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있지 말고 일어나자
나의 전부를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내가 하는 일은 전부 옳고 나는 바른 사람이고, 왜 나 같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 나의 세상만 세상이고 남의 세상은 어떤 형태인지도 몰랐던 거지. 나는 나의 세상만 사니까 내가 아닌 사람의 삶은 가늠할 수도 없었던 거야. 참 어리석지.
나의 전부가 정말 모든 것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위험한 것이더라. 그 씨앗 같은 생각이 내 속에서 싹을 틔고 점점 자랄수록 나는 내 세계를 더욱 걸어 잠가버렸으니까. 다른 이의 세계나 다른 무리의 세계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내 세상에서만 나는 안전하고 행복하다고 여긴 거지.
나와 저 사람의 인생이 다르다고 서로가 나쁜 것도 아닌데 나는 다른 의미들이 내 삶에 침투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방어했고, 특히 사람이 내 삶에 들어올 땐 인생이 무너진다는 착각을 하며 모두를 튕겨내곤 했어. 저 사람이 내게 오면 나의 세계는 타인의 세계와 겹쳐질 테고 나는 합집합처럼 겹치는 그 부분을 견디지 못할 것 같았어. 나는 내 세계에서만 온전히 살고 있던 사람이거든. 마치 알레르기처럼 누구의 그 무엇의 유입도 용납할 수 없었어. 유입된 무엇들로 인해 나름대로 쌓아온 체계가 무너질 것 같았지.
사실 그런 건 없었는데 말이야.
바람 따라 흘러가며 노는 삶이 좋아서 그랬던 건데 말이야.
노는 것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고 체계가 있는데
세상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나는 사회적으로 한량이었고
나 보다 열심히 사는 무언가를 목격하면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이니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건데 말이야.
안주하는 삶을 건강한 삶으로 착각하고, 편하고 좋으니까 계속 즐긴 거야.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거지.
건강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생각하는 건 자유라면서, 너무 자유로웠던 거지.
다만 어리석었다고 하자.
집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비가 오는 줄도 모르겠더라. 사람이 나가지 않으리라고 다짐하면 얼마든지 나가지 않을 수 있어. 그게 무서운 거야. 우리는 우리를 고립시킬 수 있을 정도로 참을성 있고 끈기 있는 사람인 거지. 정말 이상하지. 왜 이런 힘들을 이런 곳에 쓰는 걸까. 움직이지 않으면 상처 받을 일도 없어서 그런 걸까. 걷지 않는 자에게는 상처 조차 생기지 않는데 말이야.
그 능력을 다른 곳에 쓰면 어떨까.
전부를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고여 있지 말고, 다만 바깥세상도 고일 수밖에 없는 물속일 땐 같이 헤엄쳐보자. 수영은 못하는데 같이 가면 헤엄이라도 치지 않겠니. 물도 좀 먹어가면서, 물살을 가로지를 수도 있잖아. 가고 싶지 않다면 가지 않아도 돼. 다만 너의 전부를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지 말아. 이 정도면 됐지, 라는 말로 네 세상에 너를 묶어두는 것밖에 안 될 거야. 오겠다면, 같이 가보자.
안주하고 싶지 않아.
실은 내가 지금 그렇거든.
미안해 이제야 고백해. 어리석은 것도 방어적인 것도 좋은 사람들을 놓친 것도 그들의 세상을 구경하거나 배울 점을 놓친 것도 다 나야. 내가 그랬어. 내가 나를 가둔 채로 안전하지만 따분한 세상이라고 내가 나를 욕했어. 다 내가 그랬어.
이제는 그 마음 잘 오려서 저 멀리 날려 보내려고 해. 눈물 날 정도로 움푹 파인 침대를 보면서 피부 같은 이불을 벗겨내면서 그 마음을 아주 날려 보내려고 해. 나의 전부를 전부라는 말에 묶어두지 않으려 해. 세상엔 나와 다르게 애쓰는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고, 나도 그들도 그렇게 세계를 이루고 있으니까, 나도 나름대로 애쓰면서 나를 가두지 않으려고.
누워있는 사람보다 걷기 위해 일어난 사람이 더 몸이 아프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지지 않겠니. 이왕 걸어가는 거 언덕에서 저 멀리까지 내다보면 좋겠다. 혼자여도 좋고 둘이여도 좋고 열이어도 좋아.
움직이자. 움직이면 움직이지 않을 때보다 심장도 빠르게 뛴단다.
숨이 차면 쉬다가
살아있구나, 하고 감탄하면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움직여보자.