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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Apr 13. 2022

사람은 개 조심, 교장은 갑질 조심

교장의 시선_01

교장의 시선을 시작하는 이유

‘교육과 실천’ 출판사 대표님이 <교사의 시선_온라인 북 콘서트 / 김태현> 책 7쇄 소식을 페북에 올렸다. 요즘 출판계 사정이 많이 안 좋은데 7쇄면 반응이 엄청나다. 책을 내 본 사람 처지에서 어마어마하게 부럽기도 하고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교장의 시선>으로 글 한 번 써 볼까요?’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좋은데요’ 한다.

일전에 <뇌가 섹시한 중년> 초고를 한 번 들이밀었다가 퇴짜 맞았다. 교육 전문 출판사에 어설픈 인문학 원고를 들이댔으니 결과는 불문가지다. 글을 쓴 나로서야 무조건 베스트셀러 각인데, 출판 전문가로서는 딱 보이지 않겠나. 안 팔린다. 그러잖아도 품에 맞지도 않는 인문학 글은 때려치우고 교육 현장과 교육행정 분야에서 30년 이상 살아온 얘기를 좀 해볼까 하는 중이었다. 학교 속살을 꺼내 볼 참이다.      

걱정이 앞선다. 글이라는 건 솔직해야 좋은 글이 되는 건데, 너무 솔직해지면 여러 사람 피곤해진다. 나의 관점, 교장의 관점에서 학생과 교사, 직원 그리고 학부모를 때로는 곱게, 더 자주는 곱지 않게 볼 작정이다. 물론 교장도 깐다. 나의 시선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교직원과 학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동료 교장이나 교장 퇴임하신 분들도 악플 달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하겠다. 

하긴 이런 거 저런 거 다 따지고 눈치 보며 글을 쓸 바에야 애초에 시작을 안 하는 게 맞다. 욕먹을 각오로 교단 일기처럼 총총히 써 보다가 한 뭉치 되면 뭉텅 묶어 세상에 툭 던져 볼까 싶다. 예상대로 욕을 먹고 논란이 되면 원치 않는 노이즈 마케팅까지 될 테니 7쇄는 아니더라도 3쇄 정도로만 가더라도 욕먹은 값은 되지 않겠나.      

교장이 직업 만족도 1?

흔히들 그런 소리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직업 만족도가 제일 높은 게 교장이란다. 대통령 자리도 부럽지 않다고 한다. 교장 중에서도 초등학교 교장이 제일이란다. 언제 어느 기관에서 어떤 대상으로 조사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교장들은 다 볼멘소리다. 선배들도 그렇고 동기들도 그렇다. 요즘 코로나 문제로 전전긍긍하는 시기라 더 그렇기도 하지만, 교사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그 많은 선배 교장들 모두가 한결같이 하는 말이 ‘좋은 시절 다 갔다’였다. 현재가 지나간 시절보다 고달프다는 것, 내 몸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이 현재보다 달콤했을 것이라는 착각이 불러일으킨 환상이라고는 하지만, 교장 편하고 좋다는 이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힘들다는 교장 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 수두룩하다. 얼마나 좋으면 유능한 교사가 교장이 바로 되도록 한 개방형 교장공모제 교장도 4년 임기가 끝나고도 ‘유능한 교사’로 결코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쩌든 둥 계속 교장 한다. 

     

사람은 개 조심교장은 갑질 조심

어디 교장 되기가 싶나? 승진 시험제도가 있었을 때는 시험장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로 졸도하거나 목숨도 잃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 많은 시험제도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그 과정이 길고 고되다. 나 같이 교육 전문직 전형으로 된 사람은 열외로 하고, 교사-교감-교장의 통상적인 코스를 밟은 사람은 정말 힘들게 교장 된다. 그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신파가 따로 없다. 다들 인간극장이다.      

그렇게 힘들게 교장까지 기어이 올라와 앉아보니, 교장은 ‘개혁과 혁신의 대상’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옆집 교장도, 앞집 중학교 교장, 뒷집 고등학교 교장도 모두 개혁 대상이다. 그것도 벌써 몇 대째다. 요즘은 ‘갑질 조심’이 예전 여느 집 대문에 붙어 있던 ‘개 조심’보다 더 흔하다. 교육청마다 있는 갑질신고센터는 교장만을 위한 특별한 코너다.

교장만 바뀌면 학교가 바뀌고 학교 문화가 바뀌고 교육이 바뀐다고 한다. 별로 어렵지 않은 일 같은데 여전히 혁신과 개혁이 진행 중인 걸 보면 결과가 시원찮은 모양이다. 원인이 어디 있나 곰곰이 살펴보니, 그 교장은 안드로메다에서 온 게 아니라 그렇게 변화와 개혁을 외치던 바로 그 교사들이다.      

아이고 맙소사! 이걸 어쩌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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