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안하기

뭘 해내는 것은 항상 엄청나게 어렵다

by 최새미

뭘 해내는 것은 항상 엄청나게 어렵다.

예전에, "Everything else is secondary"라는 스티브잡스의 말을 인용한 적이 있다. 중요한 것을 집중하라는 말인데, 나는 이 말에는 다른 건 다 버려라, 라는 뜻이 있다고 봤었다.


뭘 하기 위해서는 뭘 안할 용기 + 능력 + 자유가 필요하다.
뭘 하는 것보다 뭘 안하는 것이 더 어렵다.
따라서, 뭘 해내는 것은 항상 엄청나게 어렵다.


나의 경우 다이어트와 영어공부는 거의 25년째 새해 목표인데, 몸무게는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영어는 생존의 국면에서 계단식 성장 후 올랐다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이것들이 어려운 이유를 톺아보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안 먹기, 한국어 안쓰기를 해야하는데 지금 이 생활에서 안 먹고 안 말하고를 실천할, 용기와 능력이 없다. 아니, 용기와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자유가 없다. 누가 허락하겠는가, 한국에서, 사업하면서, 안 먹고, 안 말하고를.


요즘 고객개발 + 비지니스모델링 + 투자유치 밑그림그리기 + 팀빌딩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다 조금씩 못하고 있달까. 드문드문 날아오는 재촉과 미안함 사이에서, 마음이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하나씩 집중해 가야한다.


다수에 조금씩 관여시켜서 몸을 열심히 움직이고, 마음을 좀 가볍게 하는 방법 아닌가. 나를 여기저기 얕게 개입시킴으로써 나의 최선에 대한 책임을 분산시킨 것. 바빠서 이걸 딥하게 볼 시간이.. 아.. 더 해야하는데.. 핑계나 대면서 말이다. 하나가 완성되게 잘 되지 않는다면, 위의 4개, 뭐 수십개든, 애매하게 돼 있는게 무슨 소용이람. 심하게 말하면, 참조에 어제의 나, 그제의 나, 오늘의 나를 전부넣어 보내는 메일 같다. 다들 잘 알듯, 다수가 참조되면, 아무도 참조되지 않는 것과 거의 같다.


개선이 쉽지 않은 업계다. 보수적이어서, 툭하면 루틴이 생기고, 깊이 있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넓은 관계성 문제가 많다. 그래서 사람이 여기저기 다니며 막으면 어지간해서는 해결이 된다. 이런 데서 IT프로덕트로 잘 하려면, 하나만 무지하게 집중해서 정말 brilliant하고 멋지게 만들어야 한다. 쉬우면서도 깊이가 있고, 많은 사람이 만족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제공하는, 전설의 유니콘 같은 것을 그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하나만 집중하고 다른 모든 것들을 안해야하는데, 저 4개 중에서 찍은 것은, 비지니스모델링. 이게 안되면 고객이 아무리 들어와도 스케일업이 안되고, 스케일업이 안되면 투자유치고 팀빌딩이고 어려운 것 같아서다. 어려워보이지만 어떻게든 하게 된다면 좋은 소식은 이거다. 정말로 이거만 하고 다른 모든 것들을 안하게 된다면, 논리상으로는 다이어트를 할 순 없지만 안 먹는 것은 가능하고, 영어를 늘릴 순 없지만 안 말하기가 가능한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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