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ook Essa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이화니 Sep 03. 2021

아우아의 세 번째 유방

옳고 그름의 세상을 나가고 싶어


그래 세 번째 그것이 있는 거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그것 말이야. 아우아의 세 번째 유방 같은 거 말이야. 둘은 항상 싸웠지. 다른 것을 선택할 수가 없었어. 내 것 아니면 너의 것. 내 생각 아니면 네 생각. 내 것 포기하면 너의 것이 되어 버리지. 내 것을 빼앗겨 버리지. 그래서 싸우는 거야. 끝없는 전쟁. 그게 우리 인류의 역사 아닌가?


끝없는 발명과 발견. 그것은 쟁취하기 위한 방도일 뿐이야. 사람을 위한다 하면서 노력하고 만든 것이 결국 사람을 망치는 이상한 귀결. 그게 바로 우리 남자들이 해 놓았던 작품이지. 자연을 파괴하고 사람의 마음을 짓이기고 무자비한 악을 행하지. 그래도 자기는 선과 진리의 수호자인양 의기양양하지. 그것이 정의라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 거야.


전쟁과 평화. 선과 악. 이익과 손해. 언제나 둘은 싸움이었어.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고 빼앗고 누려야 하기 때문이지. 그래 바익셀강 어귀에 나타난 넙치는 투쟁을 가르쳐 준거야. 여자에 대한 남자의 투쟁. 생명을 낳을 수 없는 인간이 가지는 위선의 생명 창출. 불을 훔치고 풀무불로 연장을 만들고, 사상과 이념을 만들고, 문명을 만든다 하면서 죽음과 파괴를 서슴지 않았지. 그것을 넙치는 우리에게 가르쳐 준거야.


아우아의 유방, 젖을 빨며 완전한 평화를 누리는 남자에게 넙치는 왜 싸움을 가르쳐야 했나? 세상의 분열. 그걸 바란 것은 전혀 아닐 텐데..... 그래, 인간은 어쩔 수 없었던 거야. 둘이 존재하는 세상을 만들려는 욕구. 그리고 둘 중 나머지 하나를 쟁취하려는 파괴의 욕구. 악마는 언제나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기를 요구하고 있어. 뛰어내려라. 그러면 천사가 달려와 널 구원하리라. 돌덩이가 떡 덩이가 되게 하라. 날 경배하라. 두 개 중 하나를 선택하게 만들지.


파우스트 곁에 붙어있던 메피스토펠레스 알지. 언제나 나쁜 선택을 끝없이 강요하잖아. 선으로 위장한 채로. 그래. 남자가 여자의 그늘 아래서 해방돼야 한다는 넙치의 가르침은 잘못된 거야. 적어도 사람의 속성을 모르는 물고기 수준의 어드바이스였어. 세상은 넙치의 말을 들은 남자들로 인하여 형편없이 파괴되고 말았지.

악마가 만들어 놓은 이분의 세상. 우리는 잘못된 교육을 받아왔지. 모든 생각, 행위에는 반대말이 존재하는 거야. 그리고 세상은 정답과 오답으로 구성되어 있는 거야. 공부 잘하는 것. 돈 잘 벌고 직장 생활 잘하는 것. 그것은 정답을 잘 골라내는 것이지. 사람들은 창조라고 말하지. 사람들은 경제적이라고 말하고 인간적이라 말하며 유익하다고 말하지. 그러나 실상은 그것이 아니야. 파괴가 전제되는 창조. 동물적인 잔학성이 포함된 휴머니즘. 그것들인 거야. 전쟁이 가려진  평화를 우린 소원하고 있잖아.


둘로 쪼개진 이분의 세상을 벗어나고 싶어. 옳고 그름의 세상을 나가고 싶어. 


문명을 말하지만 깨뜨리며 부수는 세상. 생명을 찬양하고  노래하지만 그곳엔 잉태가 없어. 가식의 성형물만 두 눈 부릅뜨고 있지. 걱정과 공포가 이 도시를 이미 점령해 버렸어.


그래. 이것도 아닌, 저것도 아닌 것. 제3의 것. 아우아의 세 번째 유방. 그것을 난 찾고 있는 거야. 선사시대의 동굴 속에 깊이 숨어있는 그것을 말이야. 흘러내리는 젖을 빨며 누리던  완전한 자유. 생명이 흘러넘치는 시내. 둘이 아닌 셋이 존재하는 평화. 그것들을 말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