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
내 학생 시절에는 한창 PC방이 유행하던 때였다. 그 당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는 정말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을 때였다. 중학교 시절, 학교가 끝나기 무섭과 친구들과 PC방으로 달려가 팀을 짜 스타를 즐기기에 바빴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PC방뿐만이 아니라 플스방, 멀티방 등등 많은 '방'들이 생겼다. 요즘은 어떨까? 최근에 가장 핫 '방'은 바로 VR 방이다. 사실 '방'이라는 말은 이제 좀 촌스러워졌는지 '카페'라는 말로 바뀌었다. 그래서 가게 된 곳이 'VR 카페'. TV에서도 여러 번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즐기고 있었지만 나는 왠지 끌리지 않았다. '재밌어 봐야 얼마나 재밌겠어;'라는 약간은 회의적이고 편협한 나의 시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웬걸;; 직접 체험해 본 VR은 정말 신세계였다. 생각보다 몰입감이 너무나 좋았다. 손의 움직임,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게임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교감할 수 있었다. VR 헤드셋을 쓰고 화면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에 앉아 체험한 VR은 진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나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시간은 왜곡되고 몇 시간이 몇 분처럼 흘러갔다. 체험을 마치고 마음에 떠오른 한 가지 생각. '아 가지고 싶다 VR!'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가상이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였다. 영화를 한 3번 이상은 다시 본 것 같다.
그때부터였다. VR에 대해서 생긴 궁금증. 여러 경로를 통해서 VR 관련 기사를 보았지만 그 발전 과정이 어떠했는지 제대로 알기는 힘들었다. 갈증이 생겼다. 누가, 어떻게 VR을 발전시켰을까. 내 나름대로 지금의 VR 삼대장을 꼽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오큘러스 리프트, 소니 VR, HTC vive. 그중에 원조격인 '오큘러스'라는 회사에 대해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누가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회사를 만들었고 발전해 왔는지.
책 <더 히스토리 오브 더 퓨처>는 바로 그 오큘러스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제목에도 밝혔지만, 오큘러스는 현재 페이스북이 소유하고 있다. 무려 거금 20억 달러에(한화 약 2조 1500억;;; ㄷ ㄷ ㄷ) 페이스북은 VR 스타트업 회사 오큘러스를 2014년에 인수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바라보는 미래는 바로 VR이라고 말해 주는 듯 말이다. 오큘러스는 어떻게 페이스북에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가 되었을까. 그 중심에는 오큘러스의 진정한 창립자라고 할 수 있는 '팔머 럭키'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다른 유명한 미국의 성공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아무런 든든한 배경이 없는 학생이었다. 여기저기 알바를 하며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는 학생이었고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트레일러에서 살았다. 19세 청년 팔머 럭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허름한 트레일러였지만 사실 팔머 럭키의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마법의 공간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여러 가지를 만들고 시도했는데 그가 가장 사랑한 것은 HMD (Head mounted display) 즉, VR 헤드셋이었다. 2012년 당시 세상에는 아주 허접한 VR기기 밖에 없었고 팔머 럭키는 이를 더 발전시켜 진짜 몰입감 있는 VR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주는 헤드셋을 만들었다. 전선이 이리저리 엉켜있고 언뜻 보기에는 장난감처럼 보였지만 실제 그 몰입감은 그 당시 현존하는 그 어떤 VR 헤드셋보다 뛰어났다. 사실 완전 새로운 시대의 VR 헤드셋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는 이 제품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고 사람들에게 이 황홀한 물건을 알렸다. 그것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당대 게임업계에서는 신적인 존재로 여겨지던 존 카맥은, VR를 실감 나게 체험할 수 있는 헤드셋을 찾고 있었고 그가 온라인에서 만난 것이 바로 팔머 럭키의 VR 헤드셋이었다. 팔머 럭키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는 당장 자신의 시제품을 존 카맥에게 보냈고, 존 카맥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SW를 팔머 럭키의 VR 헤드셋으로 구동시켜 게임 엑스포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실제 이를 체험한 사람들의 극찬이 이어졌고 순식간에 미디어에 이 사실이 알려졌다. 사람들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저 대단한 HMD는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브랜든 이리브 라는 연쇄 창업가였다. 이미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적으로 엑시트 한 경험이 있는 그는 VR에서 또 다른 기회를 보았고 당장 팔머 럭키를 만났다. 팔머 럭키는 자신의 헤드셋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어느 정도 제작해 팔려는 계획만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브랜든 이리브를 만나면서 그들은 회사를 창업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오큘러스다. 브랜든은 능력 있는 사업가였다. 그이 노력으로 여러 훌륭한 인재들이 오큘러스에 합류하게 되었고 팔머 럭키또한 중요한 핵심 멤버로 오큘러스를 키워 나갔다. 팔머 럭키는 그 누구보다 VR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그 누구보다 오큘러스를 사랑했다.
2014년, 오큘러스에 또 한 번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바로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가 오큘러스 사무실을 방문한 것이었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차세대 먹거리,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해 VR을 선택했다. 그 당시 제일 잘 나가는 VR 기업이었던 오큘러스가 그에게 가장 적합한 인수 대상으로 보였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인수한 금액 20억 달러 (2조 1500억 원)은 상당한 금액이었다. 그만큼 마크 저커버그는 확신이 있었고 VR에 우리가 지금은 보지 못하는 미래를 본 것인지도 모른다. 오큘러스 멤버들은 페이스북에 회사를 매각하면서 곧바로 억만장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것이 이야기의 끝은 아니지만, 더 이상의 줄거리는 스포가 되기 때문에 여기까지..;)
19세의 나이에 회사를 오큘러스를 창립해 억만장자가 된 팔머 럭키의 이야기. 800페이지라는 엄청난 분량의 책이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아주 흥미롭고 재밌고 때론 조마조마하고, 분노와 희열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VR을 사랑하고 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를 좋아하는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19세 때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오직 수능과 대학만을 바라보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나. 그리고 19세의 나이에 오큘러스를 창립해 억만장자가 된 팔머 럭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 자극받고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1. 오직 실력으로!
19세의 나이에 팔머 럭키가 VR를 헤드셋을 만들고 존 카맥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그 제품 자체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게임 광이었던 그는 좀 더 실감 나게 게임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알바를 해 번 돈으로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대부분의 VR 헤드셋을 사서 써 보았지만 모두 기대 이하였다. 그는 직접 VR 헤드셋을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만들어낸 VR 헤드셋은 그 모양은 초라했을 지라도 몰입감은 당대 그 어떤 VR 헤드셋보다 뛰어났다. 그런 헤드셋을 만들어 냈기에 존 카맥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만약 그가 만든 헤드셋도 그저 그랬다면? 그저 스스로 만족할만한 정도였다면? 아마 존 카맥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실력이다. 실력이 뛰어났기에 그런 훌륭한 기기를 만들 수 있었고 그것이 또 다른 기회를 계속 불러와 결국 성공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무언가 하고자 한다면, 그것으로 성공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상위 20% 안에는 들어갈 정도의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취미가 아니라 그것에 인생을 걸려고 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최고의 실력을 쌓는데 힘써야 한다. 그 실력을 쌓는 데에 절대 빠지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책이다. 그리고 행동!
2. 사랑하는 것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꾸준함
사실 팔머 럭키가 그렇게 멋진 VR 헤드셋을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내적 동기가 충만했기 때문이다. 그는 VR을 정말 사랑했다. 말 그대로 VR을 사랑했기에 VR 위한 모든 것은 그에게 '일'이 아니라 '재미'였다. 재미있는 일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게 된다. 그만큼 실력은 차곡차곡 쌓인다.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고 또 그것을 꾸준히 지속하며 발전해 나가는 것. 이 만큼 확실하고도 정확한 성공의 길이 또 있을까.
팔머 럭키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생판 처음 보는 남에게 이런 것을 물어보겠는가. 팔머 럭키는 부모님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홈스쿨링을 했다. 그만큼 그에게는 시간이 많았고 자신이 해 보고 싶은 것은 그의 트레일러 안에서 마음껏 해 볼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러한 시간이 없다. 오직 공부, 그나마 운동 정도다. 팔머 럭키처럼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면 우리나라에도 위대한 창업가가 많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환경만 탓할 수는 없다. 시간과 공간과 없어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책이다. 그렇다 또 결국은 책이다. 책을 통해 타인의 경험을 읽고 그것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는 이유 또한 이와 같다.
결국은 다양한 경험이 자신의 순수한 열정을 찾는 데에 필수적이다. 직접 경험하기 어렵다면 자신이 관심 가는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보자. 책을 통한 간접경험 만으로도 자신의 흥미, 적성, 재미를 어느 정도는 반드시 찾을 수 있다.
3. 기회와 운을 불러들이는 공유와 연결
내가 반성한 부분이기도 하다. 팔머 럭키가 위대한 인물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이미 그런 인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온라인을 통한 연결이었다. 그는 자신과 동일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했고 자신의 결과물을 공유하고 알렸다. 그것이 기회를 만들었다.
나는 그와는 좀 반대였다. 혼자 꽁냥꽁냥 하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었고 온라인에 내 글을 보이기가 왠지 부끄러웠다. 그 결과 서평도 나만 볼 수 있는 독서노트에 정리하곤 했고 블로그도 거의 하지 않았으며 SNS도 눈팅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지금은 후회가 된다. 내가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온라인에 나의 흔적 (서평과, 글)을 계속 남겨왔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 남들과는 뚜렷이 구분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었거나 많은 팬과 구독자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자신의 행동의 결과를 온라인에 남긴다는 것은, 또 다른 기회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자신의 흔적이 온라인에 쌓일수록 실력도 쌓이고 기회의 문은 넓어진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행동하고 그 결과를 '꾸준히' 온라인에 남기고 공유하자.
4. 메타인지. 나 자신을 아는 것의 힘
팔머 럭키의 이야기 중에 나에게 인상 깊었던 것은 오큘러스를 창립하면서 스스로 CEO가 되지 않고 브랜든 이리브에서 CEO를 맡긴 것이다.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자신은 CEO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며 기술을 연구하는 데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와는 반대로 브랜든 이리브는 유능한 사업가라는 것을 그는 담담하게 인정했다.
말이 쉽지 이건 굉장히 어려운 것이라고 본다. 내가 만들 물건으로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 회사의 CEO의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 나라면 쉽게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다. 팔머 럭키의 판단은 옳았다. 브랜든 이리브는 유능한 사업가이자 CEO였고 그는 다양한 인재를 영입했을 뿐만 아니라 굵직굵직한 투자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결국 오큘러스는 훌륭한 회사로 만들어 놓았다.
5.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나의 미래다
존 카맥, 브랜든 이리브,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오큘러스에서 함께한 다양한 열정적인 사람들. 모두 팔머 럭키의 주변에 있던 인물들이다. 그 사람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전부 해당 분야에서는 날고 긴다는 인재이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 어떻게 성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사람을 알고 싶으면 그와 함께하는 사람을 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나의 거울과 같다. 결국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지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나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법은? 결국 실력을 키워야 한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에게 내가 어느 특정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들은 나를 만나줄 것이다. (다시 1번으로 돌아갔다;) 실력을 키워 훌륭한 사람들 곁에 갈 수 있다면 성공의 궤도에 올라탔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정리
언뜻 보면 천재소년이 회사를 창업해 성공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인 것 같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배울 점이 참 많다. 어떻게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모이고, 투자를 받고, 운영하고, 매각하는지. 사내 정치와, 동료들 간의 갈등, 타 업체와의 관계, 미디어의 대응, 자신을 돌아보고 때론 욕심부리고, 때로는 포기하는 결단까지. 이 책에는 하나의 인생이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는 이 책을 바탕으로 반드시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 그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스타트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혹은 VR이나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정말 좋은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말 재. 미. 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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