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다이어트'의 궁극적인 목적
물건에는 기억이 묻어 있죠.
누군가와 함께 했던 기억이나 나의 추억 같은. 이런 기억들 사이에는 언제나 쿰쿰한 기억들도 끼어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저는 물건을 잘 못 버렸어요.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것에 굉장히 취약한 사람이었죠. 한 번 쓴 박스라던가 작은 포장지들도 제겐 다 소중했어요. 소중하다고 생각하니 어느새 그 물건들은 다 나의 일부 같았죠.
어느 날은 한바탕 방 청소를 하다가 버릴 물건들을 정리하고 책장을 봤는데 그중의 절반이 빈칸이 되더라고요. 물건 버리기, 그러니까 기억 다이어트를 하고 나니 어느새 반 정도의 여유가 생긴 거예요.
그렇게 저는 빈칸에 무엇을 채워 넣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저는 청소의 목적이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채우기 위해 청소를 한 게 아니에요. 아까워서 붙들고 있었던 기억들에게서 벗어나는 연습을 한 거죠.
그러므로 이 방 청소는 과거의 쿰쿰한 기억들을 버리는 것에 겁 내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던 거예요.
언젠가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도울 일이 생기지 않을까, 또는 이걸 버리면 이게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자주 했어요. 미련이 많았던 거죠, 내일의 일도 예상하지 못하면서 지금보다 더 더 어렸던 과거의 기억에게 먼 미래의 일을 맡기려 했었던 나는.
먼지 쌓인 이별이라고 해야 되겠어요. 언제 내려앉았는지 구석구석 쿰쿰한 기억들과 한 줌의 미련이 가득했던 나의 방. 이제 버리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고 싶어요. 얻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두려워 나를 소모하면서까지 지켜냈던 상한 기억들에게 안녕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의 신체적, 정신적 체력이 비틀거릴 때쯤 유통기한을 들이밀며 쿰쿰한 기억들에게 안녕을 고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