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유럽 여행을 추억하며 - 1일 1미술 1교양을 읽고
나는 미술 문외한이다. 아는 화가라고는 고흐뿐이고,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아 본 적도 없다. 내게 미술은 하나의 귀족들의 교양, 즉 사치적인 문화처럼 여겨졌다.
물론 이런 내 생각은 무지에서부터 기인한 것이었고, “1일 1미술 1교양”을 읽으며, 예전에 봤던 작품들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때 이 책을 먼저 읽어봤다면, 나는 어땠을까?
이 책은 단순하게 저술되어 있다. 하루에 한 미술을 체득할 수 있게, 그래서 하루에 교양을 하나씩 배워나갈 수 있게 정리되어 있다. 구어체로 저술되어있어 이해하기도 쉽다. 물론, QR코드로 유튜브 해설까지 볼 수 있다. 받아 본 책은 일 권으로 원시미술에서 낭만주의까지, 미술의 변천 과정을 설명해준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을 때, 유럽의 박물관과 유적지들이 떠올랐다.
예전에 오스트리아에서 살아본 적이 있다. 그 덕에 오스트리아의 박물관을, 궁전을, 그리고 공원을 모두 섭렵할 수 있었다. 물론 틈틈이 근처 국가의 문화까지 탐방했다. 박물관이나 궁전을 들어갈 땐 오디오 가이드가 필수였다. 내 발이 이끄는 데로 원하는 작품 앞에 서서 그것에 알맞은 번호를 누르면 설명이 나왔다.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나였지만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라면 무적이었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흔히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얘기하는 로마에서는 오디오 가이드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혹자는 ‘가이드 투어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외국인 친구와 여행 중이었다. 영어로는 가이드 투어 내용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 친구와 둘이서 여행지를 돌아봤는데 별로 감흥이 없었다. 아무래도 아는 것이 없으니 보이는 것이 없었던 것 같다.
한국에 돌아와서 친구들과 유럽 얘기를 할 때가 있다. 로마를 가본 친구들중 열에 아홉은 로마가 자신들의 인생 여행지라 한다. 로마인들의 기술력에 반하고, 도시 곳곳에 깔린 유적지 때문이라 했다. 특히나 친구들은 콜로세움이 정말 멋있다고 했다. 물론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람을 죽이는 경기장을 어떻게 단순히 멋있다고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친구가 어떤 마음으로 콜로세움을 멋있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콜로세움은 로마의 황제였던 베스파시아누스가 통치의 목적으로 세웠다. 로마인들의 흥미를 쇼로 집중시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쇼’는 우리가 생각하는 죽고 죽이는, 그런 쇼였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처음 안 사실은 콜로세움에서 해상 전투가 있었다는 것이다. 콜로세움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주변에는 대량의 물을 끌어다 올 곳이 없다. 가장 가까운 강은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테베레강뿐이다. 또 콜로세움은 5만 명에서 8만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경기장이다. 어떻게 그 큰 경기장을 물로 채웠는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라 한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놀라운 로마인들의 기술력을 평생 몰랐을지도 모른다.
“1일 1미술 1교양”은 서양미술사를 알려주는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미술사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엿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만큼 하나의 양식에 대해 다방면으로 세세히 설명해준다.
올여름, 혹시 자신이 몰랐던 서양미술에 대해 궁금하다면, 책 “1일 1미술 1교양”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혹시나 자신이 몰랐던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의 콜로세움처럼 말이다.
1일 1미술 1교양 - 원시미술 ~ 낭만주의 -
지은이 : 서정욱
출판사 : 큐리어스(Qrious)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52*210
쪽 수 : 328쪽
발행일
2020년 07월 20일
정가 : 15,800원
ISBN
979-11-6165-957-2 (04600)
저자 소개
서정욱
2008년 서정욱갤러리를 시작하여 다양한 기획전시를 진행하였고, 다수의 잡지와 신문에 미술 칼럼을 기고했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이 미술을 어렵고 멀게 생각한다고 느껴 2009년 '서정욱 미술토크'를 조선일보에 연재했고, 서울시 인터넷방송, 애플리케이션, 팟캐스트를 거쳐 지금은 YouTube와 Naver TV에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이 많은 사람의 삶에 함께하길 바라며, 미술을 쉽게 알리는 일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원문 보기]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9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