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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ook Essay

The Promise

by 동이화니

The promise를 읽었다. 2022년 부커상 수상작, Damon Galgut의 소설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설 입구에서 쓰인 Federico Fellini의 글처럼,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가족들의 이야기다. 엄마가 죽으면서 원했던 약속을 끝내 지킨 막내딸 Amor를 빼고 말이다.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면서 아라파트헤이트는 제도적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는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 평범한 이야기 속에 남아공의 슬픔을 담고 있다.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힘든 문제가 Amor라는 한 개인의 사랑으로 풀릴 수 있다는 희망이 여기에 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의구심이 고개를 쳐들지만, 그래도 가능할 것이라 믿자. 왜냐하면 그 희망조차 없다면 어디서 구원을 찾을 수 있겠나? 희망이란 의심 중에서도 남을 믿는 것이라 했으니,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생각 하자. 평범한 이야기,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 Promise is promise라는 말, 그것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것은 가까이 있으면서 붙들기 힘든 참 명제라는 교훈을 다시 얻었다.



소설 속의 글은 단순한 언어의 나열이 아니었다. 여나믄 줄들이 만드는 작은 문단은 영화의 씬, 장면이었다. 화면은 다시 새로운 무대로 바뀌고 거기엔 항기와 냄새와 맛이 뿌려져 맛갈나는 영상으로 변한다. 수없는 찰나가 그림으로 우리 시선 속으로 찾아오고 지나간다. 절제된 언어는 시를 만들고 그것이 공간을 메운다. 작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예술이 되어 지면에 놓인다. 우리가 쓰는 일상의 소리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었던가? 잔잔한 언어의 유희에 마음이 평온하고 잔잔했다.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 소중한 기억이 담긴 사진처럼 다가와 마음이 떨린다. 지나가는 시간들이 언어라는 보석으로 서로 엮인다. 마음이 흘러나와 문장 사이를 춤춘다.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향기가 우리를 감싼다. 흰 증기로 보이지 않는 작은 열탕에서 동백의 가는 붉은 꽃 알갱이가 점점이 내려 않는 듯한 쉼을 우리는 즐긴다. 언어의 기적을 만들고 있다. '포크너의 풍요성과 나보코프의 정확성이 균형을 이루는 서사문체'라고 부커상 심사위원은 말했다. 그리고 '21세기 소설이 다시 꽃 피운 하나의 약속'이라고 그들이 말했다. 언어의 마술에 깊이 빠져든 좋은 시간이었다.

She has thought of Salome many times over the years, of course she has. Whenever her mind has strayed in the direction of home, or no, that is, the farm, not her home any more, whenever her mind strays to the farm there are lots of stones to turn over, and Salome is one of them


그랬다. Amor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평생토록 헌신한 Salome에게 집을 주겠다고 한 어머니의 약속 말이다. 암으로 고통받는 어머니 앞에서 약속했던 아버지도 이를 외면했다. 그리고 자기가 운영하던 뱀 농장에서 뱀에게 물려 죽었다. 언니 Astrid도 약속엔 관심이 없었다. 세상의 일과 섹스가 최고였다. 그녀가 하는 말을 보자.

His cock, so solid-lookig, not pink and breakable like white men's pennises.

그녀는 다시 다른 흑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집에 가는 중에 납치 강도범에 살해당했다. Amor는 오빠 Anton에게 Salome와의 약속을 여러번 이야기한다. 오빠는 머뭇거리지만 그래도 다른 가족들보다는 낫다. 그러나 Anton은 자살을 한다. 이미 멀어진 아내의 요가 선생을 집에서 만난 그날이었다. 그는 아내의 정부였다. Anton은 고통하는 인생의 표상인 것 같다. 그는 죽기 전에 이렇게 절규했다. 그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악취 나는 인생 옷을 더 이상 입을 수 없다고 했다.


No. Can’t do it. Can’t bear being a walk-on in the play any longer, can’t bear the notion of going back to the house and picking his life up like some worn-out shirt he dropped on the floor. And then what? Putting it on again, just like that, stinking, absolutely reeking, of himself? He knows it too well, that smell. Cancel the shirt, cancel the house. Cancel the pylons. Make it all stop.


그는 세상이 싫었다. 매일 반복되는 날이 싫었다. 날마다 똑같은 하루, 지구는 매일 똑같은 연기만 한다. 극장은 무너지고 있는데, 대사는 언제나 똑같다. 무대 의상도, 내일도 모레도.


Foolish old earth, returning and repeating itself, over and over. Never misses a show. How can you bear it, you ancient tart, giving the identical performance again and again, evenings and matinees, while the theatre crumbles around you, the lines in the script unchanging, to say nothing of the make-up, the costumes, the extravagant gestures … Tomorrow and tomorrow and the day after that …


오빠는 죽었다. 이제 남은 사람은 Amor 뿐이다. 그녀는 변호사에게 집과 자기 유산을 포기할 것을 말한다. 그리고 Salome를 찾아간다. 아들 Lukas를 만났다. 30년을 품어 가며 마침내 이룬 약속을 그에게 말했다. 그런데 이것이 웬 말인가? 고맙다고 말하기는커녕 이 집과 이 땅은 원래 우리 것이라고 말한다. 너희들 백인이 우리 것을 훔쳐 간 것이라고. 너희 백인이 가진 모든 것은 우리 거라고. 남아공의 아픈 역사가 서려 있었다. 순수한 백인 처녀가 30년 넘게 힘들게 품어 실천한 약속이 세상을 원래대로 재 배치 할 수는 있는 것일가?


And still you don’t understand, it’s not yours to give. It already belongs to us. This house, but also the house where you live, and the land it’s standing on. Ours! Not yours to give out as a favour when you’re finished with it. Everything you have, white lady, is already mine. I don’t have to ask.


이 책의 마지막에 비가 내린다. 똑딱똑딱, 타다닥. 조율되지 않은 피아노 소리, 술 취한 피아니스트가 치는 소리와 같다. 부자와 가난한 자, 행복한 사람, 불행한 사람 모두에게 비는 내린다. 비는 아무 판단도 하지 않는다. 죽은 자, 산자 모두에게. 밤새도록 내린다.


Tick-tock, tappity-tap. Untuned piano, drunken pianist. Then the sky rips open and everything falls through. She’s drenched in a few seconds, so what’s the point in running? Open your arms instead. Yes, here it comes, the rain, like some cheap redemptive symbol in a story, falling from a turbulent sky onto rich and poor, happy and unhappy alike. It falls onto tin shacks as impartially as it falls onto opulence. The rain has no prejudice. It falls without judgement on both the living and the dead and continues to fall like that, for hours through the night.


약속. 지켜야 한다. 지키고 싶다. 작은 몸짓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은총의 비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Amor는 오빠를 보내고 지붕 위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왔다. 그리고 인생 앞을 기다리고 일어날 것을 향해서 다시 발을 디뎠다.


And starts to climb down the roof, step by step, towards whatever it is that happens n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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