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 새로운 취미 2

'기억 다이어트'의 궁극적인 목적

by 생강
청소(새로운 취미2)1.jpg
청소(새로운 취미2)2.jpg
청소(새로운 취미2)3.jpg
청소(새로운 취미2)4.jpg
청소(새로운 취미2)5.jpg





물건에는 기억이 묻어 있죠.


누군가와 함께 했던 기억이나 나의 추억 같은. 이런 기억들 사이에는 언제나 쿰쿰한 기억들도 끼어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저는 물건을 잘 못 버렸어요.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것에 굉장히 취약한 사람이었죠. 한 번 쓴 박스라던가 작은 포장지들도 제겐 다 소중했어요. 소중하다고 생각하니 어느새 그 물건들은 다 나의 일부 같았죠.


어느 날은 한바탕 방 청소를 하다가 버릴 물건들을 정리하고 책장을 봤는데 그중의 절반이 빈칸이 되더라고요. 물건 버리기, 그러니까 기억 다이어트를 하고 나니 어느새 반 정도의 여유가 생긴 거예요.


그렇게 저는 빈칸에 무엇을 채워 넣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잠시 후 저는 청소의 목적이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는 채우기 위해 청소를 한 게 아니에요. 아까워서 붙들고 있었던 기억들에게서 벗어나는 연습을 한 거죠.


그러므로 이 방 청소는 과거의 쿰쿰한 기억들을 버리는 것에 겁 내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던 거예요.


언젠가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도울 일이 생기지 않을까, 또는 이걸 버리면 이게 필요한 상황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을 자주 했어요. 미련이 많았던 거죠, 내일의 일도 예상하지 못하면서 지금보다 더 더 어렸던 과거의 기억에게 먼 미래의 일을 맡기려 했었던 나는.


먼지 쌓인 이별이라고 해야 되겠어요. 언제 내려앉았는지 구석구석 쿰쿰한 기억들과 한 줌의 미련이 가득했던 나의 방. 이제 버리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고 싶어요. 얻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두려워 나를 소모하면서까지 지켜냈던 상한 기억들에게 안녕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의 신체적, 정신적 체력이 비틀거릴 때쯤 유통기한을 들이밀며 쿰쿰한 기억들에게 안녕을 고할 수 있기를.


이전 19화새로운 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