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 없었다. 이렇게 무너지면 일어날 수가 없다. 새벽에 기도했다. 해결해 주십시오. 포기할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광야에 길을 내신 당신이지 않습니까? 홍해까지 가르신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세요. 제어계측학과 J교수를 부르기로 했다. 적어도 제어 기술자를 소개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항상 옆에서 친구처럼 함께하는 K교수도 오후 내내 실험실을 떠나지 못했다. J교수는 프로그램을 자세히 뜯어보며 무지하게 애썼다. 하루 종일 매달렸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0점 세팅이 아예 되지 않게 설정되어 있었다. 하중 리밋을 최대로 설정했지만 무용 지물이었다. 가을 저녁이 찾아들어 어두워질 때까지 앉았지만 소용없었다.
저녁에 J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로드셀이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 힘을 받아 변형을 일으킨 것 같다고. 카스 회사 제품 50톤 로드셀이니 전화해 기술자를 부르자고 했다. 그렇다. 그것이 문제일 수 있다. 로드셀이 문제라면 새것으로 바꾸면 된다. 희망이 하나 생겼다. 매일 희망은 생긴다. 꺼져가는 불길 속에서도 언제나 그것은 다시 떠오른다. 우리가 거기를 떠나지 않는다면, 문제와 상황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매일 찾아와 속삭인다. 내일은 잘 될 거야. 손을 더 멀리 뻗어봐. 그리고 살펴봐. 그러면 훨씬 더 잘 보일 거야. 길이 생겨 날 거야.
다음날 카스 기술자가 왔다. 로드셀을 세밀히 조사하였다. 몇 시간의 노력 끝에 로드셀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비싼 돈 주고 새것으로 갈아 끼워도 똑같은 결과라고 했다. 로드셀로 0점을 잡는 문제는 해결할 수가 없다. 그는 말했다. 대부분의 시스템은 기계 동작 온-오프를 수동식으로 하고 작동 프로그램을 통신으로 연결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프로그램은 깨질 수 있고 OS환경이 변하기 때문에 수동 제어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프로그램이 아니면 작동할 수 없다.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생기니 지금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20년 된 환경 속에서 만든 프로그램이니까. 졍말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그는 말했다. 해가 지는 7시에야 그는 돌아갔다.
다시 절망이 찾아들었다. 한가닥의 희망 줄을 부둥켜안고 거기를 언제나 찾아 들어가고 있지만 언제나 실패만 돌아온다. 이 실험 처음부터 끝까지 절망, 희망, 기도 그리고 절망. 이것들만 반복되고 있다.
다음날 아침 기계 제조업체 J부장에게 전화했다. 정말 미웠지만 간곡하게 부탁했다. 아마 그도 질렸을 것이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독사견 같은 내게 질려 버렸을 것이다. 나는 물었다. 왜 50톤 용량을 쓸 수 없나? 자기도 이유를 모르겠다 하면서 유압 탱크 압력을 보라고 했다. 기계를 가동했다. 압력이 낮았다. 200으로 맞추라 했다. 친한 K교수와 학생이 게이지를 돌렸다. 20년 된 것이라 패킹이 나가면 완전 절망이다. 펌프 압력을 조정해서 다시 실험을 시작했다. 과연 얼마까지 올라갈까? 47톤 까지 올라가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시험체는 극한 상태까지 가지 않았다. 사용 가능 하중이 다소 늘어났지만, 그래도 이 하중 수준에서는 섬유판 보강 효과를 볼 수 없다. '그래, 어쩔 수 없어. K사장 만나 모든 것 이야기하자.' 그리고 구조해석으로 실험 결과를 보완하는 수밖에 없다. 그가 이 상황을 OK 하지 않으면 이 연구는 중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