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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May 24. 2023

새옹지마 & 동상이몽

토스(Toss)가 모바일 쿠폰 판매서비스인 '브랜드콘'을 홍보하기 위해 열심히 무료 브랜드콘을 뿌렸더랬다. 식목일, 블랙데이, 어린이날 특별한 날 뿌려지는 브랜드콘을 받는 재미가 쏠쏠했다. 콘칩, 짜장범벅, 박카스 등 이게 뭐 별거라고 별거인 듯 기분이 좋더라는.


모진 코로나 시기에도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이 슬쩍 그리워지던 어느 날 당첨된 콘칩. 그깟 과자가 별거냐마는 한 봉에 1,500원짜리 콘칩이 3일 연속 뽑히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돈, 과자 보다도 당첨이 됐다는 그 사실이 재미있었다. 무료한 일상 잔잔한 기쁨이랄까? '콘칩대란'이라는 키워드가 커뮤니티를 뜨겁게 했을 만큼 거의 꽝이 없었다는데 날마다 '꽝'이라는 알람이 전해져 오는 남편을 보면서 내 입꼬리는 괜스레 더 올라갔다.(브랜드콘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면 그 사람의 뽑기 결과가 알람으로 전해져 왔음)




직장 체육대회에서 응모권이 뽑혀 29인치 칼라 TV를 받은 적이 있다.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덕에 마지막으로 내 번호가 불리자 인생 최고 데시벨의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그때 받았던 TV는 뒤가 몹시도 불룩한, 요즘 애들은 모르는 텔레비전이다. 15년도 더 지난 일이다.


아이 3살 때 복직을 하는데 직장 어린이집에 티오가 없어 가정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직장어린이집은 독점육아를 해야 하는 처지인 나에게는 출퇴근길 시간절약, 심리적 안정감, 야간운영의 효율성 등으로 꼭 필요했다. 허나 보통 공무원들의 자녀는 한 번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7세 졸업할 때까지 쭉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졸업을 하더라도 아랫반이 그대로 올라가니 빈자리에 내 아이를 끼워넣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정어린이집에서 4살을 맞을 때쯤 마침 직장어린이집에 한 자리가 났고, 2차에 걸친 뽑기 끝에 그 자리는 딸아이에게 돌아왔다. 마지막 뽑기를 한 날이 2월 내 생일이었으며 그날 내 남은 운을 다 썼나 보다 할 정도로 기뻐했다. 10년이 다 된 일이다.


최소 10년이나 지난 두 이야기를 ‘콘칩 3일 연속 당첨'과 섞어 아이와 남편에게 늘어놓았다. 엄마가 이렇게 운이 좋은 사람이야, 콘칩 3봉이면 얼마냐.(흐흐흐 나 왜 이렇게 기분 좋아) 연속해서 꽝이 나온 남편을 최선을 다해 약 올리며 어깨가 봉긋해졌다.



그런데!!!!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세상일의 좋고 나쁨은 예측할 수 없다고. 계속 좋은 일만 생기지도, 계속 나쁜 일만 생기지도 않는다고 했지. 아마도.


뽑기 운이 이리도 없냐, 왜 콘칩 한 봉 당첨이 안되냐고 있는 대로 이죽거리며 남편 약을 올렸는데, 글쎄 며칠 후 남편이 모니모 앱(통합 금융 플랫폼) 첫 돌 기념 이벤트에서 1등 당첨이 된 것이다. 상품이 무려 ‘갤럭시북3 프로360’ 노트북! 몇 주간 진행된 이벤트에서 매일 응모를 하고 있었단다. 날마다 ‘아쉽게도 당첨되지 않았어요. 오늘은 모니모의 사랑을 드릴게요'라는 얄미운 메시지를 받았지만 꾸준히 거르지 않았다고.


상황이 역전됐다. 처음 당첨되는 대박 이벤트 선물에 본인도 얼떨떨했지만 지난날 나의 약올림을 향한 작은 복수는 잊지 않았다. 나 들으라는 듯 딸아이에게


"엄마 콘칩 백날 돼봐야 소용없어"

"콘칩 1700 봉지가 당첨되어야 하는 고오급 노트북이야. 하하하"


어깨와 목소리에 쓸데없이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신상 노트북에 눈독을 들이던 아이는 벌써 태세 전환했다. 아빠 최고라며 이내 팔짱을 낀다. 일단 나도 전략적으로 웃어본다.




남편은 새 노트북으로 숙소에서 넷플릭스 볼 꿈을 꾸고,

딸아이는 새 노트북으로 그림을 그리겠다는 꿈을 꾸고,

나는 새 노트북으로 도도도도 자판을 두들기며 글을 쓰는 꿈을 꾼다.


세 명의 완벽한 동상이몽.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노트북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편에게 좀 덜 까불걸.

점잖게 약 올릴걸. 너무 깔봤다.


잊지 말자. 인생사 새옹지마다.


콘칩 1,700봉지 = 갤럭시북3 프로360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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