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는 설계자다

와일드하기 그지 없고 생각과 경험이 돋보이는 바로 그, 프로덕트 디자인

by 최새미

디자인을 영어로 쓰면 Design이다.

Design을 영어사전에서 찾으면 '설계'다.

'설계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으면 '계획하다' '구상하다' '기획하다'가 나온다.


기획자+UI/UX디자이너 조합은 아주 흔하다.

기획자는 와이어프레임을 짜고, UI/UX디자이너는 이걸 똑같이 그려서 시각화한다.


이상한 일이다.

Designer는 Design을 하는 사람을 가리킬텐데

기획자가 있고 디자이너가 또 따로 있다.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디자인이라는 일이 생각하는 거야, 그리는 거야? 하고 말이다.

왜냐면 학부 때는 Computer Organization and Design 이런 단어로 어려운 것을 짜는 설계 느낌으로 배웠는데, 커리어 초기에는 디자인이 그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출판업, 기자가 생각했고 디자이너가 그렸다. 기자는 Reporter이고 Journalist인데, 내용을 간추려 이야기한다는 뜻이건, 뭘 고심해서 실을 결정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건 기획자 포지션에 가까웠고, 디자이너는 이에 맞추어 이미지를 멋지게 만들어줬다.


그래서일까. 창업하고 만난 대부분의 디자이너들과 소통할 땐, 뭔가에 맞추어 디자인을 요구하는데 익숙했다. 처음의 난, 와이어프레임을 짰고, 이것을 1600px로 하네, 1024px로 하네 하면서 우왕좌왕했다. break point도 두 개나 두고 태블릿도 대응하고, 모바일도 대응하는 형태로 막~ 그렸고, 그것을 기획서라고 정리해서 외주디자이너에게 넘겼다.


근데 이게 아닌거 같은 거다.

내가 아무리 와이어프레임을 그려도, UX는 자연스럽지 않았고, 그대로 디자인까지 적용해 바꿔두면 수습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캔바를 참고하자고 해도, 디자이너는 쇼핑몰 UI를 뽑았다. 이상하게 우리 디자인은 프레임을 연장시키면 이미지가 같이 늘어났고, 사각의 원형의 프레임 비율이 바뀌고 그랬더랬다.


제플린(Zeplin)을 쓰다 피그마(Figma)로 넘어 오니 더 심했다. Auto layout이라는 css flex와 매칭되는 매우 좋은 기능이 생겼다고 듣긴 들었는데, UI/UX디자이너 누구도 써주지 않아서 나도 어떻게 써야할지 몰랐다. 딱 보면 세로가 긴, 예쁜 그림 같은 웹페이지인데, 늘려보면 비율이 깨졌고, 심볼 하나도 프레임 안에 프레임 안에 프레임 안에 들어 있기도 해서 개발이 너무 어려웠다. 나중에 내가 배워서 고치다가.. 정말.. 이상했다. 기획서를 만들고 UIUX디자인을 했는데 기획자가 다시 개발용으로 손을 보고 있는 셈이었다.


그때쯤이다. 미국의 주요 스타트업을 몇 개 거친 프로덕트 디자이너(남편)와 살고 있는 친구랑 디자인 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한 번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기도 했는데, 아주 놀랐던 기억이 있다. 희고 몇 개의 선만 있고 시각적으로 따지자면,, 음,, 심플한 문서에 가까운거다. 노션으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기획을 하고 있었던 거다. 개발자 관점으로 말해보자면, 직관적으로 뭘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안보이는 부분-레이어, 폴더 구조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 때 땡 하고 머리를 맞은 거 같았다. 음. 나는 UI/UX디자이너에게 내가 더 잘 기획해 주면 프로덕트가 만들어질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나한테 필요한 것은 안보이는 부분까지 구조적으로 만들, 바로 이런 (미국 스타트업들에서처럼!) 디자이너였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한국말로 제품 설계자다.

뭔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고등학교 때 공부를 못하면 예체능으로 빠진다며 폄하되곤 했다. 그래서 그림 잘 그리는 사람, 정도로 편견이 생긴걸로 보인다. 뭐, 기존 산업에서는 정말 그렇게 작동할수도. 그런데 온라인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디자인이야 말로 논리와 설계와 경험 모든 것이 달린 종합예술 같다. 잘 그린다는 하나의 테크닉으로 달성될 수 없다.


와이어프레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서류작업 같은 느낌이었고, 기획자가 기획서, 또는 와이어프레임을 건드는 순간 문서 프로세스가 하나 추가됐다. 프로세스가 하나 추가된다는건.. 다자에 의한 검토 프로세스와 설명 프로세스가 추가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제품을 만들 때 속도가 4분의 1 이하로 떨어지는 거 같았다. 내가 그냥 개발하고 생각할 때는 하루면 될 게시판이, 한달이 걸리게 되고, 그러고도 원하는 목표가 도달이 안됐다.


디자이너 이름 앞엔 프로덕트가 붙어야 한다! 제품을 설계하는 사람, 사람들의 의도가 있고, 그 의도가 왜 구현돼야하는지를 알고, 작동하는 방식을 고민하여, 실재화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User Interface와 User Experience를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객이 이 제품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하며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롤에 가깝다.


그래서 올 상반기에 조인한 프로덕트 디자이너 민지(민지소개, 인터뷰)와 소통할 땐 모든게 새로웠다. 내가 정해주지 않아도 되고(정해주면 오히려 좋지 않음), 오퍼레이션이 중요한 프로덕트라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고객과 얘기하고 오퍼레이션에도 붙었다. 오퍼레이션 자동화도 함께 얘기하고, 고객 줄 세우기 위한 방안도 함께 고민한다. 이것은 이래요 저것은 저래요 정리하는 기획서 한 장 없이, 와일드하게, 시장에 뛰어들어서 나는 고객과 프로세스를 패턴화했고, 그는 이것을 정리하고 정리해 프로덕트에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했다.


자연스레 아주 시끌벅적한 팀이 됐다. SEOUL4PM이라는 프로덕트는 이커머스 형태이고, 정해진 상품을 판다는, 그러면서 후발주자라, 갖춤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았다. 그런데 Mayk는 고객이 움직이는 패턴부터 정형화되지 않은 제조사 네트워크까지 논의할 게 너무 많은 거다.


오, 제조계의 캔바(!) 되겠는데? 생각한다. 메코는 사실 2023년에 3D오브젝트를 웹브라우저에 빠르게 띄우는 수학연산법에 대한 특허도 받고, 3D오브젝트로 화장품도 시뮬레이션 하면서 만들고 하는 프로덕트의 데모를 만든 적이 있다. 전시회에 갔다가 그 냉담함에 세일즈 모드로 전환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세일즈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서 기술을 팔려고 했던거 같다. 온라인으로 주로 고객을 획득하게 된 지금, 뭔가 지금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걸 잘 만들어서 세계 최고 멋진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고(여전히 이 업계에 컴공과 출신 창업팀은 우리팀뿐이다;;), 이 작업에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너무 필요하다는 것은 몸으로 배워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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