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슬픈 일이다.
할머니는 가끔 공부하기 힘들다고 하는 등의 투정을 부릴 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지금 세대가 참 부러워. 마음껏 공부할 수 있으니까'
나이 든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고 그 운명을 벗어날 수는 없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이 빠르게 바뀌어가는 이 시대에
나름 집에 큰 문제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도전해도 되는 나름의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고
이는 사실 내가 미친 듯이 노력한 것이 아닌 부모님과, 우리 조부모님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이었고
그들은 자신의 자식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에서,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을 것이며
나에게 그 어떤 현재의 죄책 감 없이 인생을 즐기며 살았으면 하겠지만
가끔씩 나의 할머니는 나보다 한참 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을 하면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전혀 느낄 필요 없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할머니와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더불어 내 삶에 대한 감사함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누가 보면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네라고 싶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깨달음이었다.
매번 싸우던 언니와 동생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나에게 가장 큰 든든한 지원군이며 내 편이라는 믿음과 함께
부모님이 나의 건강한 몸과 안정적인 가정을 준 것보다 더 큰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가끔 차 뒷좌석에 일부로 내가 몸집이 가장 작다는 이유로 가운데에 둘이 작당하여 앉히지만
그래, 둘이라도 편하게 가라라는 마음이 들 때 비로소 내가 조금 성숙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이렇듯 삶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요소에서 당연하지 않은 감사함이 느껴지며 그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요즘 들어 느낀다.
어른이 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건가 싶기도 하고.
부모님은 여전히 나보다 수십 년의 세월을 견뎌낸 큰 어른이지만 점점 그 모습이 작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결혼하게 되면 자매들과 싸우는 순간들도 정말 기억이 많이 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더 잘해드리고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매일 안부전화너머로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반갑게 전화를 받는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릴 때, 나는 차츰차츰 어른이 되어가고 있던 거였다.
참 어른이 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