿기지 않는 형제가 눈앞에 보인다. 고미다.
이런 세상에.
고미?(눈을 비비며)고미 맞아?
야옹~
너 정말 돌아온 거야?
야옹~
믿기지 않아 자꾸묻는 선의 질문을놓칠 새라
냐옹~ 하고답하는익숙한 울음소리.
고미!! 고미 맞구나아!!!
그동안 어디 갔었어어~~
와락 껴안은 선은 고미를 품에서 놓지 않았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냐아아아옹~~
그런 선의 품이 답답한지 다시 한번 고미가앙칼진소리로 울어댄다.
.
.
.
그 후이전과 같은 일상을 보내는 고미와 선.
고미가 예전에는 말을 했다니.
벌써 기억이 까마득한 선은 믿기지가 않는다.
예전 그 일은 진짜 일어난 일이었을까?
가끔 예전처럼 말을 할까 궁금해 선은 기회되면 고미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보지만, 그 후로 단 한 번도 고미가 인간의 말을 하는 모습은 볼 수가없다.
'어쩌면 내가 그저 리얼한 꿈을 꾼 건지도'
선은 생각했다.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 분명 꿈이었을 거야'
중얼거리며 머리를 흔들곤, 그녀는 곧 다른 할 일을 하러 간다.
선의 말이 맞다. 동물은 원래 인간말을 못 한다.
그것은 원래 처음부터 엄청난 착각이거나, 아니면 그 동물복권이란 자체가 효력에 유효기간이 걸려 있어서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처음 찾아온 복권 직원이 대충 설명해 주었다면, 일반인은 알 수 있는 방법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고미가 다시 인간말을 한다해도, 아니 다시 당첨된다는 자체가 더는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일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남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