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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rry May 16. 2022

사진의 매력에 빠지다.

요시고 사진전 감상


따뜻한 색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요시고 사진전이 좋았다. 포근한 색감과 함께 어우러지는 빛과, 빛으로 인한 그림자의 어울림이 사진 속에서 특별한 구도를 만들어서 재밌었다. 빛의 변화를 고려해서 사진을 찍는 작가의 모습이 마치 인상파 화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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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담는다는 점에서 사진 작가의 직업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건물이라는 피사체는 몇 년이 지나도 같은 자리에 있지만,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고 세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한다. 사진을 찍는데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인 빛도 매일 다르다. 같은 맑은 날이어도 햇빛의 따스함과 감도는 다르다. 사진 작가는 이렇게 변화하는 요소들을 모두 신경 쓰며 자신이 원하는 순간을 작은 사진기에, 작은 화면에 포착한다. 바로 이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변화하는 모든 요소를 고려하면서 자신이 가장 맘에 드는 순간을, 담고 싶은 순간을 작은 화면에 담는 것이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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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진은 현실에 있는 것을 그대로 담을 뿐, 작품으로서 매력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던 적이 있다. 이번 요시고 사진전을 통해서 작품으로서 사진의 진가에 대해 알게 됐다. 건물 하나를 찍어도 작가는 사진 속 렌즈로 새로운 시각을 담아, 순간적으로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담고, 각도를 새롭게 하여 피사체를 새롭게 보며 이를 필름에 담는다. 단순히 현실의 모습을 사진에 똑같이 담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진 속에 작가의 생각과 시각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요시고 작가의 사진 속 건물을 직접 본 사람이 요시고 작가가 찍은 건물 사진을 본다면 새로운 건물을 마주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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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고 사진전의 사진 작품은 다양한 크기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중간 사이즈의 사진 3개가 일렬로 한 벽면에 전시되어 있기도 했고, 15개의 작은 사진이 함께 전시되어 있기도 했고, 아크릴로 크게 전시 중앙에 전시되어 앞뒤로 다른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기도 했다. 



9개의 작품이 함께 있는 전시 공간에서는 분명 한 작품, 한 작품으로는 평범하게 다가오는 사진인데, 이렇게 다 같이 구성되면서 각각의 작품이 서로에게 특별한 사진 공간처럼 만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떠한 사진을 같이 전시할지 고민했을 작가님과 큐레이터님의 노고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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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관심이 많아서 건축을 주제로 찍은 섹션이 있어서 좋았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건축이 있다는 걸 느꼈다. 요시고 작가 사진 속에 있는 건물을 직접 보고 싶었다. 



건축 사진 중에서도 이 사진들은 특히나 더 정제되고 규칙적인 배열의 도형적 구성이 돋보였다. 규칙성이 있어서 단순하고 지루해 보일 수 있고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빛과 색감으로 따뜻한 느낌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 차갑고 따뜻한 대립하는 감각이 사진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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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림을 그릴 때, 종이에 그릴 지, 화선지에 그릴 지, 캔버스에 그릴 지 고민하고, 물감을 쓸지, 유화를 쓸지, 연필로 그릴 지 등의 소재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한다.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렌즈에 담은 시각을, 자신의 의도가 가장 잘 담길 수 있도록 어떠한 소재에 프린팅 할지 선택하는 과정도 흥미로울 것 같다. 요시고 사진전을 보면서 다양한 소재로 프린팅된 사진을 보았다.


특히 일본에서 찍은 사진은 또 다른 방식으로 프린팅해서 돋보였다. 차가운 공기를 맞고 있는 작가가 따뜻한 집 안을 보는 듯한 시각을 담은 이 작품은 외롭고 쓸쓸하면서도 따뜻했다. 이러한 대비되는 감정을 주변 요소는 뿌옇게 처리하고 집 안의 불빛만, 주홍, 노랑의 따스함만, 주목하도록 남겼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추운 겨울,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라는 공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봤다. 따뜻한 음식점 안과 추운 날씨로 인해 유리창에 생긴 김은, 요리에 집중하는 요리사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담은 카메라의 시선으로 인해 온도 차로 인해 생긴 김이 아닌, 노동으로 인한 땀으로 느껴졌다. 이러한 요시고 작가의 작품 속 요리사를 보며, 현대인의 치열한 삶을 느꼈다. 그리고 블러 처리 되어 있는 손님의 모습이나, 창틀 너머로 보이는 인물들의 모습이 서로가 서로에게 단절된 채, 개인주의적인 현대인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묘하게 공감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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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곳은 전시 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어서 좋았다. 놀이터 바닥이 모래에서 고무 쿠션으로 바뀌면서 바닷가가 아닌 공간에서 모래를 밟을 일이 정말 없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서 바닷가가 아닌 공간에서 모래를 밟을 수 있었다. 확실히 코로나 19로 여행을 못 가서 그런지 서울 한 복판 건물 안에서, 그것도 이렇게 작은 공간에서 모래를 밟을 수 있다는 점이 기분이 좋았다. 이런 뜻밖의 공감각적인 전시는 기분을 좋게 만든다. 





요시고 사진전은 전시를 보는 동안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전시 공간도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시 건물 자체가 원형으로 되어 있어서 마치 정말 세계 일주를 하는 기분이었다. 빙글빙글 전시 공간을 돌면서 섹션마다 새로운 나라와 사진 주제를 만나는 전시 공간이 재밌었다. 각 도시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은 요시고 작가의 일생과 작품이 이러한 전시 공간과 참 잘 어울렸다. 


스쳐 지나가면 그냥 지나가면 평범한 물건인데, 건물인데, 풍경인데, 카메라 속 렌즈의 세계에 담으면 작품이 되고 특별해 지는게 사진이 주는 매력인가 싶었다. 일상이 주는 소소한 매력이 이런건가 싶었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 사소한 새로움을 발견하고 신나하고 기뻐하고, 때로는 지루하고 따분한 일상일지라도, 일상이 소중한 이유가 이런건가 싶었다. 익숙함에 속아 무뎌진 나의 일상을 좀 더 새롭게 바라 보는 건 어떨까. 요시고 사진전은 이런 저런 일상의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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