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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찾았다

by 동이화니

실망의 며칠이 지났다. 실험으로 우리가 기대한 결과를 찾기가 이제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면 비선형 유한요소 구조해석 밖에 답이 없다. 이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물체의 거동을 시뮬레이션하는 해석적 방법이다. 실험으로 검증되지 않으면 해석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실험이 안되니 이것밖에 할 수 없다. 대학원 다닐 때 A*****로 해석하고 많이 썼지만 졸업 이후로 이 프로그램으로 해석을 한일이 없다. 이 학교에 부임해서 D****프로그램을 구매하고 사용했지만, 그동안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쓸 수가 없다고 한다. 국내 대리점에 연락하니 예전에 고가 주고 구입했다 하더라도 세월이 너무 흘러 다시 구매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에서 개발된 해석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국내 M 프로그램 관계자와 여러 번 통화 끝에 무료로 한 달 빌리기로 했다. 철저하게 준비해 한 달 이내에 비선형 해석을 마쳐야 한다. 가능할지 모르겠다.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듯이 해야 하니까. S대 교수로 있는 후배에게 줄 수 있느냐 넌지시 물어보니 대답이 확실하지 않다. 그래. 내가 공부해서 해보자. 어차피 맡길 적당한 사람 없다면 내가 해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하기로 했다.



다시 기계 구입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답답하니 그 사람에게 전화할 수밖에 없다. 이 기계를 판 사람이 해결해 줘야 하니까? '모르겠다. 구매한 지 20년이 지났다. 그러니 엄청난 거액을 지불하고 다시 구입하라.' 이런 심보를 가진 사람들에게 전화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물었다. 이 기계를 컴퓨터 프로그램 말고 수동으로 켤 수 없느냐고. 안 된다 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대학원 다닐 때 학교에 M**만능 시험기를 공대에서 들여왔고, 그것을 내가 있는 연구실에 설치했다. 그때 내가 외국 엔지니어와 함께 세팅하고 기계 원리와 작동방법을 배웠다. 가장 기본적인 세팅 방식은 프로그램이 아닌 컨트롤러를 통한 직접 작동 방식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신으로 컴퓨터로 연결한다. 프로그램이 문제가 발생하면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것은 이상한 제어 방식이다. 또 하나 더 물었다. 컨트롤러에 있는 하중 보드에 단자를 빼도 작동되느냐를 물었다. "될 걸요"라고 답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 기계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밖에 기계 동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컨트롤러에 하중이나 변위 보드 단지가 빠지면 당연히 안 되는 줄 알았다. 만약 이게 가능하면 하중은 외부기기 데이터로거로 읽고 컴퓨터로는 변위제어로 컨트롤하면 된다. 변위로 제어하기 때문에 컴퓨터 프로그램은 하중과 전혀 상관없게 되고 따라서 하중 영점이 잡히지 않는 초기치가 20톤이 나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기계가 하중을 인식하지 않고 변위로 제어하기 때문에 엑추에이터의 모든 하중 용량을 물론사용할 수 있다.


기계를 가동했다. 그리고 하중 보드와 연결된 로드셀 단자를 풀어 데이터로거에 연결시켰다. 그리고 예비 실험을 했다. 실험이 된다. 지금까지 길고 긴 싸움의 답이 찾아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기계 납품사 J부장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그토록 실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 말했는데, 이 방법을 말하지 않았다. "그래. 생각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굿이 그렇게 까지 배려할 필요가 있었겠나? 영업수익이 우선이니까. " 그러나 그것은 기술자가 가질 마인드가 아니다.


집요하게 매달리고 그것만 바라보면 길이 보인다. 처음에는 어렴풋하고 형체 구분도 안 되고 보이지 않지만 조금 더 조금 더 가까이 가면 조금 더 잘 보인다. 끊임없이 뚫어져라 긴 시간 살펴보면 길이 선명하게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포기하고 다른 곳 응시하고 다른 거기로 가면 문제는 풀리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평생 실패라는 자국을 가슴에 진하게 찍어 놓는다. 이제 해결이 될 것 같다. 진짜 희망이 보였다. 하나님. 나에게 실패라는 포화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은혜를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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