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 정석> - 박신영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대화를 할까? 집에서는 가족, 학교나 회사에서는 친구, 직장동료와 이야기한다. 어느 곳에서든지 스마트폰을 통해 항상 타인과 대화를 한다. 대화의 목적은 의사소통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방에서 전달하는 것.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대화이자 소통이다. 하지만 소통이 그렇게 쉬운 것만 같지는 않다. 도대체 그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또는 이렇게 쉬운 것을 알아듣지 못하는 상대방이 답답할 때도 많다. 남 탓은 하지 말자. 대부분 나 자신의 문제일 경우가 많다. 그 이유가 뭘까?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할지 기획하지 않고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말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화의 핵심은 남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이다. 물건을 판매하는 것도 소비자를 설득시키는 것이다. 설득은 남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그 설득에는 반드시 '기획'이 필요하다.
기획이라고 말하면 보통 어렵게 생각한다. 전략, 마케팅, 행사, 사업, 경영과 같은 단어와 함께 '기획'이라는 말을 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기획은 일상 곳곳에 필요하다. 업무 보고, 제안서를 작성, 아이디어 정리, 글쓰기, 강의, 강연, 모임, 발표, 공부 등 기획은 일상생활에 항상 자리하고 있다. 다만, 잘 모를 뿐.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위한 '기획'방법 5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1. 상대방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자신이 무엇을 말했느냐보다 상대방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렸느냐가 더 중요하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말을 하기 전에, 상대방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을 그려줄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미 그 주제에 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련의 과정과 결과물들이 머릿속에 펼쳐져 있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하나하나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주듯 설명해야 한다. 코끼리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코끼리를 묘사하듯이 말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하느냐 보다 상대방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리는지가 더 중요하다. 다르게 말하면 내가 어떤 그림을 상대방 머릿속에 그려주느냐에 따라 상대방은 그 주제에 대한 인상을 가지게 된다. 내가 하려는 말, 제안, 제품을 상대방이 어떻게 인식했으면 좋은지 그 방향을 먼저 결정해 두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상대방이 받아들이게 하려면 그 모습대로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면 된다.
2. 본질적인 왜?라는 물음에 내 답을 연결하기
훌륭한 기획은 이렇듯 상대방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연구하여 그 본질적 니즈인 why에 내가 말하고 싶은 what을 연결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별로 솔직하지 않다. 어떤 제안을 했을 때 '괜찮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닌 애매한 답변도 많다. 그것은 그들의 진짜 마음이 아니다. 상대방의 진짜 속마음을 모른다면 설득도 실패라고 봐야 한다. 우선 상대방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5 why라는 기법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5번 하는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좀 더 본질적인 답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중년 남성에게 화장품을 판매한다고 생각해 보자. 화장품의 원료가 얼마나 좋고, 어떤 향이며, 텍스쳐는 어떠한지, 가격은 얼마나 합리적인지 설명해도 판매가 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유가 뭘까? 사실 그 중년 남성은 젊어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젊은 남자들이 사용하는 화장품을 사용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만약 판매자가 이렇게 말했다면 어떨까. "20대 남성들이 제일 선호하는 제품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럼 가격이 어떻든 그 중년 남성은 그 화장품을 구매했을 가능성이 크다.
상대방이 진짜로 원하는 바를 찾았다면, 그것에 내가 제안하려는 바를 잘 연결시키면 된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지요? 그것에 대한 답은 제가 가지고 있는 이것입니다."라고 말이다. 진짜 본질적인 요구를 찾아내고 그것에 내가 가진 것을 잘 연결한다면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
3. 문제를 명확히 하기
문제가 선명해야 해결책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래서 해결책을 미친 듯 이 찾기 전에 문제 자체를 선명하게 파악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무언가를 기획한다는 것은 결국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과 같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기획하기에 앞서 반드시 문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명확한 문제처럼 보여도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직장에서 회의를 할 때 자주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회의실에 모여 회의를 하다 보면 미궁에 빠져들 때가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무리 브레인스토밍을 해도 소용이 없다. 문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기획을 할 수 없다. 문제를 명확히 하는 것은 좋은 기획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4. 콘셉트 만들기
구입 후에 ‘내가 왜 샀을까?’라는 후회가 밀려올 때 ‘나는 잘 샀어. 왜냐 하면...’의 뒤에 들어가는 한마디가 바로 콘셉트이다. 따라서 콘셉트는 what이 아니라 미디어인 소비자가 물어볼 why에 대한 대답이어야 한다.
유사한 수만 종의 상품중에 왜 어떤 것은 더 잘 팔릴까? 왜 어떤 가게는 장사가 잘 되고 어떤 곳은 폐업을 할까. 왜 어떤 방송 프로그램은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어떤 프로그램은 종방을 맞이하는 것일까. 그 핵심은 콘셉트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선택했을 때 그들의 머릿속엔 자연스럽게 몇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그에 대한 적절한 답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콘셉트이다.
좋은 콘셉트는, 사람들에게 '허세 거리'가 되어 줄 만한 가치와 개성을 지니고 있거나, 남들이 전부 다 사용하는 '이것이 대세'라는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큰 흐름을 벗어나길 두려워한다. '내가 팔려는 상품이 그들이 SNS에서 인증할만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럼!'이라는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는 진정한 공감과 진성성이 들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보았을 때 '이거 완전 내 이야기인데?'라고 할만한 콘셉트라면 크게 환영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심이 담겨야 한다.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다면 어떨까. '네가 그렇게 된 것은 네 탓이 아니야. 이것이 없었기 때문이야'라는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다면? 그들은 곧 이 상품의 팬이 될지도 모른다. 그들의 핑계거리가 기꺼이 되어 주는 것이다.
좋은 콘셉트가 성공하고 인지도가 쌓이면 그것이 브랜드가 된다. 브랜드 가치가 확립되면 그것이 바로 최고의 콘셉트가 된다. 나이키 운동화를 산 친구에게 '왜 나이키 운동화 샀어?'라고 물어본다면 '나이키니까!' 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5. 뇌에 꽂히는 스토리텔링
똑같은 주제에 대한 말을 해도 스토리를 담아서 말하면 더욱 강력하다. 사람은 근복적으로 딱딱한 이야기보다 스토리가 담긴 말을 잘 기억하고 좋아하며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단순한 이야기보다 스토리가 담긴 전래동화를 누구나 다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스토리가 담긴 말은 상대방에 뇌에 꽂히는 말이다. 스토리가 담긴 말을 하기 위한 4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숫자를 사용하기
당신의 기획은 사실만 있는가? 아니면 숫자가 있는가? 숫자가 있다면 당신만의 숫자인가, 그분과 ‘연결’되는 숫자인가?
단순한 사실 나열과 설명보다는 명확한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좋은 글들이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를 가지고 설명하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는 말보다 '전체 인구 20%'가 더 낫고, '젊은 세대'라는 말보다 '90 연대생'이라는 말이 더 와 닿는다.
두 번째, 상대방의 지식과 연결하기
이미 그분의 머릿속에 있는 말과 나의 말을 연결하는 것이 비유와 은유이고, 그분이 알고 있는 용어를 살짝 바꾼 것이 언어유희이며, 그분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바꾸어서 보여주는 것이 패러디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많이 사용하는 기법이 비유화 은유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맞는 비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지니어에게는 숫자와, 공학적 지식과 유사한 비유를 하는 것이 좋고, 가정주부에게는 집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나 물건을 빗대어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돈을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돈을 예로 들고, 감성이 풍부한 아티스트에게는 특정 작품을 빗대어 표현하면 더 효과적이다. 상대방의 머릿속에 차지하고 있는 단어와 연결하여 비유하고 은유하고 패러디하면 그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셋째, 감성을 건드리기
뇌는 중립적인 단어는 잘 기억하지 못하고, 감성적인 단어는 ‘인두로 지진 듯이’ 기억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약자의 편에 선다.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것이 아니다. 약자의 입장을 취해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약자라는 말은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는 말이다. 이성적이고 아무리 논리적이어도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강연자는 자신의 어려웠던 시절을 이야기한다. 얼마나 춥고 배고픈 세월을 보냈는지 말이다. 얼마나 슬픈 경험을 했고, 얼마나 불쌍한 삶을 겪어 냈는지. 사람의 감성을 건드리기 위해서다. 감성을 건드리는 말은 그들의 뇌에 인두로 지진 듯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넷째, 비교하기
비교는 상대방의 머릿속에 다른 것이 먼저 떠오르게 한 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을 대비시켜서 그것이 얼마나 더 좋은지 보여주는 것이다.
비교는 물건을 팔기 위해 항상 사용되는 기법이다. 나의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어떤 점이 더 뛰어난지 항상 경쟁제품과 비교를 한다. 상대방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과 비교하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 제품을 떠올리게 되고, 그때 나의 제품을 비교해 준다면 비교적 쉽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그만큼 설득될 확률도 올라간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길거리 판촉이나 광고전화를 받으면 그들은 항상 현재 어떤 제품을 쓰고 있는지 묻지 않던가? 비교를 해서 판매하려는 제품이 더 좋다고 설득하기 위해서다.
내가 판매원이고 상대방이 이미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먼저 "왜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십니까?"라고 묻지 말고 "경쟁사 제품을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요?"라고 물어야 한다. 전자는 경쟁사 제품의 장점을 떠올리게 만들고 후자는 경쟁사 제품의 단점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경쟁사 제품의 단점을 떠올리는 순간, 내가 판매하려는 제품을 비교하며 장점을 부각한다면? 그 상대방은 내 물건을 구매하지 않을까?
기획은 특정일을 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설득을 하고, 제안을 하고, 강연을 하고, 판매를 하려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능력이다. 전문가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보다 나에게 잘 맞는 기획을 할 수 있다. 잘 기획된 말과 콘텐츠는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 설득을 잘 시키면 그만큼 나의 가치도 올라간다. 우리 누구나가 '기획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본문의 모든 인용과 기본 아이디어는 박신영 작가의 <기획의 정석> 책에서 발췌,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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