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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을 멈추고 싶어요.

체중계 바늘은 정직할 뿐이다.

by 부자꿈쟁이

어제 목욕탕에 가서 체중을 재어보니 또 새로운 갱신을 기록하였다.


갱신(更新) 하다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1. 이미 있던 것을 고쳐 새롭게 함.

2. 기존의 내용을 변동된 사실에 따라 변경, 추가, 삭제하는 일이라 명시되어 있다.


임신성 당뇨로 인하여 인생 최대치를 찍었던 첫 아이 임신하였을 때 보다도 체중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요즘 걸으며 산책하는데 재미가 붙어서 한창 걷기에 가속을 붙이던 중이었는데 발바닥이 다시 아프기 시작한 것이다. 족저근막염이 재발한 듯하다. 무릎도 만만치 않게 아프기 시작한다. 관절들이 갑자기 동시에 화를 내기 시작한 듯 보인다.


퇴사할 때 여러 가지 합병증이 생겨서 건강에 가장 중점을 둔 생활을 하기 시작했었다.

체중을 줄이고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나름 식단관리도 잘하고 PT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 모범생이 되어 열심히 운동도 하였었다.


체중도 자연스레 조금씩 빠지고 몸도 가벼워졌었는데 핑계를 대자면 남편이 사업상 고민을 핑계로 저녁에 술과 함께 야식을 많이 시작했고, 한 집에 사는 동지로 어려움을 함께 한다는 동의되지 않은 취지로 함께 늦은 저녁야식을 야금야금 했더니 아주 많은 체중을 선물 받게 된 것이다.


몇 개월 만에 만난 동생은 여과되지 않은 팩폭을 다다다 쏟아부었다.

" 언니는 예전에도 단 걸 좋아해서 문제야. 그땐 젊었으니까 살이 안 쪘지. 지금은 갱년기라 예전과 같은 음식을 섭취해도 살이 찔 판에 여전히 과자, 빵, 떡 이런 걸 먹으니 더 찔 수밖에 없는 거야."

"황뚱, 최뚱 부부가 둘 다 뚱인 건 맞는데 형부는 키가 180cm가 되니 살이 쪄도 뚱뚱해서 미련해 보이진 않는데 언니는 키가 작아서 좀 미련해 보이긴 해."


미련해 보인단다.....

같이 살이 쪄도 키가 작으니 이렇게 서러운 말을 들어야 한다.

살아오면서 여태 곰같이 미련해 보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던 터라 충격이 꽤나 크게 느껴졌다.


동생은 키 165cm에 항상 45-48kg의 몸무게를 유지하는 철저한 건강 전도사 체질이다.

본인의 몸뿐 아니라 남편인 제부까지 두 사람은 예전 신혼 때 보았던 몸매를 아주 잘 간직하고 지켜나가는 터라 반박할 여지가 1도 보이지 않는다.


살이 쪄서 건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난 사실 아주 마른 사람보다는 약간 통통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인데 나는 이제 통통에서 벗어나 뚱뚱해서 문제가 많이 생기는 비만의 세계로 들어서 버렸다.


정말 이제는 더 이상 갱신하고 싶지 않은 몸무게이다. 이렇게 되도록 조절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갑자기 화가 난다. 예전보다 더 먹지도 않는데 살이 찐다는 갱년기를 핑계로 한 변명도 이제 하고 싶지가 않다.


지난달 나도 모르게 나의 일상을 올린 브런치 글이 조회수가 1,000이 되더니 나중에 10,000이라는 조회수로 갱신된 적이 있었다. 얼떨리우스가 되어 이유도 모르고 마냥 좋아했었지만 지나고 보니 아주 가끔은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내게 생기는 갱신의 힘이 행운으로 날아오는 경우의 수가 생긴다는 경험을 한 것이다.


갱신도 이렇게 좋은 갱신과 하고 싶지 않은 갱신의 힘 두 가지를 함께 데리고 다니는 듯하다

나도 살다 보니 좋은 일과 나쁜 일은 항상 두 손을 꼭 잡고 다닌다는 진리를 깨달아 가고 있는 중이다.


어제도 목욕탕에서 체중계의 바늘은 정직할 뿐이었는데 괜히 체중계를 향해 눈을 흘긴 내가 살짝 부끄러워진다. 내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내 몸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방치해 둔 결과라 생각된다.


하물며 베란다의 작은 식물조차도 매일 주인이 주는 사랑의 말로 더 예쁘게 피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정작 내가 매일 함께 하는 내 몸에는 무신경하게 나쁜 것들로 가득 채웠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이제 내 몸에 주는 다정함의 힘을 사용해 봐야겠다.이제는 체중계가 주는 갱신을 멈추고 싶다.

멈추지 않는 체중 증가의 갱신이 아니라 조금씩 나의 건강을 위해 예전 체중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긍정갱신을 초대해 보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미련함이 얼굴에서 보이지 않도록 건강해지는 화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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