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부부의 일상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를 인정하는 법

by 부자꿈쟁이

일요일은 대체로 늦잠도 자고 느긋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우리 집 아침 풍경입니다.

아침과 점심 사이 애매한 아점은 온 가족이 좋아하는 라면이 주식이 됩니다.


저는 특별히 아이들이 좋아하면 인스턴트여도 아예 못 먹게 하거나 잔소리를 하는 좋은 엄마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걸 과하지만 않게 먹어주는 것도 행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지난주 일요일도 변함없이 라면으로 아점이 준비되었는데요. 가족 1호가 또 한마디를 보태어 저를 화나게 했습니다.

" 아니 이건 00 라면이 아니네. 무슨 라면이야?"

" 이거 또 새로 나온 신제품이야?"


그렇습니다. 저는 한때 닉네임이 호기심 여사였습니다. 과자든 라면이든 마트나 슈퍼에 가서 제가 먹어보지 못한 신 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사서 먹어보는 호기심형 인간입니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계속 사게 되고,

맛없으면 그날로 손절하는 스타일입니다.


가족 1호는 저와는 완전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분은 왜 안전하게 맛이 검증된 걸 사면되지 네가 굳이 실험을 해보려 하느냐입니다.

실패하면 손절하는 것도 시간낭비, 경제적 낭비라는 뜻입니다.

절대 틀린 말은 아닌데 저는 완전히 수긍할 수 없는 다름이 있습니다.


"틀리다는 잘못되거나 오류가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정답이 아닌 상태, 실수 또는 오류를 의미" 할 때

쓴다고 합니다.

"다르다는 서로 비교되는 두 대상이 같지 않다는 뜻으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차이가 있을 때

사용하는 단어"라고 사전적 의미가 구분되어 있어요.


가족 1호와 저의 의견은 틀린 것이 아니라 같지 않다는 뜻으로 다르다로 구분되어야 하는데 저는 알면서도

자꾸 틀리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게 됩니다.


우리 부부는 남들이 흔히 얘기하는 로또부부입니다. 서로 맞는 게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연애할 때는 무엇이든 포용하고 감싸주던 가슴이 넓은 남자라 생각했던 가족 1호는 결혼과 동시에 잔소리쟁이가 되었습니다. 치약 짜는 것부터 시작하여 청소하는 법까지 정말 치열하게 싸우면 살아온 듯합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기까지 걸린 긴 시간이 이제는 완전히 일치할 때도 된 듯 하지만 아직도 다름이 많은

로또 부부입니다. 아직도 일요일 아침 라면 사건처럼 호기심 여사와 가족 1호 사이의 다름이 가끔은 사소한

다툼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내가 먼저 경험해 보는 것이 나쁜 걸까요?

아이 둘을 낳고도 생활패턴이라던가 아이들의 훈육방법에 대한 의견이 달라 어마 무시하게 싸우며 살았는데 그래도 결혼생활 30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서로를 안쓰러워하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남자들의 군대 동기 같은 끈끈한 전우애가 생겨서, 가장 편한 친구가 되어 싸이 콘서트에 함께 가서 물 폭죽도 같이 맞고 젊은이들과 신나게 흥을 즐기는 친구가 되어갑니다.

뮤지컬 관람도 함께 가고, 템플스테이도 함께 가서 마음을 비우는 절친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맞는 것보다 다른 것이 더 많은 우리 부부는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를 인정하는 법을 조금씩 터득해 가고 있습니다. 한방으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로또는 확률이 낮으므로 기대할 수 없지만 함께 한 세월이 주는 동지의 힘으로 남은 인생 재미나게 살 수 있길 기대할 수는 있기에 오늘도 우리는 투닥투닥하면서

따로 또 같이 한 방향을 바라보는 로또 부부로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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