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rry Nov 27. 2021

정상화 작가의 새로운 공간과 작가정신



들어가며


정상화 작가는 우리나라의 대표 단색조 추상화가이다.

단색조는 무엇일까?

단색조는 한 가지 색 또는 비슷한 톤의 색만을 사용한 그림으로 한국의 미학을 담은 그림*이다. 




새로운 공간 속 단색조의 미학


정상화 작가의 작품은 평면이지만, 이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있다고 느껴진다. 이건 정상화 작가의 작업 기법을 보면 조금 이해가 된다. 정상화 작가는 작업할 때 캔버스에 먼저 두텁게 고령토를 칠하고 이 위에 격자로 꺾어가면서 표면을 갈라지게 한다. 그리고 이 위에 물감을 칠하면서 물감을 뜯어내고 메우기를 반복한다. 이런 과정에서 틈과 틈 사이에 물리적인 공간이 만들어지고, 여기서 필자는 평면인 작품에서 공간을 느꼈다. 갈라짐과 틈이 만들어 내는 음영으로, 사이가 맞닿아 있는 두 면이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상화, <작품 G-3>, 1972, 캔버스에 유채, 190*13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작품 G-3>를 보면, 태풍에 빨려 들어가듯이 스프링 세상에 빨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스프링 안과 밖이 다른 공간이라고 느껴져, 평면 그림 속 세상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필자는 둥글게 휘어져서 이어져 있는 형상을 스프링이라고 생각했다.)




정상화 작가의 작가정신



정상화 작가는 이렇게 물감을 뜯어내고 메우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작가 정신을 작품에 담아냈다. 작가 자신이 자신의 작품에서 추구하는 바가 있고 그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정상화 작가의 자신감이 좋았다. 단순 반복 작업일 수 있지만, 이 또한 작가만의 작업 방식이고 단순 반복을 통해 생기는 갈라짐, 크랙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온전히 작가 자신만이 작업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점에서 정상화 작가의 작품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 작업 방식에서 새로움을 만들어 내고 여기서 자신의 작품 세계관과 작가 정신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모습이 정상화 작가만의 작품 세계가 구축된 것 같아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느껴졌다.



똑같지 않은 비슷한 무늬의 반복


정상화, <무제 87-2-10>, 1987,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30.3cm.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가로 162cm, 세로 130.3cm 크기의 <무제 87-2-10> 작품을 보면, 관람객보다 훨씬 큰 크기의 캔버스에 압도된다. 그리고 멀리서 보면 같아 보이는 무늬들의 반복이, 사실 가까이에서 보면 비슷한 무늬들의 반복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정상화 작가가 말하는 작가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느꼈을 작가의 고됨과 숭고함의 정신이 느껴졌고 작품 속에 녹여낸 작가의 시간과 노력이 느껴졌다. 뜯어내고 메우는 반복적인 작업으로 비슷한 무늬가 연출이 되지만, 이 과정 에서 다름이 연출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물감과 고령토의 물성을 활용해서 갈라짐을 만들고 이러한 갈라짐으로 여러 무늬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는 점이 필자의 마음을 뛰게 했다.



재료의 물성 연구


이렇듯 정상화 작가의 작품을 보면, 정상화 작가가 물감과 고령토 등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한 재료에 관한 물성 연구를 많이 했음을 알 수 있다. 정상화 작가의 주 작품기법인 뜯기와 메우기 기법은 시간의 경과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물감과 고령토에 관한 물성연구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을 완성해 나가면서 자신이 사용한 재료들의 시간에 따른 상태와 상호작용하고 여기서 오는 새로운 갈라짐과 변화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것이 정상화 작가가 작업활동을 하는 데 있어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




끝맺으며


작가가 말하는 작가 정신이 자신의 작품을 보는 관람객에게 전달될 때, 그 작품은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정상화 작가의 작품은 의미 있고 단색조 추상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보기에 앞서, 단색조를 생각하면 떠오른 것은 한 가지 색만을 사용해서 표면에 단조롭게 깔끔하게 특별한 회화 없이 묘사된 그림이었다. 단순할 것만 같았던 단색화 작품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단색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보면 노과다 라고 느껴질 수 있는 작업기법을 작가는 자신만의 작가 정신으로 이야기했고, 여기서 새롭게 생겨나는 갈라짐을 통해서 단색조 작품은 단순할 것이라는 필자의 편견을 깼다. 작품 속 갈라짐을 보며 평면 작품 속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정상화 작가의 단색조 추상 작품이 단순하지만은 않았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 시사상식사전,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440444&cid=43667&categoryId=43667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