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축하드립니다.
아이들이 직장 때문에 분가해서 살고 있는데 남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집에 왔습니다.
생일 선물로 남편에게 예쁜 케이크와 용돈이 들어간 작은 참이슬 박스를 준비해 왔어요.
"아버지 인생은 60부터 나이스샷"이라고 쓰인 케이크에는 가족 1호의 모습이 그려져 있네요.
아이들이 술을 즐겨하는 아버지에게 용돈도 참이슬 박스에 넣어드리는 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환갑을 축하드립니다. 건강이 최고"
초록색 케이크 위에 써진 아버지 인생 60부터 나이스샷이라는 말이 괜히 엄마인 저의 코끝을 찡하게 만듭니다.
혹시 그럴리는 없겠지만 제가 어버이날에 부모는 선물들 중에 현금을 가장 좋아한다고 썼던 글을 본 것일까요??
아빠가 좋아하는 참이슬 박스에는 만 원짜리 지폐와 오만 원권 지폐가 돌돌 말려져 있습니다.
슬쩍 쳐다보니 남편도 좋아하는 눈치가 느껴집니다.
입꼬리가 올라가져 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시어머님과 아이들 둘, 다섯 명의 가족이 아주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자기 일 알아서 할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그 시간이 이렇게 훌쩍 우리에게 다가와 버렸습니다.
딸은 아빠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예쁜 꽃다발을 준비해 왔습니다.
괜히 제가 받은 꽃다발도 아닌데 시어머님과 다정하게 사진도 한 장 찍었어요.
어머님의 아들이자 제 남편의 귀 빠진 날 가장 고생한 분은 우리 어머님이시니까요.
가족 1호는 좀 더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하자는 아들의 제안에도 오늘은 자기가 좋아하는 누룽지 삼계탕을 먹자며 온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그걸로 충분하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는 60세 생일이 특별히 축하받을 나이가 아니라며 아주 나중에 더 많은 나이가 되었을 때 좋은 곳에서 식사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는 아주 좋은 곳에서 식사하고 싶으니 엄마인 저의 환갑이 되면 나중에 좋은 곳 예약을 원한다고 미리 귀띔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이 준비한 케이크와 참이슬 박스를 개봉하고 축하박수를 건네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된 만큼 우리의 나이도 이제는 묵직함으로 가득한 숫자를 채워갑니다
부모님이나 선배들이 세월의 속도가 참 빠르다는 말씀을 하실 때는 정작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살짝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그동안 참 많이 싸우고 부딪히며 살았는데 이제는 환갑이라니 사실 남편 본인도 그러하듯 저의 마음도 그리
기쁘지만은 않네요. 건강했던 몸에도 여기저기 고장신호를 보내고 이제는 마음 따로 몸 따로인 시간에 둘러
싸였습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가끔씩 초조해진다는 가족 1호의 말처럼 저도 나이가 주는 무게에 가끔 조급증을 느끼고 불안감을 느낍니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왔으니 후회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만족할 수 없는 결과는 어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을 전해주긴 합니다
저는 지금처럼 큰 병치레 없닝 소소한 아주 보통의 하루 "아보하"가 주는 기쁨으로 남은 시간을 잘 챙겨가면
좋겠습니다.
남편이 받은 생일 선물 인생은 60부터 나이스샷이 되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사로 잘 채워 넣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