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에 관하여

졸라 힘든데 이직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지.

by 세명

미국에서는 이직에 대하여 기업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는 어느 기사를 보았다. 이직을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증표라는 뜻이었다. 이직에 대해서 사실 스스로의 기준이 있었다.

'적어도 2년 이상 한 직장에서 일해야지, 그래야 일해봤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나의 오만이자 현실을 모르는 섣부른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한 살 많은 언니가 있는데 언니는 나름 졸업 후 좋은 대학교에 석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다. 항상 늘 생각하지만 언니는 참 재능이 많다고 느꼈다. 가끔씩 부모님한테 떽떽(?) 거리고 나에게 언니처럼 보이지 않는 때 (물론 한 살 차이이니까 친하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다)가 있지만. 그래도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이 참 강하고 예술적 감각이 뛰어났다. 이런 언니는 어느 작은 회사에 경력을 쌓기 위해 취직을 했는데 그 회사는 4대 보험도 적용이 안되고 매일매일 야근의 연속이지만 나에게는 흔하다고 생각했던 연장근무 수당도 없는 회사였다.


하루는 언니를 빼고 가족끼리 모여서 밤에 술 한잔 하며 떠들다가 언니가 밤 11시쯤 퇴근을 하고 집에 왔다. 이 날 내가 퇴근하고 집에 오는 지하철에 탔을 때쯤 가족톡방에 올라온 언니의 '오늘도 야근' 톡에서 역대급으로 늦은 날이었다.

'언니 그냥 내가 노동청에 신고해 줄까'

'그럼 신고자 000, 피해자 0**인데. 내 옆에 직원분이 증언해 주겠데'

언니는 우스갯소리로 넘겼지만 집에 온 언니의 표정은 거의 초췌의 끝판왕이었다. 잔뜩 걱정 서린 얼굴로 부모님과 이야기하다가 이직 이야기가 나왔다.


'하 나 진짜 그냥 그만둘까 봐.. 1년만 버티고 때려치워야지'

'언니. 미국은 이직이 능력 있다고 생각한데.'

'야 3개월, 6개월 이렇게 일한게 무슨 능력이 있는 거냐?'

언니는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나를 봤다. 그때 아빠가 하는 말


'맞아. 미국은 그래. 선진국들이 그러지. 우리나라랑은 다르게 그쪽 나라는 이직을 하는 이유가 다르잖아. 우리나라는 대표가 싫다, 회사가 싫다 하면서 그만두지만 그쪽 사람들은 그만두는 이유 자체가 자신의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직원들도 그렇고 사장들도 그래. 그러니까 선진국인거지.'


그 이후로 언니의 연장근무에 대하여 왜 수당요구를 안 하냐는 말이 나왔다가 언니와 대판 싸울 뻔 간신히 참고 이야기가 끝났다. 방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니 어쩌면 내가 근무했던 환경들이 정말 좋았던 환경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좋은 직장에 좋은 직업으로 근무를 하고 지금도 사실 그런 상태라고 생각이 들지만 나에게 이직이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이직을 선택하는 것이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만 보아도 그러니까 말이다.


정말 힘든 환경이 싫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비정상이 아니고 부당한 상황에서 요구를 하는 것이 마치 옳지 않은 일처럼,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는 이 사회의 이상한 관행이 비정상적인 거지.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바꿀 것인가 바꿀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접근하는 것도 참 애매모호하다. 내가 만약 언니처럼 경력이 더 필요한 상태에서 회사 대표에게 부당한 상황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있을까. 모든지 말이 쉽지 행동이 어렵고 역시 역지사지의 태도가 중요함을 다시 느낀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직과 관련하여 요즘 '퇴사인증', '이직준비'등에 관심이 많은데 모두들 저마다의 이유가 있겠지만.. 더더욱 힘든 시기에 사장님이든 직원분들이든 서로 좋게 좋게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직에 대해서도 나처럼 그다지 좋지 않은 인식이 있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하나의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기를.


아 그리고 (언니회사)대표님,수당은 주고 일 시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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