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하루 종일 울었던 사람이 있냐고요?
네, 바로 접니다.
바야흐로, 입사 6개월 차에 일어났던 사건입니다.
A 브랜드의 SNS 콘텐츠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 중 광고주가 기획안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리한 요구를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의 입장에서는 일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서든 이해시키고, 대안을 제시하며 설득하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상황에 크게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광고주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제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했다는 식의 말투로 이야기했고, 통화를 마치고 나서 오후 내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을 잘하려면 회사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들었지만 그날은 제 의지와 다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밖에서 나가서 마음도 진정시켜 보고, 신나는 노래도 들어봤지만 이상하게 자리에 앉기만 하면 자꾸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저는 광고주의 무리한 요구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설득시키지 못했던 제 자신의 무능함에 더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 제가 했던 행동은 뭐였을까요?
1번) 친구와 동료에게 나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하루 종일 우울한 상태로 일하다 퇴근 후 엽떡을 시켜 먹고 잠에 든다.
2번) 문제 상황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과 같은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방안을 찾아 팀에 공유한다.
제가 엽떡을 참 좋아하긴 하지만,,, 그날 저는 2번을 선택했습니다. 닭똥 같은 눈물이 계속 흐르는 상태에서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손에는 펜을 들고, 나머지 한 손에는 휴지를 들고 말이에요. 누구의 잘못인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고, 여기서 제가 부족했거나 잘못했던 점은 무엇인지, 추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지 고민해 보고, 텍스트로 정리하여 팀에 공유했습니다.
사실 공유하는 순간에도 계속 울고 있어서 팀장님은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못 알아들으셨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제가 정리한 내용을 끝까지 말씀드렸고,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되었습니다. 사실, 전 그날이 잘 기억나질 않습니다만, 나중에 회식 자리에서 한 팀원이 말하길 그때 충분히 억울하고,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임에도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 보고, 해결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었다고 하더라고요 ㅎㅎ
저에게는 아픈 기억이지만, 이 날을 기준으로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리한 일을 요청하면 당황하거나 팀장님께 해결을 요청드렸었다면 최근에는 스스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확실히 처음보다 여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요즘에는 통화를 하다가 무리한 요구가 들어오면
“제가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
라는 말로 시간을 확보합니다. 그다음에 요청하는 일이 무엇인지, 가능한 업무인지, 어렵다면 어떤 근거로 설득해야 할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해 본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하니 제 의견을 좀 더 명확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설득하기도 훨씬 수월한 것 같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다면 제가 썼던 방법을 한 번 써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입장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더 좋은 대안을 찾아 고민하다 보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제가 일을 회고할 때 사용하는 방식인데, 필요하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