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앤돌핀
인도를 향해 떠나는 사람이 간직해야 할 명제는 이것이다.
'인도를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라.'
진정한 여행의 고수만 간다는 인도. 나에게는 여전히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나라다. 비록 회사에서 많은 인도사람들과 일을 하지만, 인도는 더럽고 불편하고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 문제투성이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내 편협한 의견이지만, 어쨌든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일도 없던 곳이다.
그런데 류시화작가의 『지구별 여행자』를 읽고는 조금 마음이 변했다. 아니, 언젠가는 꼭 진정한 인도를 여행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로 인도여행러, 류시화 작가가 들려주는 인도의 이야기는 많은 모습을 하고 있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신나고, 때로는 짜증나고, 때로는 신비하고, 때로는 전율을 돋게하는 명언이 훅 날아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도에서 6개월 가량 지내고 왔던 친한 친구가 생각났다. 사진 한장 남기지 않고 돌아온 그녀석이 한 말은 "야, 인도 완전 짱이야~!"라는 말이었다. 그때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이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류시화 작가의 시선을 따라 책을 읽는 내내 함께 인도 여행을 한 것만 같아 너무 마음이 좋다. 여관주인, 식당 주인, 거리의 거지들, 상인들, 명상하는 스승들이 류시화작가에게 툭툭 던져주는 명언들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는 인도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최근 사회과학서만 보다 이런 말랑말랑한 책을 읽으니 뇌가 시원해진 느낌이다.
그들은 골프 경기만이 아니라 삶 또한 그렇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의 계획대로 다 조종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매번의 코스마다 긴꼬리 원숭이가 튀어나와 골프공을 엉뚱한 곳에 떨어뜨려 놓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미소를 지으며 미스터 굽타가 말했다.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충고는 바로 이것이오. 좌절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여행을 계속하시오."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인생은 때론 내가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넘어서야 하는 시련을 주기도 한다. 애써 세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고 낙담 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기에 그 자리에서 다시 최선을 다해 시작하면 된다. 골프공이 떨어진 그 자리가 바로 내가 다시 가다듬고 출발해야 하는 자리인 것이다. 결국 골프공은 홀컵에 들어가듯, 우리도 목표에 반드시 도달 할 수 있다. 후회하고 불평하는데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신이 준 성스런 아침을 불평으로 시작하지 마시오. 그 대신 기도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하시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불평을 한다고 해서 무엇을 얻을 수가 있겠소? 당신이 할 일은 그것으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이오."
올드 시타람 씨가 내게 물었다. "당신은 행복의 비밀이 무엇인지 아시오?" 내가 말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고 있자, 그가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했다. "행복의 비밀은 당신이 무엇을 잃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얻었는가를 기억하는 데 있소. 당신이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오. "
이미 일어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그것으로 부터 배우기를 노력하라.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 긍정적인 마음에 집중하는 것이 바로 행복의 비결이다.
"이것을 잊지 말게. 삶에서 만나는 중요한 사람들은 모두 영혼끼리 약속을 한 상태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야. 서로에게 어떤 역할을 하기로 약속을 하고 태어나는 것이지. 모든 사람은 잠시 또는 오래 그대의 삶에 나타나 그대에게 배움을 주고, 그대를 목적지로 안내하는 안내자들이지."
우리가 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은 영혼의 약속을 한 사람이라고 한다. 나에게 나타난 사람이 어떻게 보이든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 있기에 내 삶에 들어온 것일까. 그렇다면 한명한명 소중히 대하고 편협한 시선이 아니라 능동적인 시선으로 사람을 대할 때, 그 진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라자 고팔린 씨의 예리한 지적대로, 삶의 중요한 것들은 직접 경험해야만 자신의 것이 되는 법이니까.
"당신의 영혼 깊이 새겨진 진실한 경험이 아니라면, 그것은 글로 쓸 가치도 없소. 머릿속에 한순간 스쳐지나가고 마는, 그래서 금방 잊어버릴 수도 있는 것들을 갖고 글을 쓴다면, 그것이 어찌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겠소?"
어려서부터 나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며,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고 많은 메모를 하라고 배워 왔다. 그런데 지금 이 문맹의 노인이 내게, 그보다는 먼저 가슴에 남는 진정한 경험을 하라고, 그런 다음 그 경험들을 글로 쓰라고 충고하고 있었다.
내가 경험한 것만이 진짜 내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진짜 내 생각이다. 진심으로 글을 써야 글을 읽는 사람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거짓말과 포장은 통하지 않는다. 글은 마음으로 써야 한다.
"신이 창조한 날은 단지 오늘뿐이란 말이오. 어제와 내일을 만드는 건 바로 우리 자신들이오. 안 그렇소?"
아..곱씹을 수록 향이 깊어지는 글귀다. 신은 오늘만 만들었다. 우리도 오직 오늘만 살 수 있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내가 경험하고 배우고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늘이다. 간단하지만 생각해 보지 않는 진실이다. 만약 내가 거대한 프로그램속에 사는 가상의 사람이고 매일매일 자는동안 리셋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제도 없었고 내일도 없고 같은 오늘이 계속 반복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삶은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한두 개의 꿈을 되찾으려는 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무렵의 일이었다.
"모세에게는 십계병이 필요했지만, 우리에게는 한 가지 계명만 필요할 뿐이지. 지금 이 순간에 살라는 것 말이야." (...) '어디에 가든 그곳에 있으라!' 이것은 인도를 여행하는 모든 여행자들의 계명이기도 했다.
"이 사실을 잊지 말게나, 그대 가슴속에도 빛이 있다네. 그 빛이 바로 신이라네. 그 빛을 발견하면 결코 길을 잃지 않을 거야."
직감이라는 것을 뇌과학적으로 보면 학습의 결과다. 오랜 기간동안 반복해온 일은 어느새 뇌의 기저핵에 새겨지고 이는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직감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빛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내 마음속에 품은 꿈, 열정이 바로 빛이 아닐까. 그것을 따라가면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나는 깨닫는다.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이 하나의 과정이었음을. 내게 필요했기 때문에 그 많은 일들이 일어났음을. 한때 나는 어리석었고, 긴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과정이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로 나를 데려오기 위한 필연적인 단계였다. 그 길 외에 다른 길은 있을 수 없었다.
'우주의 힘' 이야기를 나는 믿는다. 트랜서핑의 현실을 선택하는 방법과 몇몇 책에 나오는 우주에 주문을 하는 것들 말이다. 그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나는 원하는 것만 선택하면 된다는 것이다. 중간 과정은 어떻게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착실히 내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일어나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이 책에서도 읽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더 반갑다.
"잠든 사람은 깨우기 쉽지만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가 없는 법이다.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그는 계속해서 잠든 척하고 있기 때문에 깨울 수가 없다. 그대여, 차라리 깊이 잠들라. 아니면 자신이 이미 깨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대가 부처가 아닌체 행동한다면 , 누구도 그대를 부처이게 할 수 없다."
"우리의 삶에 다음이란 없어요. 지금 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중 하나일 뿐이에요. 늦기 전에 그걸 깨달아야 해요."
한 곳에 오래 머물라. 그래서 그들과 하나가 되고, 똑같은 태양으로 이마를 그을리라. 그것만이 자아의 벽을 허물고 세상과 화해하는 길이다.... '옴마니밧메훔'과 함께 내 목걸이에 새겨 둘 중요한 여행 수칙이었다.
결국 나는 깨달음의 끝에서 진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깨달음은 심오한 경전이나 가르침, 특별한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찾아 방황하는 그 순간들 속에 있었다. 그렇다. 매 순간순간의 삶이 중요한 것이었다. 깨달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진리는 어디에나 있었다.
우리는 종종 목표에 도달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무언가 결과를 만들어 내야만, 혹은 시험에 붙거나 목표를 달성 해야만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과정도 충분히 옳다. 나를 진짜로 발전 시키고 성장 시키는 것은 그 '과정'이다. 그 과정을 옳게 하면 목표는 자연히 이루어진다. 그러니 항상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내가 누구이든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 서 있든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축복하는 것, 그것이 내게는 여행자로서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였다.
나의 종교는 길 위에 있었다. 그리고 내 종교의 첫째 교리는 '홀로 방랑하라!였다. 그것도 '목적을 내 던진 채'로! 두 번째 교리는 어디에 가든 판단하지 말고 그 장소를 받아들이라. 또한 그 장소에 있는 수많은 나를 발견하라는 것이었다.
인도를 향해 떠나는 사람이 간직해야 할 명제는 이것이다. '인도를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라.'
인도는 마음으로 여행해야 한다고 한다. 많이들 하는 수박 겉핥기 식 여행을 하면 인도는 지옥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기억하자. 여행도 마음으로 볼 때 더 가치있어 진다는 것을!
"너는 길을 잃었다고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신의 계획에 따라 정확히 어딘가로 가고 있는 중이다. 네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너는 분명히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누구입니다?" 내 질문에 한 사두가 말했다. "네가 아닌 것을 하나씩 전부 부정해 나갔을 때 최후에 남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너 자신이다."
내가 좋아하는 미국의 영화배우, 메튜 매커너히가 한 말과 정확히 같다. "내가 아닌 모습을 지워 나가다 보면 진짜 내가 누군지 알게 된다.' 내가 누군지 모를때, 꼭 해보아야 하는 방법이다.
인도에 가면 만나는 나의 스승 수크데브 바바지는 '어떻게 하면 삶에서 행복할 수 있는가?라는 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 자신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매 순간 기억하는 일이다."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라. 그것이 신이 네게 준 사명이다!" 이것은 어느덧 내 가슴에 새겨진 첫 번째 계명이 되었다. 행복을 잃는다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뱅골 지방의 성자 라마크리슈나는 말했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집과 돈과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리고 당신이 이미 행복하다면 그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행복해지는 단 하나의 길은 우리 자신이 행복해지는데 필요한 많은 것들을 이미 갖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더불어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것. 삶을 사랑하고, 상처받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행복은 때때로 놀라움과 함께 찾아오며, 자기 자신이 완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곧 행복임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류시화작가가 인도여행을 통해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행복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바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 현재에 살아야 하고 내가 살아있을을 매 순간 느끼며 감사해야 하는 것. 그것이 인생과 삶의 진리라고 작가는 내게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매일 감사한다고 말하다 보면 그 근원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행복감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