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by 동이화니
인간이 저 금지된 나무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죽음이 들어왔고, 한 분 더 위대한 인간이 우리를 회복시켜 저 지극히 복된 자리를 되찾아 주실 때까지, 우리는 에덴을 잃고 온갖 재앙 속에서 살아가야 했으니 하늘의 뮤즈여, 인간 저 최초의 불순종에 대해 노래하라.


존 밀턴의 실낙원 첫 문장입니다. 하나님이 만든 세상은 완전했습니다. 먹을 것과 즐길 것이 가득했습니다. 거기에서 아담과 하와는 가득한 행복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사랑의 신 큐피드가 황금화살을 들고서 자줏빛 날개를 펴고 거기에 와서 꺼지지 않는 등불을 밝히니, 열락이 그곳을 지배한다.' 이것이 그들의 모습입니다. 천국의 삶이었습니다. 이 보다 더 큰 행복을 구하지만 않고, 더 알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만 한다면 너희는 계속해서 가장 행복하고 복된 한쌍이라고 천사는 말했습니다.


뱀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뱀이 아니라 실은 그 속에 숨어 있는 사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천사들을 이끌고 하나님께 반역하였다가 저 깊은 지옥의 무저갱에 갇혀버린 사탄의 우두머리입니다. 하나님께 대적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하나님이 자기 형상으로 만든 인간을 타락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게 가장 손쉬운 최고의 복수라 생각했습니다. 하와가 홀로 있을 때 그는 그녀 앞에 나타났습니다. 뱀은 자신의 몸을 둘둘 말아 마치 미로처럼 쌓아 올린 후에 꼬리를 원형으로 만들어 떠 받치고 꼿꼿이 서서, 볏이 달린 머리를 곧추 세우고 붉은 보석 같은 눈으로 앞을 보며 나아갔습니다. 온몸을 둘둘 말고서 그 중앙에서 황금빛이 감도는 푸르스름한 목을 똑바로 세우고 풀밭 위를 물결치 듯 유영해 가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그렇게도 사랑 스러 웠나 봅니다. 테베왕 카드모스와 왕비 하르모니아도 제우스 신에게 부탁하여 뱀이 되었습니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도 뱀으로 변신했다 합니다. 그리고 뱀이 휘감긴 지팡이를 들고 나타나서 병을 고쳤다 합니다. 지금도 이 지팡이가 의술의 로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요즈음 고가의 불가리 뱀 반지와 목걸이가 선풍적인 인기라고 합니다. 지금도 뱀이 아담과 하와의 후손인 우리를 여전히 유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뱀은 하와에게 말했습니다.

이 우주의 여왕이시여. 당신을 겁주기 위해 이 나무의 열매를 먹으면 죽을 것이라는 경고를 믿지 마십시오. 열매하나 먹는다고 당신이 죽는다고요? 이 열매가 지식을 준다면 생명도 줄 것이 분명합니다. 하나님이 이런 사소한 잘못에 진노하실 그런 분입니까? 도리어 죽음의 경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선악을 알아서 더 복된 삶을 살기 위해 두려움 없이 과감하게 실천한 당신의 용기를 칭찬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선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한 악이라는 것이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악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더 쉽게 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와는 금단의 열매를 따 먹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는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대(선악과나무)가 주는 자양분으로 말미암아 지식에서 점점 자라나서, 그 모든 것을 아는 신들처럼 되고 말리라'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죄와 죽음이 우리 인간에게 들어오고야 말았습니다. 아담은 하와를 사랑했습니다. 자기 아내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열매를 삼켰습니다. 불순종의 죄는 그를 깊은 후회와 절망에 빠트렸습니다. 그러나 늦었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봅시다.


그 벌레의 말대로 우리의 눈이 열려서 선악을 알게 된 것은 분명 하지만, 그 대신에 선을 잃고 악을 얻게 되었소. 그 지식 때문에 우리는 명예로움과 순진 무구함과 믿음과 순결을 잃고서, 이렇게 발가 벗겨진 채로 남겨졌소. 우리의 얼굴에는 추악한 정욕의 징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 정욕으로부터 온갖 악이 쏟아져 나오고 있소. 최후의 악이라는 수치까지도 우리에게서 표출되고 있소. 수많은 악들이 우리에게서 발산되고 있소.


사탄은 이 거사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지옥으로 내려갔습니다. 죄와 사망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딸인 죄야. 그리고 나의 아들이자 손자인 죽음아. 너희 둘은 이 길을 따라 이제 너희 것이 된 낙원(에덴)으로 내려가라. 거기에서 행복하게 거하면서 땅과 공중을 다스리고, 무엇 보다도 만물의 주라 불리는 인간을 지배하고 다스려라. 인간을 너의 노예로 삼아 부리다가 마지막에는 죽여라.' 죄와 사망이 우리를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라.(창 3:15)

인간이 선악과 열매를 먹고 타락한 이후 하나님이 뱀에게 한 말씀입니다. 하와의 후손이 사탄의 머리를 짓밟고 그가 가져온 죄와 사망을 이길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발꿈치를 상한다는 말씀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뜻합니다. 예수께서 사탄이 가지고 온 죄에 대해 죽고 다시 살아나셔서 사망을 이긴다는 말씀입니다. 인간이 범죄하고 낙원을 잃고 세상으로 쫓겨날 때, 그 순간부터 인간 구원의 역사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창세기 첫 이야기가 요한계시록 마지막 문장과 연결되는 놀라운 장면입니다. 이 기막힌 스토리에 감동했습니다. 도대체 이 책은 누가 쓴 것입니까? 사람이 쓴 것입니까? 사람이 이렇게 쓸 수 있습니까? 기록된 지 수천 년이 지난 성경이 왜 우리 앞에 아직도 놓여 있습니까? 그 속에서 밝은 빛이 여전히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래된 모슬렘 동화입니다. 사탄이 처음으로 아담을 본 일에 관한 이야기예요. 사탄이 아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아담을, 이 새로운 피조물을 중고차 살펴보듯이 살펴봤어요. 명백히 신이 가장 좋아하는 피조물을요. 사탄은 별로 감동받지 못했어요. 이해가 안 됐죠. 그러다 아담의 입에 들어가서, 완전히 아담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장을 모두 지나 마침내 항문에서 나왔어요. 나와서 사탄은 웃고 또 웃었어요. 데굴데굴 구르면서 말이에요. 눈물을 흘리면서 웃었어요. 그리고 신에게 말했어요.


당신이 만든 게 이것입니까? 이자는 완전히 비어 있어요!. 완전히 텅 비어 있다니까요!


사탄은 자신의 행운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자기 일이 얼마나 쉬어질까 싶었죠. 인간은 그냥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기다란 공백이니까요.




우리지금 무엇으로 이 공백이 채우고 있나요?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낙원을 잃어버린 인간이 뱀의 유혹을 이길 수는 있는 것일까요? 광야 같은 세상에서 오랫동안 유랑하던 우리가 다시 낙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음력 새해가 시작되는 아침입니다. 밀턴의 서사시 실낙원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