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정철 Apr 22. 2022

재외동포 ‘교육’을 걱정하며

교장의 시선_03

한국학교는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닙니다

“한국 교육원장은 포함되나요?” “됩니다.” 

“한국교육원의 한국인과 태국인 직원들도 포함되나요?” “모두 포함됩니다.” 

“한국문화원장은 포함되나요?” “됩니다.” 

“그 직원들도 모두 포함되나요?” “됩니다.” 

“한국학교 선생님과 직원은 왜 대상이 안 되나요?”

“한국학교는 대사관에서 근무하지 않고, 태국 외교부에서 안된다고 합니다.”

“교육원과 문화원은 모두 대사관 내에서 근무하시냐?”  “그렇지는 않지만...”

“교장만 백신 접종 대상이라고요?”     

태국에서의 백신 접종

2021년 4월 초, 방콕 한국 국제 학교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학교장 가족만 대사관에서 추진하는 백신 접종 대상자이니 접종 의사를 묻는 전화였다. 당시에는 한국이나 태국이나 코로나 백신이 귀할 때다. 태국 외교부에서 주태국 한국대사관에 백신 접종 대상자 명단을 내라고 한 모양이다. 학교장에게는 특별히 전화해서 접종 의향을 물어보라 는 대사님의 배려였다.      

안 맞겠다 했다. 솔직히 코로나 걸리는 게 겁도 나고 백신도 귀한 상황이라 고민을 잠깐 했다. 태국인 직원은 태국 정부에서 접종을 시작했지만, 한국인 교직원 20여 명은 접종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포기했다. 이럴 때 판단을 잘해야 한다. 교장이 저 혼자 살겠다는 모습을 보이는데 누가 존중하고 따르겠나. 다행히 교민 중 한 분이 태국 정부로부터 백신을 확보해서 2021년 7월부터 한국인 교직원도 백신 접종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별도로 민간병원에 유료 백신을 예약해서 강사와 일부 학부모도 접종할 수 있게 했다. 11월부터는 태국 정부에서 국제학교 학생들도 모두 접종 대상에 포함해서 연차적으로 접종했다.     


한국 학교장은 완벽한 민간인입니다

재외 한국학교 학교장과 일부 교원 및 직원은 교육부 장관이 국가공무원법의 규정에 따라 파견한 공무원이다. 재외국민의 교육지원 등에 관한 법률(약칭: 재외국민교육법 )에도 그렇게 명시되어 있다. 대사관에 근무하는 대한민국 정부 파견 공무원은 모두 외교관 신분이다. 외교부에서 파견 나온 외무공무원뿐만 아니라 산자부, 법무부, 경찰청 등에서 파견 나온 공무원도 모두 외교관 신분이다. 심지어 지자체에서 파견 나온 직원도 그렇다. 한국 학교장과 한국 교육원장은 외교관 신분이 아니다. 현지 채용 한국인과 해당국 직원처럼 대사관 직원 신분이다. 관례가 그렇단다.  

    

2022년부터는 대사관 직원 신분도 박탈이다. 완벽한 민간인 신분이 되었다. 교육부의 강력한 협조 요청과 당부에도 불구하고 대사관 직원 신분조차 없애 버렸다. 파견 국가에서 문제 삼는 것도 아니고, 비용이 별도로 드는 일도 아니다. 학교장이나 교육원장이 사고를 쳐 외교적 마찰을 일으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외교부 내에 근거 규정이 없단다. 수십 년째 이어 온 관례가 잘못이란다. 적게는 수백, 많게는 천 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의 교육과 안전을 책임지는 재외 한국 학교장의 신분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애버렸다. 학교장의 신분이 엄청 중요하기 때문에 그 근거 규정을 새로 만들려면 아마도 국회의 높은 문턱을 특별히 넘어야 하는 모양이다.      


재외동포청이 아니라 재외동포교육청이 더 필요하다

지난달 5일, 외교부에서 재외동포 업무 전담 기구로서 재외동포청 설립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750만 재외동포 관련 정책 수립과 지원업무를 통합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다. 그동안 외교부는 국가 간 마찰 우려로 재외동포청 설립에 반대해 왔다는데 최근 입장을 바꾸었다.


걱정되는 건 재외동포 교육이다. 재외동포청이 설립되면 그동안 교육부에서 담당하고 있던 교육업무도 이관될 가능성이 크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지 의문이다. 학교장, 교직원의 선발과 파견은 17개 시도교육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고용 휴직으로 근무하는 교사의 휴·복직 등 인사 문제도 그렇다. 교육과정 등 학사 운영은 국내 유·초·중·고등학교와 연계·관리되어야 한다. 대학 입시 문제는 예민하고 복잡하다. 재외 한국학교의 증개축, 시설유지, 교사 인건비 등 교육부의 예산 지원 없이는 운영이 어렵다. 

     

최근 들어서는 다문화가정 자녀의 한국학교 입학이 늘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인적자원이다. 한국어, 영어, 현지어 등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나고 타문화에 대한 수용과 개방성도 높다. 재외 한국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모든 학생이 그렇다. 시혜나 지원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인 인적자원 개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외동포청에 뭉뚱그려 교육을 포함시켜 할 수 있는 일일까? 재외동포청이 아니라 <재외동포 교육청> 설립이 더 필요하다. 그러잖아도 작고 연약하고 힘없는 교육이 해외에서 더 소외될까 걱정이다. 기우이길 간절히 바란다. 

방콕한국국제학교 정문


매거진의 이전글 교장샘, 정신 똑바로 차려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