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티 커피를 앤틱 컨셉 공간에서 즐기는 강릉 카페
요즘 세대는 '오래된 것'에 열광한다. 20년 전 엄마가 입었던 옷은 빈티지룩으로 이름을 바꿔 트렌드 패션이 되고 할머니 집에서나 보이던 자개공예는 글로벌한 디자인이 되었다. 오래된 것은 촌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매력이 되기도 한다.
오래된 것에서 불편함이 아닌 따뜻함을 발견한 공간이 있다. 강릉에 위치한 카페 <스테딜리>는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작은 앤틱 카페이다. 앤틱 가구로 채워진 편안한 공간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한다. 자연스러움과 따뜻함, 세련된 모던함이 공존한다. 독보적인 컨셉의 공간과 퀄리티 있는 커피 맛으로 알려져 지역 주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찾는 곳이다. 카페 스테딜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최다윗 바리스타도 오래된 것에서 따뜻함을 발견한 사람이다. 그가 나누고자 하는 따뜻함과 행복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카페 스테딜리에 오면 19세기 유럽 귀족의 방에 온 것처럼 느껴져요. 이 공간의 컨셉은 무엇인가요?
전체적으로 앤틱 컨셉으로 모던한 분위기와 원목 나무의 느낌을 살렸어요.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처음 앤틱 컨셉을 접한 후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찾아다녔어요. 앤틱 가구는 오랫동안 탐구하고 찾아다녀야 취향에 딱 맞는 걸 알아볼 수 있어요. 이곳에 있는 앤틱 소품과 가구를 취향에 맞게 하나 하나 천천히 수집하는데 1년 정도 걸렸어요.
앤틱 컨셉의 인테리어가 주는 매력은 '따뜻함'이에요. 새제품이 아닌 만큼 사람의 손길이 닿아있고, 실제로도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고쳐서 써야하는 것들도 있고요. 저는 이런 점에서 긍정적인 매력을 발견하고 따뜻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이런 분위기와 어울리게 컵과 그릇을 골랐어요. 조명도 강하지 않은 감도의 주황색 빛으로 신경썼어요. 앤틱 가구는 어두울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하거든요.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상적인 이용 방향이 있으셨나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상적인 목표가 있었어요. '행복감을 주는 공간을 만들자', '스페셜티를 편안하게 경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자'라는 것이에요.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이 좋아서 카페를 오픈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행복했어요. 책을 보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혼자 공부를 하기도 했고요. 제가 느꼈던 행복감을 손님들도 느낄 수 있도록 행복감을 주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카페에서 갖는 행복감이란 '편안한 공간, 좋은 음악, 맛있는 커피' 세 가지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카페인으로서 소비되는 커피가 아닌 기호 식품으로서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커피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를 선택했어요. 대충 만들어서 판매하기 보다는 제대로 공부해서 최선의 커피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테라로사에서 일하며 설거지부터 시작해 커피 내리는 일까지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어려워하는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요. 필요하면 원두의 특징이나 맛을 설명해드리고 취향에 맞는 것으로 추천해드리기도 해요. 이곳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어렵지 않게, 편안하게 경험하면 좋겠어요.
공간 곳곳에 식물이 많아요. 앤틱 가구와 따뜻한 컨셉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떤 의도로 화분을 놓으셨나요?
선물 받은 마음을 간직하고 싶어서 식물을 공부하고 돌보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늘어난 화분을 공간에 어우러지도록 배치하면서 알맞은 자리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여기 있는 화분은 대부분 선물 받은 것들이에요. 몇년 전 오픈할 때 선물로 화분을 많이 받았어요. 그 마음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죽이지 말고 잘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이전엔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물을 줘야 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어요. 그래서 식물에 대해 공부해가면서 잘 기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갔어요. 그러다보니 더 커진 식물도 있고 직접 사기도 하면서 이렇게 많아졌네요. 이사 가는 손님에게 받은 화분도 있고 친구가 나눠준 꽃을 버리기 아까워 물에 담궈놓은 것도 있어요. 신기한 건 이렇게 키워서 심은 맨드라미에서 씨앗이 떨어져 모종을 내기도 했어요.
이 공간에 담긴 다윗 님의 '나다움'이 있을까요?
손님들에게 이곳이 '전문성, 책임감, 따뜻함'을 가진 공간으로 비춰지면 좋겠어요. 이것이 결국 '나다운'점이라고 생각해요.
카페를 운영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철칙이 책임감이에요. 사실 몇백 잔의 커피를 만들다보면 베스트가 아닌 커피가 나올 때도 있어요. 바쁘니까 적당히 드릴 것인가, 다시 만들어서 최선의 커피를 드릴 것인가 고민하는 순간이 오기도 해요. 이럴 때 책임감을 가진 기준이 필요해요. 모든 손님에게 최선의 커피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과 책임감을 가진 태도를 갖고 일해요.
따뜻함은 공간을 구성한 인테리어와 컨셉이면서 친절함을 담은 서비스 정신이기도 해요. 스테딜리에 오는 손님들이 좋은 경험을 했으면 하는 진심, 이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함입니다. 커피가 아무리 맛있어도 제공하는 사람이 불친절하면 의미가 없어요. 커피에는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결과물의 완성도가 달라요. 그래서 커피를 만들 때마다 좋은 태도를 유지하려고 해요. 동시에 개인적인 기분이 일할 때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요.
스페셜티 커피와 앤틱 가구는 꾸준함이란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카페인으로서 소비되는 것이 아닌, 디테일한 감도로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앤틱 가구는 오랜 시간이 쌓여야 하는 특징과 지속적으로 탐색해야 하는 점에서 꾸준함을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매력적인 공간에서 꾸준함의 미학을 발견하고 싶다면 카페 스테딜리를 방문해보길 권한다.
강릉 남산공원 : 봄, 가을 쯤 평일 저녁에 가면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해요. 강릉에서는 벗꽃을 보러 가기에 유명한 곳이지만 사람이 많이 없는 곳을 선호하는 저에겐 봄, 가을 시즌에 자주 가요. 친구들끼리 돗자리를 펴고 앉아서 치킨 먹으며 쉬기에 좋은 장소에요.
테라로사 사천점 : 바로 앞에 소나무 숲길과 바다가 있는 곳. 바로 옆에 습지도 있어요. 겨울을 제외하고 앞에 있는 소나무 숲에서 돗자리 펴고 시간을 보내기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