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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새미 Apr 19. 2023

지금 거기 있는, 이유가 있는 사람

나만의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그 설득력

줄곧 이공계를 지망하고 창업에 이른 나는 정말이지, 생활의 고민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할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이 뭐뭐다 라는 것들이 있었고 그런 직업을 위한 대학 학과 선택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았다. 자유분방하던 친구들도 막상 고3이 되면, 최대한 그 선택을 하는 듯 보였다. 이과 여자반에서 나처럼 이공계를 선택한 경우는, 대학이 좋은 경우였다. 서울 연세 고려대이거나 포스텍 카이스트이거나.


그 중 한 친구가 일 년을 다니고 재수를 하면서 소위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으로 갈아타는 선택을 했다. 막상 대학에 가보니 나에게 이게 더 맞는 길 같다고 여겼다거나. 이공계 빌딩블록 체계가 너무 길어서 빠른 직업 선택이 필요했다거나. 그 직업과 관련된 콘텐츠를 접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거나. 뭐 하튼 이런 근사한 이유가 나올 줄 알았는데. 우연히 후배들과 함께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다들 이게 좋다고 하니까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나도 그래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이 똑똑한 친구도 이런 선택을 하는데. 먹고사니즘에 관심없이 구는 것이 몇년이나 유효할까. 생각도 스며들었다. 앞이 안보이는 연구자의 길과 앞이 잘 보이는 자격증의 세계에서 앞이 잘 보이는 것을 택하는 것은 대체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왜 다들 좋다고 하는 길에 진입하지 못(안)했나.


재미 때문이다.


나의 재미는, 만들어내고, 반응을 보고, 개선하고, 내 이름을 박아넣는 데에 있다. 저 중에 2~3개가 해당하면 상당히 재밌다고 느낀다. 놀랍게도 내가 재밌다는 생각하는 일들이 나와 회사의 가치를 만들어 준다. 10년 가까운 커리어에서, 줄곧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현실 감각 없이 재미를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재미있다고 느껴본 일을 학창시절부터 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가 만든 허접하기 그지없는 서비스라도, 이걸 누군가 보고 쓴다는 데서 재미를 느꼈다. 만드는 것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 이를 확장하면서 오는 성취감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재미있다고 느끼는 일을 해본 뒤에는, 재미없는 일을 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할 때에는 나에게 재미를 줄 것인가가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연구하고, 생각하고, 만들어 내는 일은 재미가 있었고, 정해진 공부를 하고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첫 회사도 재미 위주로 선택을 했다. 비슷한 시기 대기업에서 불렀던 연봉에 반토막을 내며 들어갔다. 그리고 창업을 시작해서는 첫 해 매출이 2600만원이었다. 재미있으면, 사실, 버는 것이 이 정도여도 큰 관계는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맞아서 오래 함께 하겠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재미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각각 다른 포인트에서 재미가 있다. 어떤 사람은 집착하여 문제를 끝끝내 해결하는 데서 재미를 찾고, 어떤 사람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가 금이 가는 것을 보는데서 재미를 찾는다. 또 어떤 사람은 그 금을 넓게 벌리는 데서 재미를 찾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빠르게 실패하는 데서. 말도 안되게 많은 일을 해내는 데서 재미를 찾는 이도 있다.


각기 다른 채널을 통해 모였지만, 이렇게 자신만의 재미 포인트를 가지고 추구해온 사람들은 얼굴에 빛이 난다. "다들 좋다고 하니까.." 같이 다수가 재미없이 택하는 길 말고 자신의 느낌을 토대로 실행을 해온 사람들이다. 뭔가를 포기했더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의 능력은 재미와 동기화되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그 사람의 말은 설득력이 있고, 우리의 프로덕트를 더 좋은 곳으로 가져가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결론적으로, 나의 재미와 다른 형태의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 자체가 이 사람이 이 자리에 있어야만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된다. 회사는 우리를 보완해주는 이 사람과 함께 해야만한다.


그렇게 곧 메이코더스 멤버가 8명이 된다. 그 사이 드나듦이 있었던 것은 스타트업이라, 별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 회사에 명확히 비어있는 역량을 가진 분이 합류를 결정하면서 더 강한 조직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든다. 재미있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일하는 것. 남들이 좋다고 했다는 이유로 업을 선택했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감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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