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페라다(Ponferrada)~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철이의_산티아고_순례길
- 1차 순례: 2022.7.25~8.14, 493km, Saint-Jean~Léon
- 2차 순례: 2023.10.3.~10.25, 329.5km, Léon~Santiago de Compostela)
#걷기 5일 차(25일 차)
#폰페라다(Ponferrada)~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lafranca del Bierzo)
#26.16km / 8시간 41분
- 누적 : 630km / 799km
#숙소 : Albergue Leo 6인실 12유로
- 직원니 매우 친절함. 오래된 건물이지만 시설이 깨끗하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음.
폰페라다(스페인어: Ponferrada)는 스페인 카스티야 레온주에 위치한 도시로 인구가 69,769명(2018년 기준) 정도로 북부 지방에서는 제법 큰 도시에 속한다. 해발 고도는 544m로 도시 주변이 높은 산들로 둘러 싸여 있는 지형이다. 숙소가 있는 곳에서 주변을 바라보니 가까운 곳에 있는 숲은 단풍이 들어가는 중이고, 더 먼 쪽은 산들은 짙은 색으로, 그 너머의 먼 산들의 뿌연 회색빛이다.
이 도시는 로마 제국 시대부터 광업의 중심지로 성장했으며 도시 기반이 확립된 시기는 11세기이다. 문헌에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도 바로 그즈음이다. 도시 이름은 "철로 된 다리"를 뜻하는 라틴어인 '폰스 페라타'(Pons Ferrata)에서 유래한다. 이는 1082년 오스문도(Osmundo) 주교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순례하던 도중, 도심을 흐르는 실강(Rio Sil)에 다리를 세운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한때 스페인 석탄 산업의 중심지였지만 1980년대 말에 들어서면서 많은 광산이 폐광되면서 광업이 쇠퇴했으며 현재는 관광업, 농업(과일 및 포도주 산업)이 주를 이룬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이 지나가며 주요 관광지로는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로마 제국 시대의 금 광산 유적인 라스 메둘라스(Las Médulas)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볼까 했는데 도시에서 제법 멀어 가보지 못해 아쉽다.
이곳에 방문한 날이 마침 일요일(2023.10.8.)이라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날이다. 숙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근처에 미니 슈퍼마켓이 있다고 해서 가 봤더니 문을 닫았다. 저녁 6시에 문을 연다고는 한다. 휴게실에서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얻어 근처 주유소 옆에 마트가 있는 걸 알고 찾아가 장을 잔뜩 봐 와서 나름 근사한 저녁 식사를 만들어 먹었다. 그래봐야 피자 데우고, 야채샐러드이지만…
오늘은 6:40에 출발한다. 아침 기온이 어제와 비슷한 14도, 한낮에는 20도를 넘어 아직 여름인가 싶을 정도다. 서양인들은 추위를 잘 타지 않는지 대부분이 반바지 차림이고 민소매를 입은 여자들도 많이 보인다.
숙소를 나와 오른쪽 5분 거리에 폰페라다 성(Ponferrade castle)이 있다. 이곳은 중세 템플기사단의 사령부로 이곳을 지나는 산티아고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12세기 옛 로마제국의 요새를 증축한 것인데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어두워서 전체 모습을 보기는 여의치가 않으나 가까이서 본 성의 높이가 상당하다. 성벽 아래에 해자도 있어 견교한 요새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템플기사단은 순례객들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활동을 했겠지만, 그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힘든 노동을 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괜한 심술일까?
도시가 커서인지 도시의 외곽으로 나오는 데까지 2.5km나 된다. 도시 외곽에 이어 있는 마을이 콤포스틸라(Compostilla)인데, 최종 목적지와 철자 하나만 다른 이름이라 벽에 써 놓은 글이 잘못된 줄 착각했다. 마음 초입에 있는 수도원 건물같이 생긴 다주택 건물에 카페가 있기는 하지만 문을 열지 않았다. 이곳에서 콜롬브리아노스(Columbrianos), 푸엔테스 누에바스(Fuentes Nudvas) 지나, 11km 거리에 있는 캄포나라야 (Camponaraya)까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인도를 걷는다. 어제까지의 산길과는 사뭇 다르다.
어제와 그제, 이전의 두 코스 산길이 힘들어 오늘은 동키서비스를 이용해서 배낭 하나를 다음 숙소로 미리 보냈다. 동키서비스 이용료도 5유로에서 6유로로 올랐다. 커피와 음료수, 알베르게에서 하는 저녁식사 비용도 2~3유로씩 올랐다. 알베르게 이용료도 작년(2022)에는 7~10 유료가 대부분이었는데, 올해는 공립은 7유로 정도이지만 사설 알베르게는 12~15유로가 대세다. 환율도 1200대에서 1400원대로 올라 이래저래 비용이 더 든다.
제법 큰 도시인 캄포나라야에서 잠시 쉬면서 아침 식사도 해결하고 다시 걷는다. 오늘 코스는 특별한 건물도, 이정표도 없는 밋밋한 길이다. 캄포나랴야 마을 끝에 올림픽 동메달을 기념하는 동상이 서 있는데, 역도 동메달을 딴 이가 아마도 이 고장 출신인가 싶다. 길 옆에 와이너리가 있어 들어간다. 문은 열려 있는데 사람이 없다. 스페인 사람들은 일에도 장사에도 요즘 우리말로 ‘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하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다시 비포장 길이다. 언덕 하나를 넘어가니 길가에 기념품을 파는 자판이 몇 개 있고 나무 벤치도 있어 잠시 쉬어간다. 멍이 한 녀석이 슬슬 다가오더니 눈을 지그시 뜨고는 앉는다. 배낭에 조금 전에 산 빵이 있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마트에서 산 페스츄리 하나를 다 먹는다. 멍이 집사에게 빵값 1유로 달랬더니 낄낄 웃기만 한다. 빵도 겨우 씹어 먹는 걸 보니 나이가 많이 들었나 싶어 애처롭다.
덥고 단조로운 길을 따라 카카벨로스(Cacabelos 13.6)에 이른다. 광장 주변 바에서 빠에야 하나를 주문해서 맥주와 함께 점심 식사, 맞은편 바의 메뉴판에 ‘라면, 김치, 밥’이라고 한글로 적혀있다. 후기에 족보 없는 라면과 김치라는 혹평 있다는 걸 주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도로를 따라 오르막을 한참 걷다가 다시 포도밭 사잇길을 걸어 마침내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Vilalranca del Bierzo)에 들어선다. 비야프랑카 성 근처 카페에 엊그제 뵌 분이 맥주를 마시는 중이라 인사를 나누다 같이 앉았다. 맥주 한 잔을 나누며 일과 인생, 자식과 가족, 그리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혼자인 시간, 홀로 걷는 길도 좋지만 사람이 그립고 이야기가 반가운 건 어쩔 도리가 없다.
#산티아고_길_위에_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