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거장에서 9달을 지내는 우주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Samanta Harvey가 쓴 Orbital이라는 책입니다. 2024년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24년 최고로 좋았던 책으로 추천한 책입니다. 부커상 심사 위원장은 '세상을 낯설고 새롭게 만드는 기적의 소설'이라고 평가하며 만장일치로 수상을 선정했다 합니다. 이런 좋은 책을 만나서 너무 좋습니다. 우주 비행사들은 하루에 지구를 16번 돈다고 합니다. 16번의 일출과 일몰을 봅니다. 하루에 낮을 16번, 밤을 16번 지냅니다. 이 책은 1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명의 우주비행사들의 하루를 기록해 놓은 책입니다. 엊그제 킨들로 구매해서 이제 겨우 첫 번째 장을 읽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건드리는 감동이 찾아듭니다. 몇 페이지 읽지 않고도 좋다는 생각이 든 책들이 별로 많지 않은데, 그래서 더 기대가 됩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Las Meninas(시녀들) 이라는 그림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옵니다.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본 적이 있지만, 나는 그림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 그림은 복잡하고 수수 깨기 같은 화풍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것이 실재하는 것이고 어는 것이 환상인지 의문을 나타내고, 보는 사람과 보이는 사물사이의 관계를 불확실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이 그림은 그림 안에 있는 또 다른 그림입니다. 그림 안에는 이젤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 벨라스케스가 있습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왕과 왕비입니다. 그들은 우리처럼 그림 바깥에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거울에 투영되어 그림 내부에 존재합니다. 그들은 무엇을 바라보나요? 우리처럼 그의 딸 공주, 그리고 시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작가에 의해 그려지고 있는 왕과 왕비 입니까? 그들의 딸입니까? 공주는 그림의 중앙에 금빛으로 밝게 빛나는 주인공 입니다. 아니면 수종 드는 시녀인가요? 아니면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작가인가요? 그것도 아니라면 우리 인가요? 작가 발레스케스, 어린 공주, 왕과 왕비를 그림 밖에서 응시하는 관객인가요? 환상과 속임과 계략. 그렇습니다. 인생은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는 왜 La Meninas그림 이야기의 소설 시작부에 던져 놓았을까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진짜 인생은 어쩌면 지금 인생이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지금 사는 인생이 Iullusion, Tricks, Artifices 인가요?
Chie가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주방으로 왔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충격으로 창백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녀는 지금 지구로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들 모두는 위로의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우주선 바깥의 지구만을 쳐다봅니다. Chie의 어머니는 지금 돌고 있는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빛나는 지구일 뿐입니다. 지구만이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The earth, from here, is like heaven. It flows with colour. A burst of hopeful colour. When we’re on that planet we look up and think heaven is elsewhere, but here is what the astronauts and cosmonauts sometimes think: maybe all of us born to it have already died and are in an afterlife. If we must go to an improbable, hard-to-believe-in place when we die, that glassy, distant orb with its beautiful lonely light shows could well be
이 글에 감동 받았습니다. 여기 우주에서는 지구가 천국입니다. 푸른 빛이 흐르는 천체. 희망의 색깔이 넘치는 곳이지요.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을 땐, 저 천국이 저 하늘 너머 어딘가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여기 우리 우주 비행사들은 생각합니다. 우리가 죽어서 믿기 어려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세상 천국에 가야 한다면, 그곳은 다른 곳이 아닙니다. 홀로 아름답게 빛나는 별, 바로 우리가 사는 지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