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야 고마워
TV에서 한동안 인기 있었던 선재 업고 튀어라는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이 자리를 빌려 선재(변우석) 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합니다.
5월 초 연휴에 친정 엄마집을 다녀왔습니다.
동생 부부와 함께 점심을 먹고 식당옆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엄마가 누군가를 보며 활짝 웃으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엄마 누굴 보고 웃으시는 거예요?"
" 저 청년이 자꾸 내게 웃어주니 고맙네."
"누가요? 어떤 청년이요?
실내를 돌아봤지만 엄마를 향해 웃어주는 청년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엄마의 치매가 이렇게 까지 심해지신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아니 엄마 어떤 청년이 웃어준다는 거예요?"
엄마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도 딸의 마음이 왜 이리 불안하지 사위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동생과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마음이 불안해졌습니다.
그때 엄마는 커피숍 유리문에 크게 걸린 선재(변우석)님의 브로마이드 사진을 가리키며 저 잘생긴 청년이
아까부터 계속 늙은 할미한테 웃어준다고 얘기를 하십니다.
"엄마 저건 사진이잖아요."
" 나도 알고 있다. 내가 그것도 모를까...... 사진이어도 늙은이한테 웃어주는 잘생긴 청년이 있으니
너무 좋네."
커피숍 유리문에서 활짝 웃는 선재의 모습을 보고 그제야 저와 가족들은 안도의 웃음을 지을 수가
있었어요. 치매가 오기 전 엄마는 아주 활달하고 긍정적인 분이셨어요.
치매가 오고 나서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웃음기가 사라져서 걱정이 되었었는데요.
그런데 웃고 있는 선재의 사진을 보고 이렇게 활짝 밝은 모습을 보이시다니...
입으로만 효도하는 자식들보다 엄마께 웃음을 선물해 주는 선재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녁엔 남동생 내외와 고깃집에 가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다들 이러저러한 이유로 엄마를 함께 모시지는 못하지만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찾아와 뵙고 식사라도 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를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합니다.
젊을 때 자식들 위해 희생만 하시다가 나이 들어 몸이 아프고 혼자가 되니 아무도 곁에 있어 주려고 하지 않는 이러한 상황이, 저를 포함한 모든 자식들이 참 미워집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시대적으로 변화되어 가는 효도의 모습에 물끄러미 뒷짐만 지고 쳐다보는 우리의 모습에 속이 상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본인의 치매를 인정하지 못하시는 엄마 께는 치매약을 아직도 나이 들어 "머리 좋아지는 약"이라고
설명하며 드시게 합니다. 머리 좋아지는 약이 좀 더 발전되어 진짜로 치매가 오면 더 이상 치매가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신약개발이 하루빨리 완성되기를 빌어 봅니다.
다음에 엄마집을 방문할 때는 선재의 커다란 브로마이드를 사가지고 가서 안방벽에 걸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식들은 모두 곁에 없지만 항상 눈뜨면 엄마를 보고 웃어주는 착한 청년 선재의 웃음을 선물해 드려야겠습니다. 선재 업고 튀어를 찍었던 배우 변우석 님!
선재야 우리 엄마 보며 웃어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