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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날 Jun 08. 2023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 찰칵!

사진 찍는 걸 싫어한다. 원판불변의 법칙이라는 보편적 진리가 있건만 내 멋대로 믿지 않는다. 사진이 실물보다 못하다는 믿음으로 수십 년을 살았다. 학창 시절부터 그랬다. 자연스러운 표정과 포즈의 친구들 사이에서 나만 눈을 감거나 까뒤집거나 턱이 두 개가 되거나. 꼭 그런 찰나에 찍혔다. 그 시절엔 이미 현상된 사진을 어쩌지도 못하고 언짢게 바라보기만 했다는. 지금은 남편이 예고 없이 셔터를 눌러대면 틈을 보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은 기어코 지워버린다. 내가 생각해도 유난이다. 어쩔 수 없다. 불시에 찍히는 사진이 여전히 마땅치 않은걸. 그러니 나도 누군가에게 카메라를 느닷없이 들이대지 않는다.


그런 내가 언제부턴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이때다 싶으면 깨금발로 천천히 빠르게 다가가 찰찰찰찰~칵! 몰래 카메라에 담느라 손이 바쁘다. 지금이야! 지금 진짜 못생겼어 ㅎㅎㅎㅎ


희생양(?)은 우리 집 고양이 크림이다. 귀여워 미칠 때가 허다하건만 꼭 못생긴 순간을 찍으려 안달이다. 송곳니가 비죽 삐져나와있을 때 얼마나 앙증맞게 못생겼는지. 다리를 대(大) 자로 뻗고 잘 때, 어딘가에 기괴한 자세로 끼어있거나 널브러져 있을 때 그 모습이 우스워 도촬을 해댄다. 크림이 입장에서는 변태스러운 엄마집사일 수 있지만, 이런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순간을 담고 싶은 게 그리 이상한 심리 같지는 않다. 생각해 보라.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아기였던 시절, 앙~ 울음을 터트리면 못생겨 보이는 그 모습이 귀여워 일단 핸드폰 카메라부터 들이대지 않았던가. 하하


송곳니 귀엽쥬? 매력적이쥬? ㅎㅎ


연진아 나 지금 되게 편해 ㅋ


엄마집사도 이렇게 자더라? 대자로 누워 자는 게 좋다냥^^


오늘도 못생김이 묻어나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에끼 집사양반! 그만 좀 찍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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