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신비

by 동이화니

마음이 울렁거린다. 가만히 머물지 않고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지한 안정된 상태가 아니다. 어떤 작은 변화나 흔들림이 내면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는 듯하다. 알 수 없는 미동이 감지되어 마음이 그것을 받아치고 있다. 세상에는 작은 것을 크게 증폭시켜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많다. 미세한 움직임이 만드는 작은 저항을 증폭시켜 변위를 정확하게 찾아내기도 하고, 세포를 속성으로 증식시켜 현재 상태를 분석하기도 한다. 미국의 사막에 있는 엄청나게 큰 접시 같은 구조체는 모든 방향에서 들리는 소리를 다 잡아 내 음파를 분석한다. 작은 물방울이 진동하는 가죽 북 위로 떨어지면 표면장력으로 둥근 원형을 유지하며 높게 솟아 오르 듯, 우리 마음판은 정신의 작은 소리도 놓치지 않고 반응하고 증폭시킨다. 그렇다. 무언가가 변하고 소리치는 마음의 상태. 그것이 내 속에서 뒹굴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은 어제와 같고, 특별한 걱정거리와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데, 이미 마음은 조용히 움직이는 미동을 느끼고 있다.


그는 자기를 더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냥 가만히 머무는 것보다 약간씩 움직이는 것이 더 좋아. 변화, 그것은 신선한 즐김이지. 새로운 기대 이기도 하고. 정지의 권태가 끝나는 시작이지. 내 속에 이는 작은 미세한 알갱이들이 내 앞에 펼쳐질 공간과 기분을 다르게 만들고 있지. 작은 물방울이 물 표면에서 뛰쳐나오며 뺨에 떨어지는 것을 느껴 보았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 물방울 입자를 흘려보내는 기분은 언제나 새롭고 생기 넘치지. 그래 머무는 것보다 움직이고 물방울을 튀기는 것, 그건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지.


해운대 방파제를 걷고 있는 그는 바다를 쳐다보았다. 기분 좋은 해풍이 온몸을 감싸 안다가 이내 달려가 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바람이 불어와 그를 즐기고 애무했다. 잔잔한 파도가 일고 있었다. 정지가 없는 물결의 계속된 이동. 넓은 바다 표면에는 멈춤이란 것이 없다. 작은 물결의 파노라마들이 마린시티 해변로 쪽으로 끊임없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그것이 테트라포트와 만나서 잘게 쪼개지며 솟아오르더니 또다시 쪼개진다. 그리고 찾아드는 또 다른 물결의 행진. 푸른 바다의 얼굴 피부는 평평하지 않다. 온천수가 표면으로 방울을 솟아내며 분출하며 올라오듯이, 물방울들은 바다 표면을 가만 두지 않는다. 얼굴을 매 순간 바꾸며, 속 마음을 감추지 않고 드러 내고 있다.

그래. 인생이란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야. 시간이란 것이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지나가잖아. 우리는 시간의 객차에 타고 있잖아. 움직임, 울렁거리며 빠르게 변하는 차창의 장면 들을 우린 즐겨야 해. 죽은 멈춘 화면은 우리 에게는 없어. 아니 있어서는 안 되지. 시간의 열차에서 내리면 우리 인생도 끝나는 거잖아. 그래 거기서 내리면 모든 것은 정지하겠지.

그는 안도의 숨을 내 쉬고 있었다. 그는 착각 속에 있었는지 모른다. 조용한 상태, 머물러 있는 순간, 그것을 평화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 평화를 달라고 기도 하고 있었다. 약간의 어려움, 변화만 있어도 그는 두려워했다.



그는 오늘 아침 방파제로 몰려와
파편으로 떨어지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생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래 사는 것은 머무는 것이 아니야. 지금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거야. 그리고 새로운 장면을 만나고 즐기는 거지. 시원한 바닷바람이
그를 만지며 지나갔다.
그리고 상쾌한 습기를 뿌려 놓았다.

그는 오늘 마음이 복잡하다. 알 수 없었던 동요가 형체를 띠고 표면 위로 나타났다. 심각한 얼굴에 가늘게 떨리는 아내 음성이 불안을 주방에 쏟아 내었다. 갑자기 변해버린 적막한 공간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은 이렇게 순간적으로 변하고 만다. 어떤 때는 급격한 에너지 상승이 공간을 팽창시켜, 문을 열어 재치며 즐거운 환호를 내뱉기도 하고, 어떤 때는 겨울의 으스스한 기운에 바람 빠진 비닐 팩처럼 쪼그라들기도 한다. 똑같은 부피의 공간이 다르게 변하는 현상을 우리는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은 신비롭고, 힘들고 어렵다. 사람이 같이 어울리며 우리가 모르는 다른 힘 들을 만들어 내는 조화를 어떻게 우리가 설명할 수 있을까? 자식의 작은 것도 큰 일로 부풀려져 부모 가슴을 놀라게 한다. 자식과 부모는 다른 독립된 몸을 갖고 다르게 살고 있지만 함께 연결되어 있다.


함께 나누고 느끼는 신비한 체험을
그는 어제 또다시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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