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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철 Apr 20. 2022

교장샘, 정신 똑바로 차려요~

교장의 시선_02

1년 차 교장

나는 교장 1년 차다.

2022년 3월 1일 자로 경남 진해에 있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초임 발령을 받았다. 초임 발령을 받기 전에 연수원에서 초임 교장 발령자 교육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3일간 하는 프로그램인데 일종의 정신교육이다.

‘교장 되었다고 까불지 말고 조신하게 행동하라’

복무 제대로 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방에  간다.’ 대략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발령 직전 교육이다. 그래서 그런지 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사실 나는 교장 8년 차다. 재외 한국학교에서 교장을 7년을 했다. 이집트 카이로 한국학교에서 4년(2004~2008년), 태국 방콕 한국국제학교에서 3년(2019~2021년)을 근무했다. 국내에서는 교감으로는 3년 6개월을 근무했고 교장은 처음이다. 교장은 4년씩 2회, 총 8년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 번 교장 되었다고 주야장천 교장 못한다. 재외 한국학교 교장 경력은 8년 제한에 포함되지 않아서 사고 치지 않으면 정년 코앞까지 교장 할 수 있다.    

 

8년 차 교장

재외 한국학교도 규모에 따라 다른데, 내가 근무한 카이로와 방콕에서의 교장은 한국에서의 교장과는 차이가  있다.


카이로 한국학교는 초등교육 과정만 있는 학교다. 당시(2004)에는 교감이 없고, 행정실도 별도로 없어서 일인다역을 했다. 교감, 교무, 행정실장, 주무관 역할에 매년  학기는 6학년 담임을 맡아 수업도 했다. 학교 규모가 작아 행정직원을 별도로 채용하지 않았고, 대체로  학기만 수업하는 6학년 담임도 예산 아끼느라 교장이 수업했다. 6학년 2학기가 되면 학생들이 대부분 국제학교의 중학교 과정으로 진학을 하니  학기만 수업하면 된다. (2학기 마치고 졸업하고 가겠다고 애교심에 불타는 녀석이 있었는데 살살 구슬려서 1학기 마치고 보냈다.)     


아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차에 태워서 병원까지 데리고 가는 일도 직접 했다. 복사 용지, 화장지, 청소 용구도 직접 구매하러 다니고, 교장실에 앉아서 수업료, 통학비, 방과후비를 받고 영수증 끊어주고, 금액 맞추는 일도 매일 반복했다. 월급날이 되면 대사관 들러 수표에 싸인 받아, 은행 가서 현금 찾아오고, 미화(달러) 이집트 파운드를 구분하여 봉투에 넣는 일도 교장이 하는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학교에 개가  마리가 있었는데 개밥 챙기는 것도 교장 몫이었다. 남들이 교장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나는 진정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스스로  때가 많았다.     


방콕 한국국제학교는 , , 고등학교 과정이  있는 학교이긴 한데 그곳도 교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행정실이 있어서 예산 관련 일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교감을 채용하면 되지만, 학생 수가 적고 예산 여유가 없을뿐더러, 교감보다는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교과 교사를 충원하는 일이 시급해서 교감 채용은 엄두도 못 냈다. 교감이 없다 보니 초등과 중등 관련 업무를 다 챙기고, 중간에 걸러주는 교감이 없으니 손발이 바빴다. 더구나 방콕 한인사회의 20년 숙원사업인 학교 이전을 하느라 땀깨나 흘렸다. 코로나 발생 이후, 한국과는 달리 방역도, 등교 여부도 모두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생각만치 쉽지 않은 자리다.     

변화와 불변 사이

3 2일에 한국에 있는 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하고 놀랐다. 외국 다녀와서 학교 적응하기 힘들 거라고 주위에서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막상 학교는 변한  별로 없다. 부임한 학교가  나이보다 많은, 개교한  50년이 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중앙 현관의 신발장도, 교장실 소파도, 교무실의 모습도, 학년 연구실의 모습도 10 , 20  모습 그대로다.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짠하다.     


선생님들 업무 분장표를 보니 종류가 많아지고 세세해진  말고는 변한  없다. ‘교원 업무 경감계획을 십수 년째 세워서 민선 교육감들이 그렇게 강력하게 추진하는데도 학교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일은 줄지 않고 사람은 많아졌다. 담당자를 찾지 못한 공문이 공람함에 범람한다. 적응하기 어렵지 않으니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세상은 급변했고, 요즘 아이들도 변했다고 한다. 선생님은 변했을까? 교감과 교장, 소위 관리자라는 사람들은 변했을까? 스티븐 J. 굴드의 주장처럼 진화가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변화가 반드시 발전은 아니라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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