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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Aug 03. 2022

제2화 도하(Doha)에서 파리(Paris)로

카타르 도하~파리

#철이의_산티아고_순례길 

#이동 : 인천~ 카타르 도하~ 프랑스 파리


낯선 사막의 향기

카타르 현지 시각 토요일 11:00.

인천공항에서 토요일 새벽 01:30 출발, 10시간 반 동안 비행해서 카타르 도하의 하마드(Hamad international Airport)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카타르 공항의 공기를 접하는 순간, 물기를 가득 먹은 공기가 저 멀리 사막의 내음과 함께 사정없이 훅하고 밀려온다. 몸속 어딘가에 남아 있던 오래된 기억이 코끝에서 살며시 되살아 난다. 

'이런 향기, 이런 느낌이었던가?' 

'아니야, 뭔가 다른데?' 

그랬다. 아랍국이라 해도 18년 전, 2004년 2월 이집트 카이로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의 그 공기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카이로의 공기가 메마르고 건조했다면, 도하의 그것은 습하고 후덥지근하다. 얼굴뿐만 아니라 옷 속까지 습기가 끼쳐올 정도다. 다르구나 하면서도 어딘가 서로 닮은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사막'이라는 단어 때문일까. 


히잡을 쓴 사람들, 꾸불꾸불 아름다운 그림 같은 아랍어 글자들이 많이 보이는 걸 보니 역시 아랍이다. 카이로에서 4년을 산 기억과 추억 때문인지 이런 문화는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살라 마리쿰(안녕하세요)~, 쇼크란(감사합니다)" 

겨우 알아듣는 말들이 정겹다. 공항에는 눈에 확 띄는 대형 곰인형이 있다. 바닥에 퍼지고 앉아 있은 모습인데, 인형 아래에 "Qatar 2022"이라는 푯말 때문에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마스코트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카타르 월드컵 마스코트는 ‘라이브(La'eeb)’. 아랍어로 라이브는 ‘매우 뛰어난 기술을 가진 선수’라는 뜻인데,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축구 선수 모습이다.  2022년 FIFA 월드컵(2022 FIFA World Cup)은 제22회 FIFA 월드컵으로, 시기는 2022년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 이슬람 국가에서는 처음 열리는 월드컵이기도 하다.


생장으로 가는 길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경우 직항으로 바로 가는 것도 좋겠지만, 중간에 몇 시간 정도 환승하는 것도 괜찮다.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석으로 여행을 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좁은 이코노미석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환승을 하면서 잠시 쉬어 갈 수 있어서 좋다. 공항 내 카페에 앉아서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공항 내 카페에서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환승해서 파리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01:30에 출발해서 파리 샤를 드골 공항(CDG)에 20:30에 도착했으니, 총 19시간의 긴 비행이었다. 카타르 도하에서 2시간의 환승 시간을 제외하면 비행기만 17시간을 탄 셈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의 여행이 얼마만인지…. 외국 여행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도, 예전보다 비행기 내에서의 시간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세월의 무게 탓인가 싶어 살짝 서글퍼진다. 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녀야 한다는 말을 다시금 실감한다. 예전에 유럽 여행을 가는 비행기 내에서 신문지를 깔고 눕던 그분들의 나이 즈음에 거의 다가왔지 싶다. 그래도 아직은 의자에서 근근이 버틴다. 함두릴라(괜찮아, 다행이야)~


이제 생장(Saint-Jean-Pied-de-Port)으로 간다. 이게 또 만만찮은 일정이다. 몽파르나스 역(Montparnasse Station)에서 출발하는 테제베를 미리 예약했더라면, 도착해서 파리에서 하루 쉬고, 다음날 아침 일찍 움직이면 되는 것을 사서 고생이다. 한국에서 기차도 미리 예약할 수 있었는데 차일피일하다가 예약이 늦어 풀 부킹이라 남은 자리가 없다. 


생장으로 갈려면 바욘(Bayonne)역에서 환승을 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려면 밤기차를 타야 한다. 파리 오스텔리츠(Austeriltz) 역에서 21:41에 출발하는 침대 열차다. 바욘역에는 다음날 10:23에 도착이니 거의 13시간이나 걸린다. 몽파르나스역에서 출발하는 테제베는 바욘까지 5시간이면 간다. 파리에서 하루 숙박을 하지 않고 기차에서 자는 일정이라 경비나 시간이 비슷하게 들지만, 체력적으로 힘들게 되었다. 


센(Seine)강을 따라 흐르는 시간

오스텔리츠역 까지는 B노선 지하철(요금은 10유로)을 탔다. 공항에서 안내 표지판을 따라가면 어렵지 않다. 오스텔리츠역으로 가는 중에 환승역인 생미셀 노트르담역(Saint-Michel Notre-Dame)에서 내렸다. 목적지인 오스텔리츠 역까지는 2km 정도라 걸어서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래서 거기서부터는 걷는다. 센강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노트르담 성당도 둘러본다. 성당 바깥쪽으로 공사를 위한 펜스가 설치되어 있고, 지붕 쪽으로 검게 그을린 상처가 역력하다. 내부 공사도 한창인지 입장은 아직 안된다고 한다. 화재로 인한 보수공사가 오래 걸릴 듯하다. 얼마나 빨리 공사를 마치는 것은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노트르담 성당 근처 강변 카페에서 느긋하게 피자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시원한 맥주 한 잔도 곁들인다. 선선한 강바람이 불어 그렇게 덥지 않다. 유럽에 폭염이 덮쳐 사망자도 생긴다고 듣고 왔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닌 듯하여 다행이다. 점심을 먹고는 강가 벼룩시장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간혹 나이가 아주 많은 분들 중에는 마스크를 하고 있는 분들이 있지만 대부분 노마스크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우리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 같아 어쩐지 어색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굿굿이 마스크를 쓰고 다녔다. 감염이라도 되면 여행이 어려울 수 있으니. 


다시 찾은 파리, 주말 센(Seine) 강변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한가롭다. 인생을 사랑하는 이들의 평화가 가득하다. 아름다운 삶이란 이렇게 움푹 파인 주름에 새겨진 잔잔한 일상이 가득한 시간이 아닐까. 그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춘다. 파리의 시간은 강물을 따라 천천히 흘러간다. 언젠가 다시 이곳에 와서 저들의 일상 속에서 느리고 한가로운 시간의 흐름 속에 한참이나 있고 싶어 진다. 꼭 그렇게 해 보고 싶다. 




#산티아고_길_위에_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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