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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Oct 06. 2023

제27화 다시 레온(Leon)에 오다

레온(Léon)~산 마르틴 델 카미노

#철이의_산티아고_순례길

 - 1차 순례: 2022.7.25~8.14, 493km, Saint-Jean~Léon

 - 2차 순례: 2023.10.3.~10.25, 329.5km, Léon~Santiago de Compostela)

#걷기 1일 차(21일 차)

#레온(Léon)~산 마르틴 델 카미노(San Martin del Camino)

#26.39km / 7시간 35분

- 누적 : 522km / 799km

#숙소 : Albergue Vieira 6인실 10유로

- 전화로 예약. 주인이 친절하고 마당 공간이 좋으나 인터넷이 구석기시대임, 저녁 식사 14유로(닭고기, 샐러드, 파에야, 포도주 포함)


걷기보다 힘든 비행

이제 출발이다. 인천공항에서 KLM(Roral Dutch Airline)을 이용해 암스테르담을 거쳐 마드리드로 간다. 암스테르담까지는 13시간, 2시간 환승을 거쳐 다시 2시간 반을 비행해 마드리드에 도착한다. 오랜만에 장거리 여행이라 그런 건지 나이 탓인지 앉아 있는 게 힘들다. 엉덩이가 다 허는 느낌이다. 비즈니스석은 아니더라도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좀 넓은 좌석이라도 이용해야지 원…

암스테르담(Amsterdam)의 스키폴(Schipole) 공항 검색이 까다롭다. 아내는 주사 약물 치료를 위해 가슴 윗부분에 심어 놓은 캐모포터 때문에 따로 몸수색을 당하고, 나는 약봉지와 세면도구 때문인지 배낭 검색을 한참 받았다. 외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기분은 별로지만 그러려니 한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꼼꼼히 검색하는 걸 보니 오히려 안심이다.


암스테르담에서 마드리드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다. 남자 세 명이 앉았는데 비행기 출발 전부터 시작해서 마드리드의 착륙할 때까지 두 시간을 넘게 단 5분도 쉬지 않고 떠들었다. 나중에는 이들의 노래를 시작으로 비행기 내에서 떼창까지 했다. 축구 응원을 가는 것인지, 응원 마치고 돌아가는 길인지 아침 7시인데도 술이 제법 취해서는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비행기 안에서 이러는 사람은 생전 처음 본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을 빠져나오는데도 한동안 귀가 먹먹할 정도다.


레온은 축제 중

마드리드 바하라스 공항에서는 고속기차 렌페(renfe, 50유로)를 타고 2시간 만에 레온에 도착. 다시 찾은 레온은 축제 중이다. 보티네스 저택 뒤쪽으로 골목마다 노점상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탕, 빵, 피자, 치즈등 음식뿐만 아니라 대장간, 유리세공, 각종 장신구 가게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려 떠 밀려갈 정도다. 한국의 지역 예술제처럼 먹거리 장터도 여러 군데 있어 뿔뽀 한 접시를 안주로 샹그리아도 한 잔 하며 축제 속으로 살짝 들어가 본다.

05시에 기상, 06시에 출발. 아침 기온은 11도. 제법 쌀쌀하다. 바람막이 위에 패딩점퍼도 껴 입고 나선다.  작년에 1차 순례를 마치고 레온을 떠나기 전에 들렀던 레온 대성당으로 다시 가서 일정을 시작한다. 어제 축제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젊은 청춘들은 아직도 길거리 이곳저곳을 서성인다. 축제가 젊은이들의 것만은 아니지만 역시 축제는 젊음과 잘 어울린다.


순례길에서 도시를 빠져나올 때는 길을 헤매기가 쉬워 주의해야 한다. 이른 아침에는 길이 어두워 안내 표지판과 노란 화살표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도 앱을 보면서 천천히 확인하면서 걸어야 한다. 2주 휴가를 내고 수원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도심을 빠져나온다. 한참을 걸어 나오다 커다란 중세 건물을 만나는데 이곳이 예전에는 수녀원이었고 현재는 럭셔리 파라도 호텔로 이용되는 곳이다. 낮에 보았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누구의 작품인지 건물 앞에 건물을 향해 주저앉아 수녀원을 올려다보는 순례자 상이 인상적이다.


작은 다리를 건너 조금 지나면 트라바조 델 카비노(Trabajo del Camino)다. 레온시와는 특별한 경계도 없이 마주 붙어 있다. 거리는 깨끗하고 조용하다. 도로의 노란색 가로등만이 거리를 비추고 있다.


바실리카의 열 두 사제와 성모상

두 시간을 걸어 라 비르헨 델 카미노(La Virgen del Camino) 가까이 오니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허기를 깨운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빵을 대량으로 굽는 곳이다. 오늘 수요가 많은지 인부들이 분주하다. 그러고 보니 아직 컴컴한 도로변에는 밴과 트럭들이 몰려와 물건을 내리고 자판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여기도 축제가 열리는 모양이다. 가을 추수가 끝나 여유가 생겼으니 즐길 시절이 왔다. 일찍 문을 연 길가 카페에서 카페 콘 라체와 보카디아 하몽으로 소박한 아침 식사를 한다. 순례 중에 매일 아침 맞이하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좋다.

이곳은 길 위의 성모 바실리카를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다. ‘라 비르헨 델 카미노’는 ‘길 위의 성모’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꼭 봐야 할 곳이 있다. 천주교 성당인 Basilica de la Virgen이다. 성당 내부에 옛 성당에서 가져온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을 안고 있는 성모상이 있는 제단화가 있다고 하는데 이른 시각(09:30 오픈)이라 내부는 볼 수 없지만 성당 전면부의 조각 작품을 본 것만 해도 그 감흥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직사각형의 전면부 아래 중앙에 입구가 있고 그 윗부분 전체에 12 사도와 성모상의 조각이 있다. 아르누보 양식의 독특한 모양의 작품에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다.

라 비르헨 델 까미노를 빠져나와 9.7 km부터는 비포장도로를 걷는다. 11시가 되니 기온도 15도 정도로 높아졌다. 산 미겔 델 카미노 (san Miguel del Camino), 비야당고스 델 파라모(Villadangos del Paramo) 등 작은 마을을 지나, 아스토르가로 가는 N120 도로와 나란히 놓여 있는 도로를 따라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산 마르틴 델 카미노(San Martin del Camino)에 들어선다. 전화로 예약한 알베르게가 마을 초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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